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절 기본적 이해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인의 삶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는 또 하나의 성사가 병자성사이다. 이 성사 역시 교회가 무엇인지, 그리스도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교회인으로서 그리스도인은 어떤 모습으로 더욱 성숙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를 밝혀 준다. 따라서 교회인으로서의 그리스도의 인격적 변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병자성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의 존재와 삶을 살펴 봐야 한다. 그러나 교회는 본래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과 그분이 베푸시는 은총과 구원(해방과 생명)을 현실화시키는 것이기에 결국 우리의 눈을 돌려 출발점으로 여겨야 할 곳은 지상 생애 중 그분께서 보여 주신 삶의 모습이다. 그 분 삶의 모습 안에서 교회의 존재와 삶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그분의 제자 공동체와 제자들의 후계자 공동체가 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허락하신 일을 행하던 삶을 보고 마지막으로 병자성사가 갖는 신학적인 의의와 실천적인 수행 방안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다.
1. 원형
성령으로 충만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상 생애 중 눈에 띄게 보여 주신 활동상은 가르치시는 일과 치유하시는 일이었다. 그분이 가시는 곳이면 어디서나 성령을 통해서 가르치셨고 활동하시는 동안 어디서나 환자들을 만나 영육으로 치유하셨다. 요컨대 말씀으로 하느님을 가르치셨고 치유라는 행동으로 가르치신 내용을 증거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그 치유 행위로 드러나는 것은 바로 은총과 구원(해방과 생명)이었다. 사람들이 말씀으로 전해 들었으나 보거나 만질 수 없었던 은총과 구원(해방과 생명)을 만지고 볼 수 있게 해 주신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를 세우시는 하느님의 능력을 그분 안에서 미리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러한 체험을 하기 바라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요구하시는 것이 있었다. 믿음이 그것이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면서도 당신이 선포하시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그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영육의 치유라는 눈에 보이는, 만질 수 있는 형상을 통해서 은총과 구원(해방과 생명)인 하느님 나라의 건설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 안에서 보여 주신 이 활동상이 바로 병자성사의 원형이다.
2.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항구한 수행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지상 생애 중에 당신이 하시는 일에 제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하셨고 원성사로서 당신 자신의 일을 다 이루신 다음 부활하신 분으로서 현존하시게 되었을 때에는 당신이 하시던 일이 제자들에 의해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을 해 주셨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하라』고 명하시기까지 했다. 다시 말해서 그분 자신이 병자성사의 항존성을 분명하게 밝혀 주셨던 것이다. 그래서 제자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전해 받은 대로 믿는 이들의 무리가 병자성사라는 상징을 통해서 은총과 구원(해방과 생명)인 하느님 나라의 체험을 더욱 진지하게 하는 가운데 좀 더 성숙한 그리스도인들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기회들을 종종 마련하곤 했었다.
이렇게 제자들에 의해서 수행되던 병자성사는 그 후 제자들의 권한을 이어 받은 믿음공동체의 원로들에 의해서 계승되었는데 그 방식도 지상 생애 중의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파견을 받은 제자들이 행했던 것처럼 말씀을 통한 가르침과 기도 그리고 기름 바르는 행위로 구성되어 있는 그러한 방식이었다. 그래서 추후 믿음 공동체의 원로들에 의해서 수행되어 오던 이 병자성사는 트렌트 공의회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의해서 그 성사성과 성사의 효과가 재천명된 가운데 교회의 성사로서 항존해 오고 있는 것이다. 두 공의회가 재천명한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실재는 성령의 은총인데 도유가 아직 속죄할 죄나 잠벌을 없애고 하느님의 자비에 크게 신뢰케 하여 그 병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강건하게 한다. 이런 도움을 받은 병자는 자기 질병의 부련과 시련을 보다 쉽게 참아 견디고 또 그 발꿈치를 물려는 악마의 유혹을 격퇴한다. 또한 이 성사는 가끔 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도움이 된다면 병자의 건강을 회복시키기도 한다.
병자들에게 실시되는 거룩한 도유와 아울러 사제들의 기도로써 온 교회는 고난 받으시고 영화로이 되신 주님에게 병자들을 가볍게 해 주시고 구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자유로이 결합시키심으로써 하느님 백성의 선익에 기여하도록 그들에게 권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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