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봉산2동 935의 1 문턱 낮은 집에서 김지하씨 등 목마른 길손들에게 지혜의 말을 들려 주던 무위당 장일순(요한ㆍ1928~1994)씨의 생전의 목소리가 소박한 한 권의 책으로 출판돼 화제를 낳고 있다.
94년 타계하기 전까지도 병상에 누워 이현주 목사와의 대담으로「노자 이야기」란 진리의 보고를 책으로 엮어 내는 등 평생을 진리와 평화를 위해 살다 간 그가 남긴 글과 강연, 대담 등을 엮어 최근 녹색평론사가 펴낸 책이 바로「나락 한 알 속의 우주」다.
이 책에는 만년 야인으로 보내면서「보듬어 아는 것을 혁명」이라는 신념을 지켜 온 무위당 장일순씨의 없는 이들을 섬기고 낮은 이들을 일으켜 세우자는 생명 중시의 정신이 곳곳에 배여 있다.
장일순씨가 평생을 일구려고 했던 것. 바로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그가 그토록 고집해 왔던 정신 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하는 이 책에는 생명을 중시했던 생전의 그의 모습과 만날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난다는 사실은 대단한 사건 중에서도 대단한 경사입니다. 태어난 존재들이 살아 간다는 것은 거룩하고도 거룩합니다」(본문 중에서)라는 말 한 마디에서 우리는 장일순씨가 평생 무엇을 일구려고 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1954년 도산 안창호의 맥을 이어 원주에 대성학원을 세운 뒤 교육자로서 대 사회적 발언을 시작한 그는 70년대「유신」의 서슬 퍼런 칼날 아래서 고 지학순 주교와 함께 반 독재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는가 하면, 80년대 들어서는 소규모 유기농산물 직거래 조직인「한살림」을 창립해 생명운동을 널리 퍼뜨리는 데 남은 인생을 바쳤다.
「나락 한 알 속에도, 아주 작다고 하는 머리 털 하나 속에도 우주의 존재가 내포돼 있다」는 그의 정신 세계를「생명운동」으로 실천에 옮긴 장일순씨.
「물처럼 돼야 돼, 물처럼 돼야 된다고…여지껏 해 온 것처럼 저 새끼가 있으면 내가 죽어, 그러니까 저 새끼를 죽여야 돼. 이런 관계를 가지고 이 땅의 문제가 해결되겠느냐 이 말이야」(본문 중에서)
「담을 허물어야 돼. 갖지 않고 일 해야지, 제 주머니에 챙겨 넣고는 일 못해. 예수가 불알 두 쪽 차고 온 분 아닌가」(본문 중에서)
그렇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 작금의 우리 현실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고인의 이 말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우리 가슴에 다가오는 이유를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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