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약성서
이스라엘 왕국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인 주 전 10세기에 히브리 백성에 관한 총체적인 이야기가 책으로 묶여지기 시작했는데 이 책 속에 히브리 백성의 결혼에 관한 내용도 예외 없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예로써, 일부일처에 관한 전형적인 내용이 남·여인 아담과 하와 이야기로 소개되어 있고 일부다처에 관한 내용이 성조들을 비롯한 솔로몬 왕 그리고 여러 왕들에 관한 이야기 안에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예들을 보아도 일부일처를 혹은 일부다처를 강조하거나 성스러운 것으로 소개하고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은 야훼-하느님과 선택 받은 이들 사이에 관계 내지는 역사이다.
하지만 성서가 기록되고 수집된 시기를 뒤이은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정복 이후 하느님 야훼와 선택된 이들의 후손들 사이의 관계 및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 가운데 그 의미가 여러 예언자들에 의해서 해석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충실한 사랑이라는 도덕성이 하느님과 선택된 이들의 후손들 간의 관계 속에서 유추되어 결혼을 삶의 본질로 하는 인간에게 결정적인 의미와 그로 인한 가치로 전달되기 시작한다. 그러한 점을 성서의 몇 가지 기사들을 통해서 확인해 보면 이렇다.
O예제키엘 16, 59-60
주 야훼가 말한다. 나는 너의 맹세를 하찮게 보고 그 계약을 깨뜨렸다. 네가 한 대로 나도 너에게 해 주리라. 그러나 나는 네가 처녀였을 때 너와 약혼했었던 것을 생각하고 너와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계약을 맺으리라.
O호세아 2, 21
너와 나는 약혼한 사이, 우리 사이는 영원히 변할 수 없다. 나의 약혼 선물은 정의와 공평, 한결같은 사랑과 뜨거운 애정이다.
이 두 가지 구절 외에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으로 맺어지는 결혼을 말하면서 항구한 신의 속에 하느님의 축복을 청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는 예를 토비트 8장 7절에서 볼 수 있다.
내가 지금 이 여자를 아내로 맞는 것은 음욕 때문에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참되게 이루기 위해서입니다. 나와 내 아내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늙도록 함께 살게 해 주소서.
결국 구약성서의 내용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첫째, 하느님과 그분이 택하신 백성이 계약으로 맺어진 사랑의 관계인 것처럼 남자와 여자의 단일한 혼인은 사랑으로 맺어진 계약의 관계라는 것 둘째, 남자와 여자의 결합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것 셋째, 성실한 가정 생활에는 하느님의 축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첫번째의 그 결혼에 관한 윤리적 특성을 드러내고 세번째의 것이 결혼의 실천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음에 비해서 두번째의 것은 결혼의 성사적 특성을 드러낸다고 말할 수 있다.
◆2) 신약성서
①복음서
예수께서는 결혼이나 이혼에 관해서 그다지 많은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 그러나 몇 번 되지 않는 그분의 말씀은 랍비들의 전통적인 가르침에 반대되는 것이었다. 우선 이혼의 가능성에 대한 랍비들의 가르침을 재해석하시면서 하느님께서는 결코 이혼을 원하시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 주신다.
「누구든지 아내를 버리려면 그에게 이혼장을 써 주라고 하신 말씀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든지 음행한 경우를 제외하고 아내를 버리면 이것은 그 여자를 간음하게 하는 것이다. 또 그 버림 받은 여자와 결혼하면 그것도 간음하는것이다」(마태 5, 31-32)
「무엇이든지 이유가 닿기만 하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좋습니까?….모세는 아내를 버리려 할 때에는 이혼장을 써 주라고 했으니 그것은 무슨 까닭입니까?….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마태 9, 3-9)
「하느님께서 짝 지어 주신 것은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9, 6: 마르 10, 1-12 참조)
결국 예수께서는 이혼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구실을 주지 않으시면서 하느님 제정에 의한 것으로서 신성한 것이기에 단일한 혼인, 단 한 번의 혼인만을 강조하신다.
마태오복음에 나오는 내용보다는 마르꼬와 루가에 나오는 내용(16, 18)을 성서 주석학적으로 신빙성 있는 예수님의 본래 말씀으로 알아듣는 신학자들(가톨릭과 개신교)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예수님의 가르침은 대단히 혁명적인 것이었으며 의도상 결혼 안에서의 항구한 신의를 강조하시고자 한 것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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