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현대 교회의 가르침
현대 교회의 가르침은 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다룬 내용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서는 공의회 문헌에서 말하는 것을 중심으로 보겠다.
결혼에 관한 교회의 시각을 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는「현대세계의 사목헌장」제2부 제1장이다. 문헌은 혼인과 가정의 신성성을 다루고 난 후 부부애의 중요성과 그 결과로 얻어지는 혼인의 열매와 생명의 존엄성 및 혼인과 가정의 행복을 도모해야 할 만민의 의무를 차례로 다룬다.
혼인과 가정이 신성한 이유를 창조주의 제정성에서 찾고 있는 문헌(48항)은 그 가치와 목적으로 첫째, 인류의 존속 둘째, 가정 구성원의 인격 향상과 영원한 운명 셋째, 가정 자체와 온 인류 사회의 존엄성과 영속성 넷째, 평화와 행복의 추구를 들면서 이러한 목적과 부부애가 기본적인 것이며 부부애의 결과이자 사랑의 열매인 자녀들에 대한 사랑의 교육이 필수적인 것이라고 천명한다.
그리고 문헌은 결국 이러한 가치와 목적을 갖는 혼인 안에서 부부애와 자녀 사랑이 한편으로는 신적 계획을 다른 한편으로는 그 계획을 실현하시는 분과의 일치를 드러내는 표상으로 보고 바로 여기에서 혼인의 성사성을 재확인한다.
그리하여 성사로서의 혼인은 그 목적과 가치에 합당한 것이기 위해 단일한 것, 불가해소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요컨대 현대 교회의 가르침은 성서와 교회의 전통에 충실하게 성사로서의 결혼이라는 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결혼의 의미 역시「혼인: 성사」라는 사실에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성사로서의 혼인이 표상하는 하느님의 계획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말해 준다고 봐야 한다. 하느님의 계획은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의 모습을 닮게 하는것이다. (52항 참조) 그래서 그분은 인간을 당신이 모상대로 지어 내셨고 당신이 하시는 것처럼 하기를 바라셨다(창세 1, 26-28: 2, 18-25 참조). 따라서 이러한 그분의 계획을 알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그분이 누구시며 어떠한 분이신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하느님은 삼위이시면서도 동시에 한분이시다. 성부ㆍ성자ㆍ성령은 위격적으로는 다르시면서 속성으로는 하나이신 것이다. 이러한 삼위성과 유일성은 사랑이라는 속성의 내어 줌을 통한 통교와 나눔, 그리고 그로 인한 일치로써 그렇게 지키신다. 이렇게 내어 줌과 통교 그리고 나눔으로써 이루시는 하느님의 삼위일체로서의 내적 일치는 외적으로 확산되기 마련이었다. 생명의 확산이 그것이다.
바로 이런 면에서 그분의 모습과 계획이 가시화되는 구체적인 모습이 인간의 창조 안에서 그리고 창조된 인간의 창조 질서에 맞는 삶 안에서 드러난다. 인간은 남자와 여자이기에 인간이다. 온 인류를 인간이라 해도 결국 기본적인 인간의 모습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 안에서 그리고 인간다운 삶은 그 결합을 통한 창조 질서의 보존 상태 안에서 볼 수 있다. 결합된 남자와 여자는 내어 주면서 통교하고 나눔으로써 받는 사랑을 통해서 서로가 인격적인 일치를 이루고 그러므로써 생명의 확산이라는 창조 질서를 보존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러한 사실을 알고 확신하는 남녀의 결합인 혼인은 성사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혼인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성사적인 의미인 것이다. 한 마디로 혼인성사는 하느님의 모습과 그분이 하시는 일을 현실 안에서 눈에 보이게 해 준다.
4. 맺음말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981년에 세계 교회를 향하여 혼인에 관한 교회의 전통적 가르침을 다시 확인하면서도 그 성사의 성사성과 직결되는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도적인 권고로써 발하신 가정공동체(Familiaris Consortio)의 내용 일부를 소개함으로써 맺음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일곱 가지 중 각개의 성사와 마찬가지로 혼인도 그 자체의 고유한 방식으로 구속 사건의 참된 상징이다. 혼인의 우선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는 초자연적 은총 자체가 아니고 그리스도교적 유대, 즉 그리스도의 육화의 신비와 그분의 계약의 신비를 나타내는 두 사람의 전형적인 그리스도교적 통교인 바, 그렇게 하기 위하여 부부는 한 쌍으로서 함께 그 성사에 참여한다. 그 성사가 베풀어 주는 그리스도의 삶에의 참여는 역시 독특하다. 부부의 사랑은 인간의 모든 요소들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하나의 총체이다.
한 마디로 혼인성사는 본 성사인 교회의 성사성을 그대로 간직한「작은 교회: 부부 공동체」를 탄생시키는 성사인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 가정공동체야말로 지속적인 혼인성사의 생활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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