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제 신부가 사제마을 내 이발실을 안내하고 있다(사진 위). 축하떡을 자르고 있는 참석자들. 왼쪽부터 이경재 신부, 방윤숙 후원회 부회장, 김남수 주교, 최덕기 부교구장 주교, 후원회장 박완선씨.
경과 보고를 하고 있는 이경재 신부.
◆사제마을 축복 및 준공에 즈음하여 - 건립추진인 대표 이경재 신부
한국 천주교회의 오랜 숙원사업 중의 하나인 사제마을은 제 개인적으로 1990년도부터 구상을 해 오다가 1993년 10월 14일 공식화 되었습니다.
이로부터 약 1년 동안 교회 당국을 비롯하여 사회 각계 각층에 계신 많은 교우분들에게 자문을 구했을 때 많은 분들이 그 필요성이나 취지에는 공감을 하였으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우려들을 하셨습니다.
따라서 저는 먼저 하느님의 진정한 뜻을 알기 위해 국내외 여러 수도 단체에 기도를 청하였고 점차 자신감과 사명감으로 고무될 수 있었습니다.
1994년 12월 24일 건립 추진인들은 모임을 갖고 사제마을을 위한 모임 즉 후원회를 창설하여 만장일치로 박완서 선생님을 회장으로 추대하였으며 10여 분의 사제들을 자문 위원으로 모셨습니다.
건립추진위원장직을 맡은 저는 사제마을을 홍보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7개 본당을 방문하여 2만8천4백여 명의 회원을 모집하였습니다.
1999년까지 5만여 명의 회원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회원들이 월 2천 원씩 보내 주시는 회비와 특별 헌금으로 은퇴 사제들을 위한 단독주책 5채 1백35평, 성당과 식당 겸 휴게실 2채 1백 평, 그리고 잠시 휴양이 필요한 사제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사제들을 위한 집 한 채, 체력 단력장 한 채 도합 2백4평을 수리하여 마련하였습니다.
추후 필요하게 되면 1999년까지 20채를 더 건립할 예정입니다. 물론 사제마을의 모든 운영비와 관리비는 후원회의 회비로 충당됩니다.
사제마을의 주보는 영원한 사제이신 예수님이시고, 모토는 시편 133편의 「좋기도 좋을시고 아기자기한지고 형제들이 오손도손 한데 모여 사는 것」 입니다.
사제마을의 각 건물에는 우리나라 순교자 성인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긴대건 신부님, 최양업 신부님과 이승훈 선생님 외에 순교하신 프랑스 신부님 10분 중에서 범 라우렌시오 주교님, 중국의 주문모 신부님의 이름을 빌렸고, 식당에는 박해 시절에 주문모 신부님을 6년 동안이나 모신 강완숙 골롬바 순교자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헬스클럽은 이용하시는 모든 사제들이 삼손처럼 강인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삼손의 집」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엘리야의 집은 잠시 와병 중에 있는 사제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며 치유의 은사를 받으시라고 엘리야의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가톨릭 사제는 민족과 교구를 초월하여 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일체의 경비는 무료입니다. 정식 개장일은 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의 축일인 7월 5일 입니다.
사제마을을 건립한 과정을 1970년 황무지에 성 라자로 마을을 구상하고 건설하던 때보다 어려움과 시련이 더 컸고 순간순간 부딪히는 난관도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만큼 더 기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설계자나 시공자 모두 사제마을 건축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이 막연하였고 도움을 받을 만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수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2년 전에는 심장병으로, 그리고 일 년 전인 지난해 6월에는 뜻 밖에 직장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건강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조금이나마 공사를 빨리 진척시키기 위해 더욱더 몰두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라자로의 환우 가족들과 전국 가르멜 수녀님들이 눈물겹게 기도를 바쳐 주셨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여 오늘 사제마을의 축복 및 준공은 인간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예수님의 역사요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예수님께서 당신의 종이요 교회의 머슴인 사제들을 사랑하시는 한 징표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확신합니다.
아울러 저 개인으로서도 오늘은 참으로 축복의 날입니다. 바로 오늘 건강하다는 판정을 주치의로부터 들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라는 단어가 늘 존재하지만 예수님의 역사에는 불가능이 영원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님께는 언제나 영광과 찬미가 있을 뿐 입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잊혀진 나환우들과 함께 사제들이 오손도손 평화롭게 사는 일입니다. 사제들과 같은 현관을 사용하며 한 울 안에 산다는 것 자체가 나환우들에게는 삶의 희망이요, 긍지를 주는 지극히 가치 있는 봉사의 행위입니다. 사제직 자체가 예수님의 봉사자이기 때문에 진정한 봉사자는 사제들 뿐입니다.
어디까지나 이곳의 주인은 나환우들이고 우리 사제들은 이분들의 귀한 세입자이자 동반자입니다. 바로 이것이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후원회장 박완서씨
“편안한 노후 누리시길”
『신부님들이 은퇴하신 후 어느 아파트촌에 묻혀 익명으로 살아가시도록 하는 것 보다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사제마을에서 신자들과 더불어 건강하게 노년을 보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제마을이 완공되기까지 수많은 은인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사제마을을 위한 모임회(후원회) 회장을 맡아 마음 고생을 아끼지 않았던 소설가 박완서(엘리자벳·오금동본당)씨.
박완서씨는 그동안의 졸였던 마음을 대변하듯 『별로 도움을 준 것도 없는데 축복식을 맞게 되니까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며 이제 이 사제마을이 잘 운영될수 있도록 모든 후원회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 일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자연과 더불어 그림처럼 아름답게 들어선 사제마을을 보니 「꿈꾸는 노후」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은퇴 사제들이 이곳에서 정말 노후를 편하고 보람있게 마무리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은퇴 사제들과 신자들이 자연 속에서 만나, 영적인 지도를 받고 안부를 묻는 아름다운 장소가 될 사제마을을 앞으로 99년까지 20여 채를 더 지어 나갈 계획이라는 박완서씨는 그동안 사제마을을 위해 보내 주신 2만8천여 회원들의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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