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만남의 시작」은 많은 이들에게 설레임과 두려움을 함께 가져다 준다. 그만큼 새로운 것을 만난다는 것은 힘들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한 인간이 오랜 시간동안 쌓아 온 자신의 삶의 방식을 접어 두고 다른 방식으로 산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최근 열린출판사에서 펴낸 소설가 이석봉(바실라·69)씨의「또 다른 만남의 시작」은 이러한 삶이 힘들지만 값지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인 민정이 애인의 죽음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게 되고, 결국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전환시킨다는 이 소설에는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지금까지 향유하고 있던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아픔과 이를 극복한 주인공의 자유를 그리고 있다.
작가 이석봉씨는 『이 작품을 통해 죄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피력하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물질, 명예로부터의 해방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 말은 이석봉씨 자신의 얘기이기도 하다. 85년 세례를 받고 이씨 자신의 삶 자체가「또 다른 만남의 시작」이었다는 얘기다. 아름다운 것은 선이고 추한 것은 악이라는 사상을 가졌던 그녀. 유미주의적 소설가였던 그녀가 세례를 받고 삶은 물론 문학 자체도 변화됐다.
이씨는 『사람에 대한 미움을 견디지 못해 절대자에 의탁하게 됐다』고 세례 받은 배경을 설명하면서 『세례를 받고 나니 추한 것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하느님이 존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 92년 소설「여정」으로 제18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한 후 5년 만에 낸「또 다른 만남의 시작」은 바로 작가 자신의 깨달음을 통해 생명과 자유의 소중함을 호소하는 작품이다.
세례를 받은 이후 종교작품만을 고집하고 있는 이석봉씨. 그녀 자신도 종교작품을 선택할 때 제한된 범위와 독자, 경제적인 어려움을 감안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을 위해 과감히 접어 두고 새롭게 태어난 그녀는 『앞으로도 글을 쓰도록 내게 탈란트를 주신 하느님을 찬미하기 위한 작품 활동을 꾸준히 펼쳐 나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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