◆신심이란 무엇인가
교회는 마리아께 대한 신심을 언제나 정통 신앙의 바탕 위에서 받아들이고,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재조명하고, 합당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그것을 표현하도록 권장해 왔다.
영성 신학자들은『신심은 우선 경덕의 행위이고, 다른 모든 종교적 행위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이 신심은 언제나 신앙의 내용 즉 하느님의 계시 진리와 일치해야 하고 신심 행위는 신앙의 내용을 올바로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교회는 따라서 신자들이 올바른 신심생활을 할 수 있게 배려하고 감독하며 교도권으로 신심과 신심 행위를 인준해 오고 있다.
교회 인준을 받은 신심은 크게 공적 신심과 사적 신심으로 구분된다. 공적 신심은 신앙의 본질적 신비와 직접 관련된 신심 즉「십자가」「예수성심」「성모와 성인」에 대한 신심 등으로 모든 신자들이 보편적으로 실행하는 신심 행위를 말한다. 사적 신심은 신앙의 본질적 신비와 간접적으로 관련되거나 신앙의 부수적 내용을 대상으로 하는 신심으로「그리스도의 오상」「성인의 유해」「성상」에 대한 신심 등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공적이든 사적이든 교도권이 권장하는 모든 신심은 궁극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흠숭과 경배에 그 목적이 있으며 그리스도와 하느님께로 지향되어 있다.
◆성모 신심
성모 신심은 마리아께서 성자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구원 신비에 특이하고 탁월하게 관여하고 참여함으로써 하느님과 결합하는 월등한 방법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라고 신학자들은 정의한다.
성모 신심은 하느님의 모친께 대한 참되고 합당한 공경을 표현하는 것으로 ▲마리아가 지닌 존엄성이 그분의 구원사적 위치와 직능에서 나옴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 ▲마리아의 모성적인 전구를 청하는 기원 ▲마리아께 우리 자신을 바치는 봉헌 및 마리아의 덕행을 본받는 모방의 3요소를 지닌다고 영성 신학자 이홍근 신부는 설명한다.
성모 신심 역시 신앙의 표현인 만큼, 그 근거를 성서와 교회의 전통에서 찾아야 함은 당연하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교회헌장」8장은 마리아론이 성서와 성전 안에서 형성됐음을 잘 나타내 보여 주고 있다.
◆한국 교회의 성모 신심
한국 교회의 성모 신심을 가장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교회 내 성모 마리아를 주보로 모시고 있는「성모성당」현황을 파악, 현황을 알아 보는 일일 것이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 성모 마리아를 주보로 모시고 있는 본당은 서울 명동과 대구 계산, 광주 쌍촌동을 비롯해 전국 2백여 곳에 달하고 있다.
이 중「무염시태」와「성모 성심」을 모신 본당이 각 18개 소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는「성가정」(17)「루르드의 성모」(12)「파티마의 성모」(12)「지극히 거룩한 매괴의 모후」(12) 순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도「천주의 성모」「천주 은총의 모친」「착한 의견의 모친」「근심하는 이의 위로」「그리스당의 도움」「영원한 도움」「천사의 모후」「사도들의 모후」「순교자들의 모후」「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모후」「평화의 모후」「바다의 별」「성모자헌」「성직자의 모후」「천상의 모후」「여왕이신 마리아」「승리의 모후」「동정이신 모친」「사도 성 마리아」「성모영보」「성모성탄」「가르멜산의 성모」「성모성명」「통고의 성모」「바뇌의 성모」「과달루페의 성모」등 다양한 성모 호칭 본당이 전국에 분포돼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호칭의 성모본당이 전국에 퍼져 있으나 막상 해당 본당 신자들이나 일반 신자들이 자기 본당의 주보가 누구인지를 알고 성모 호칭을 부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일례로 명동 대성당이「무염시태」성당이라는 것을 아는 신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교회에 성모 신심이 전통적으로 뿌리 내리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있어서 다양한 성모 신심과 영성을 키워 나가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수원 가톨릭대학교 이정운 신부는 성모 신심 활성화를 위해 전국 성모성당 순례를 제안하고『한국 내 모든 성모성당의 신자들이 마리아의 모습을 닮을 수 있도록 성당 호칭과 결부된 신심행사나 본당 축성기념 등 연중 전례주년 안에 본당 전통의 성모축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사목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 방향
최근 한국 교회 내에서 교회가 공식적으로 검증하지 않은 성모 발현과 마리아와 관련한 사적 메시지가 나돌고 있어 일부 신자들의 신앙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성모 발현과 기적, 메시지에 관련한 신자 개인의 사적 체험들은 그리스도인의 신심생활에 자극제가 되고 활력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교회는 발현이나 기적, 사적 체험을 매우 조심성 있게 다루고 소극적으로 인정할 뿐이다. 신비현상에 신자들이 지나친 관심이나 호기심을 가짐으로써 갖가지 오해나 미신, 오류나 기만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교회는 이러한 형상들에 대해 늘 신중한 자세를 취해 오고 있다.
따라서 신자들은 교회의 공식적인 검증이 있을 때까지 교회의 가르침대로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것을 신학자들은 권고하고 있다.
이정운 신부는『한국 교회의 성모 신심운동이 쇄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선 우선「마리아의 정체성」을 신자 각자의 삶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이는 성모님의 모성과 인성을 본받고 닮는 데서 출발한다』고 피력했다.
이 신부는『성모 신심을 활성화하고 마리아 공경을 올바로 하기 위해선 전례적 공경과 신심 육성을 위한 다각적인 연구가 요망된다』면서『보편적 의미로 마리아가「인류의 어머니」라면 한국 교회는 당연히「한민족과 한국 가톨릭교회 그리고 한국인의 어머니」인 마리아 상을 신학적으로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리아의 정체성을 신학적으로 토착화해 우리와 같은 피부색, 우리와 같은 심성을 가진「우리 민족의 어머니」「한국의 마돈나」가 신학적, 문화적, 신심적 측면에서 정착되도록 하는 데 한국 교회의 마리아운동 쇄신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고 신학자들은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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