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성사
3. 신학적 의의와 수행 방안
교회 공동체 안에서 항존해 오고 있는 병자성사는 분명 치유의 성사이다. 그러나 치유의 성사라는 말로 인해서 자칫 오해가 생겨날 수 있다. 다름이 아니라 환자가 발생했을 때 병자성사를 통해서 나음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이른 바 미신적인 혹은 마술적인 이해가 그것이다. 물론 병자성사의 원형을 보여 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활동상 안에서, 그리고 그분 제자 공동체와 그 제자들의 후계자 공동체에서 병자성사를 통해서 육신의 질환으로부터 해방되었던 모습들을 확인하기는 한다. 그러나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지상 생애 중 행하신 치유 행위로써 드러내신 것은 물론이고 제자 공동체와 그 후계자 공동체가 병자성사를 통해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해방과 생명)인 하느님 나라의 건설 현장이었고 성사 거행에 동참한 사람이 체험한 것도 바로 그러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렇게도 강하게 믿음을 요구하셨던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 철저한 믿음을 가진 상태에서 수행된 병자성사로 인해서 육신의 질환도 치유되는 일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록 그러한 경우가 있다 해도 병자성사가 결코 육신의 질환을 치유하는 마지막 수단 혹은 방법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다시 말해서 병자성사가 갖는 신학적인 의의는 믿음으로 충만한 그리스도인들의 무리인 교회 공동체의 삶에 전 인격적으로 철저하게 젖어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미 말했듯이 교회 공동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라』고 하신 바를 행하면서 그분께서 하신 것처럼 공동체의 삶을 통하여 믿는 이들이 은총과 구원(해방과 생명)인 하느님 나라의 건설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그 체험이란 결국 하느님께서 언제나 가까이 계신다는 사실에 대한 체험을 말하는데 그 체험을 절실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병자성사라는 거룩한 상징인 것이다. 그러므로 실천적인 차원에서의 이 성사의 수행 방안 역시 교회 공동체적인 삶의 모습이 열심히 드러나는 그러한 것이어야 마땅하다.
환자나 임종하는 그리스도인은 외롭기 마련이다. 병자생활을 장기간 해온 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한 그리스도인은 자칫 버림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쉽게 젖어 버린다. 그러한 상태는 위험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교회 공동체로서는 환자와 임종하는 그리스도인이 결코 외롭지 않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늘상 함께 계신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 주어야 한다. 그러한 일은 공동체의 행위들 즉 병자성사와 그에 연결된 항구한 방문 및 위로의 기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 성사의 수행 및 공동체의 행위를 좀 더 세부적으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이 성사는 공동체의 대표인 사제가 주례한다.
②그러므로 사제가 이 성사를 주례하기 위해 있는 곳에는 교회 공동체가 함께 있는 것이다. 이 말은 실제로 공동체의 사람들이 사제와 함께 이 성사의 집전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③이 성사의 직접적인 대상은 이성을 사용하게 된 이후 병이나 노령으로 위험하게 된 신자와 한 번 이 성사를 받았다가 회복되었으나 다시 중병에 빠진 신자 혹은 병이 지속되다가 더욱 위독하게 된 신자이다.
④이 성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은 분명한 중죄 중에 완강히 머물러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대상자 가족과 공동체는 대상자가 참다운 회개로 나아가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⑤이 성사를 청하는 가족은 대상자가 고해성사와 성체성사에 참여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사제에게 미리 알려 주고 사제와 공동체가 도착하기 전에 대상자가 고백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는 것이 좋다.
⑥대상자의 가족은 공동체의 합당한 성사 집전을 위해 간단하면서도 정결한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준비물로는 작은 상, 상을 덮을 흰 보, 십자고상, 초 2개, 성수를 들 수 있다.
⑦이 성사가 집전된 후 공동체는 기도와 방문을 통해서 항구하게 환자를 위로해 주는 가운데 환자로 하여금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신뢰를 하도록 도와 주는 것이 좋다.
⑧공동체가 환자 가족을 위해서도 배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족이 필요로 하는 것이나 일들을 파악해서 돕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이 성사를 받은 환자가 미구에 운명했을 때 더욱 그렇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