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복음서 이외의 신약성서
대표적으로 사도 바오로의 편지를 들 수 있다. 로마서 7장 2-3절과 고린토 전서 7장 1-12절은 결혼에 있어서 신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사별의 경우에 한해서 재혼할 수 있음을 언급한다. 그러나 만일 생시에 헤어졌을 경우에 결코 재혼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에페소서 5장 21-33절은 남편과 아내의 관계가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는 관계로서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 점은 구약성서에서의 결혼관에서 보았듯이 결혼의 성사적 특성을 말하는 것이고 동시에 예수께서 가르치신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어쨌든 신약성서의 결혼관은 첫째, 혼인은 단일해야 한다는 것 둘째, 사별 이전의 혼인은 불가해소하다는 것 셋째, 사별 후의 재혼은 가능하다는 것 넷째, 그리스도인다운 결혼 생활은 『신의, 사랑, 존경, 경건이 중심이 되어 내적 성숙은 물론 외적으로도 하느님의 뜻을 실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특성들 가운데 구약성서의 결혼관에서처럼 실천적이면서도 윤리적인 것들 외에 주목을 끄는 특성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네 번째의 것이다. 그것은 성사적인 특성이다.
◆2. 교회 전통 안에서 결혼관
그리스도인으로서 첫 세대들과 그 후 1~2백년이 지난 차후 세대들까지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에 있어서의 결혼을 극히 실천적인 면에서 다루고 있다. 성서 해석의 결과를 토대로 교회의 제도로서보다는 생활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했던 것이다. 사실 개종하는 이들의 구성도 그렇지만 시민법적인 차원에서 결혼 풍습이 로마 제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던 시대였기에 그럴만 했으리라고 본다.
1)동방 교부들의 가르침
1~3세기의 동방 교부들은 결혼에 관해서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비록 언급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해도 교회의 제도 차원에서 보다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는 차원에서 하는 것이었다.
380년에 가톨릭이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된 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다가 4세기 말경에 결혼식 중 혹은 결혼 전날 교회의 사제로부터 축복이 베풀어지는 것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사제가 결혼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결혼식 자체가 중요한 전례 행위로 발전되기 시작한 것은 5세기 때부터이다. 그리고 결혼이 하나의 전례로 보편화되고 가정에서 행해 오던 결혼식이 교회의 혼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베풀어지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이다.
2)서방 교부들의 가르침
수많은 교부들이 가르친 바가 있지만 성문제나 결혼문제에 관하여 두드러지게 가르침을 준 교부는 아우구스티누스이기에 그분의 가르침만을 중점적으로 보겠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보기도 했다. 그에게는 성을 사용한다는 것이 최소한 죄를 짓는 행위로 보였다. 그 행위는 원초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죄를 짓게 하는 유혹자인 하와는 배제되어야 할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보기도 했는데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합법적인 이유 즉 자녀 출산을 목적으로 해서 성이 사용될 때라는 것이다. 어쨌든 성의 사용이 핵심적인 면인 결혼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점은 이렇다.
남성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듯이 여성 역시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기에 남자와 여자는 꼭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남자가 여자에게, 혹은 여자가 남자에게 예속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원리에 의해서 훌륭한 가정 생활을 그려낼 수 있는데 그 모습은 사랑과 우정을 기초로 한 것이다. 그리고 남편과 아내가 사랑과 우정을 기초로 성을 올바로 사용했을 때 그 결과는 자녀의 출산 즉 생명의 확산이 있게 되고 이렇게 이루어진 자녀들과 부모의 관계는 또 다시 우정-사랑이 발생하는 인간사 전체의 본성적이고 기본적인 가정 생활의 모습이 되는데 그것은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 우정이 다른 모든 이들에게까지 퍼져 나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결혼으로 인한 사랑도 역시 우정 어린 화합에 기초할 때 더욱 돋보이게 되고 사랑이 없을 때는 육신적인 매력도 상실되고 만다고 가르친다. 그러므로 결혼 생활에서 남녀는 상대의 성을 즐거움이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그러한 일은 곧 범죄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정과 사랑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노인들끼리의 만혼 내지 자연적으로 자녀를 얻지 못하는 이들임에도 훌륭한 결혼 생활을 보여 주는 이들의 모습은 결혼의 의미를 진실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예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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