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뉴욕 세미나에 이어 두 번째로 북경에서 열린 남북 천주교인 세미나는 6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동안 세미나와 만남, 친교와 만찬 등 시종 따뜻한 분위기 속에 이루어졌다. 최창무 주교를 비롯한 남측 가톨릭 인사들과 장재철 조선천주교인협회 회장 등 북측 인사들은 18개월여 만의 만남을 진심으로 기뻐하면서 다시 한 번 형제애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 신자 “우리는 어린 양떼”
이번 만남에서 북측 신자들은 스스로를「어린 양떼」로 부르며 최 주교는 물론 남측 신부들에게 신자로서 최대한의 예의를 표했다.
⊙ … 양측은 예비 접촉을 통해 격식을 떠난 자유스런 분위기에서 세미나를 진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플래카드를 걸거나 명찰을 달지 않았고 좌석도 자유스럽게 착석키로 했다. 따라서 6일 오전 캠핀스키 호텔 3층 서안룸에서 열린 남북 천주교인 북경 2차 세미나는 뉴욕 회담과는 달리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 비공개적으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최창무 주교와 장덕필, 오태순 신부의 집전으로 미사가 봉헌됐다. 최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체제를 달리 하는 남북이 같은 주님을 모시기에 이같이 함께 모였다』고 말하고『이 모임이 지속되는 가운데 화해와 용서를 하는 모습을 다른 신앙을 가진 남북 형제들에게도 보여 주자』고 제의했다.
미사 순서 안내해 주기도
오태순 신부는 장재철 위원장 옆에 앉아 미사에 익숙치 않은 장 위원장에게 미사 순서를 안내해 주며 미사를 집전했는데 류덕희 회장에 이어 제2독서를 맡았던 장 위원장은 미사 후 시종 떨리고 두려운 마음이었다고 고백. 미사 후 장 신부와 오 신부는 북측 신자들을 껴안으며 잘 왔다고 인사했고 류덕희 평협 회장도 장 위원장과 일행에게 일일이 반갑다며 악수.
미사에 이어 진행된 본 회담에서 장 신부는 기조 연설을 통해『서울대교구 교구장 및 평양교구장 서리이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북녘의 많은 형제들이 큰 물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대해 늘 염려하고 있으며 형제적 사랑을 나누고 실천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계신다』고 전하고『남북한 신자들이 서로 왕래하고 교류와 협력을 다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시면 추기경님 자신도 평양을 직접 방문하여 신도들과의 만남을 바라고 계신다』고 설명.
가톨릭신문 함께 읽어
장재철 위원장은『민족의 통일은 증오와 대결이 아니라 사랑과 화해, 일치와 단결로 이룩해야 한다』고 말하고『한 핏줄을 가진 한 민족이 서로 대결할 수 없다』며 화해를 위한 통일을 강조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방북을 비롯한 남북한 신자들의 교류 문제에 대해 장 위원장은『우리가 먼저 명동성당에 가는 것도 좋지만 사제님들이 먼저 와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봐 달라』고 최 주교를 비롯한 남측 성직자와 신도들이 먼저 방문해 줄 것을 요청.
한편 미사에 앞서 장 위원장 일행은 오태순 신부의 설명으로 가톨릭신문을 함께 읽으면서 한국 교회가 그동안 전개한 북녘 형제들에 대한 사랑의 나눔운동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당초 두 차례의 세미나를 갖기로 예정되었으나 양측 모두의 합의로 한 번만 갖기로 하고 오후에는 북경 교외 향산공원으로 관광, 친교와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남북 양측은 버스 속에서「대전 부르스」「찔레꽃」등 함께 부를 수 있는 우리 가요를 열창하며 우의를 확대.
종 주교 남북 신자 반갑게 맞아
⊙… 최 주교와 장덕필 오태순 신부와 남북한 신자들은 5일 오후 중국 주교회의 의장 종회덕 주교를 예방, 종 주교는 주교관 입구까지 나와 최 주교를 뜨겁게 포옹한 뒤 참가자 모두를 차례로 포옹하며 잘 오셨다고 각별한 관심을 표시.
남북 양측 저녁 만찬 가져
⊙…종 주교의 접견실로 안내를 받은 최 주교는 김수환 추기경의 안부를 전한 뒤 최근 건강을 회복 중에 있는 종 주교가 건강한 모습이어서 반갑다고 인사하고 김 추기경이 보내는 인삼 등 선물을 전달했다.
종 주교도 최 주교와 장재철 위원장에게 중국 전통 문양이 새겨진 접시와 술을, 참가자 모두에게는 중국 전통 술과 마른 과일 등의, 선물을 일일이 전달.
종 주교는『최 주교님과 남북한 신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말하고『남북 교회가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한다는 것은 뜻 있는 일로 양국 교회가 더욱 유대를 갖기 바란다』고 염원했다.
북측 장재철 위원장은『역사적으로 봐도 중국 천주교회가 조선 천주교회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인사. 이날 저녁 만찬은 북측이 남측을 위해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으나 종 주교는 자신이 초대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으며 북측이 이를 양해.
당초 북측이 마련해 놓은 북한 식당「해당화」로 자리를 옮긴 남북 및 중국 측은 3시간여 동안 냉면과 신덕 소주 등 북한 음식으로 마련된 만찬을 나누며 환담.
반갑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
⊙… 남북한 및 해외동포 천주교 신자들은 4일 저녁 켐핀스키 호텔 내 베이징 루프트 한자 센터 내 중국식 식당에서 3시간동안 계속된 최창무 주교 초청 만찬에서「사랑해」「고향의 봄」등을 합창하며 민족의 동질성과 한 신앙의 형제임을 확인. 최창무 주교의 인사와 건배 제의로 시작된 만찬은 참가자 14명이 돌아가며 남북 신자들의 만남이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가교가 되기를 희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류덕희 한국 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은『오늘의 모임이 미래에 좋은 결실이 맺어지길 희망한다』고 인사를 했고 장재철 북한종교인협회 회장은『반갑고 감사하다는 이야기 밖에 더 할 말이 없다』고 답례.
장 위원장은『명동성당을 방문해 고백성사를 보고 싶다』고 한국 방문 의사를 비추자 명동성당 주임 장덕필 신부는「우리 명동성당 신자들은 한마음으로 환영할 것」이라고 구두로 초청하기도. 이어 장 신부는 뉴욕 만남에서 이미 익숙해진 우리식 건배인「얼씨구」「절씨구」「지화자」「좋다」를 제창, 흥겨움을 더했다.
북한동포돕기로 화제가 옮겨간 이날 만찬에서 장 위원장은『우리는 남녘 형제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북의 형제들을 돕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특히『천주교 형제들이 많은 도움을 주는 것에 감사한다』고 진심 어린 인사를 전했다.
김 추기경 방북문제 환담
장 위원장은 또『공화국에서는 한때 김수환 추기경님을 초청하면서 국가 원수에 준하는 의전을 준비했으며 앞으로 김 추기경님이 북조선을 방문하면 대통령에 준하는 예우로 모시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김 추기경의 방북문제를 화제로 환담.
이에 대해 장덕필 신부는『김 추기경님은 양떼가 굶는데 목자는 잘 먹고 있다며 고뇌하고 계신다』며 최 주교님도『극기하면서 항상 북한 동포를 생각하고 있다』고 남쪽 목자와 신자들이 북녘 형제를 생각하는 안타까움을 전달.
⊙… 북측 장재철 위원장과 신자들은 7일 오전 7시 아침 식사도 미룬 채 켐핀스키 호텔 로비에서 이날 출발하는 최창무 주교를 환송하기 위해 대기. 장 위원장은『최 주교님을 비롯해 신부님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하고 류덕희 회장을 비롯해 우리 모두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장충성당 명동성당서 만나자
헤어지기에 앞서 양측은『이제 북경이 아니라 평양의 장충성당이나 서울의 명동성당에서 만나자』고 합의 사항을 다시 한 번 확인.
한편 5월 30일과 31일 북경에서 열린 아시아 종교인 평화회의에 참석차 왔다가 남북 천주교 북경 2차 세미나에 참석차 북경에서 계속 체류해 온 북측 인사들은 평양-북경간 비행기 시간이 맞지 않아 며칠 더 묵은 뒤 11일경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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