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서는 1930년경부터 매년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다음에 오는 주일을 「교황주일」로 지내고 있다. 교황직은 어떤 의미와 중요성을 갖고 있는지를 정리하고 교황과 관련해 신자들이 알아둘 만한 내용들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세계 가톨릭의 아버지
교황을 지칭하는 「Papa」는 원래 아버지라는 뜻의 「papas」에서 유래했다. 이 용어는 원래 주교, 대수도원장, 총주교 등 지역교회 최고 장상을 뜻했으나 8세기부터 로마의 주교를 의미했고 그레고리오 7세 교황(1073~1085)부터 교황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됐다.
교황을 부르는 칭호는 각각 독특한 지위와 책임을 나타낸다.「하느님의 법」에 따라서는 천주교회의 으뜸, 로마 교회와 주교, 베드로의 후계자, 주교단의 으뜸, 그리스도의 대리이고 「교회법」에 따라서는 「이탈리아 수석 주교」, 「로마 관구의 관구장 대주교」이다. 국제법에 따라서는 「바티칸 시국의 국가 원수」이 기도 하다.
교황 직무도 교회 직무처럼 진리를 가르치는 예언직과 이에 상응하는 교도권, 인간을 성화하는 사제직과 신품권, 교회를 다스리는 왕직과 통치권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교황이 교황 직위를 발동해 가르치는 장엄 교도권으로 신앙이나 도덕에 관한 최종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절대로 그르칠 수 없다는 「무류지권」은 가톨릭교회의 신앙이다.
교황의 통치권은 그 수위권 때문에 모든 성직자들의 통치권을 능가하고 포괄했다. 삼권분립 제도는 교회나 교황에게 해당되지 않고 입법, 사법, 행정의 삼중 통치권과 관련한 최종 결정자는 교황 자신이다.
◆교황직의 역사
초대 교회부터 로마 주교는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위치로 전체 교회의 중심 인물이었다. 칼체돈 공의회(451)에서부터 명실공히 교황이 수위권이 확립되었지만 6세기부터 7세기에 이르러 콘스탄티노플의 총주교들이 수위권에 도전, 동서 양 교회가 분리될 소지가 생겼다.
7세기부터 10세기에 교황들은 정권의 비호와 간섭 아래 수위권은 행사가 어려웠고 11세기에 이르면서 사회 불안, 성직자들의 기강 문란과 성직 서임권에 관한 왕권과의 다툼이 일어 서유럽 사회와 교회는 혼란에 빠졌다. 이때 동방교회는 해묵은 수위권 문제를 제기, 1054년 로마교회와 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교황의 권위는 서방에 국한됐다. 14세기에는 여러 명의 대립 교황들이 출현해 교황 지위는 극도로 약화됐고 문예부흥 사조와 지리상의 발견으로 서유럽의 중심으로서 교황의 위치는 결정적으로 흔들렸으며 종교 개혁을 겪게 된다.
트린엔트 공의회로 개혁기를 맞은 교회는 활력을 되찾았으나 17, 18세기에 정교분리 사상이 강력히 대두되어 속사에 대한 교황의 간섭권은 크게 약화됐다. 프랑스 대혁명과 나폴레옹의 승리, 19세기에는 근 천년간 유지된 교황 영토가 이탈리아에 합병, 교황의 속권은 영구히 무산됐다.
제1차 바티칸 공의회는 속권에서 벗어난 교권을 확고히 확립했고 이후 현대의 사회문제에도 훌륭한 지침을 제시한 위대한 교황들이 탄생했다. 세계는 더욱 탈 그리스도교화 했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황은 교회 안팎에서 정신적 지도자로 인정 받고 있다.
◆제264대 요한 바오르 2세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제2백64대 교황이다. 역대 교황들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목록을 작성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각 교황들의 합법성 여부도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일단 1947년 교황청 연감에 발표된 역대 교황 목록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교황을 상징하는 것들
교황을 상징하는 것으로는 삼중관이 있다. 꼭대기에 십자가를 두고 3개 층을 가지는 관으로 처음에는 주교관과 같았으나 1295년 보니파시오 8세에 의해 이중관이 됐고 14세기에 삼중관이 됐다. 이는 교황의 교도권, 신품권, 통치권을 뜻한다.
교황 문장은 교황관을 쓴 금 열쇠와 은 열쇠로 구성돼 있는데 하나는 오른쪽, 다른 하나는 왼쪽으로 경사지게 놓여 서로 교차되어 있다. 열쇠는 교황권의 영적 권능을 표현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바티칸 시국의 국기이기도 한 교황기는 흰색과 노란색이 똑같이 나눠져 있고 흰색 부분에 교황 문장이 그려져 있다. 이 기는 주권 국가의 국기인 동시에 교황의 영적 통치를 나타내는 표상이다.
◆교황문서
교황이 보편교회와 지역교회에 가르침을 전하는 문서를 교황 문서라고 한다. 주요한 것으로는 내용상으로 헌장, 교황령, 회칙, 교황교서, 친서 등이 있다.
헌장은 교회의 일반법으로 중요한 일에 대한 교황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고 교황령은 사도적 헌장이라 불렸던 것이다. 회칙은 교위, 윤리, 사회문제에 대한 공적 교시이고 교황교서는 매우 중요한 사한을 다루는 서한이다.
교황청 각 성과 평의회에서 내는 문서에는 교령, 훈령, 회신, 선언 등이 있다.
◆교황청
교황을 보필하는 교회의 중앙 통치 기관을 지칭한다. 흔히 바티칸이 라고 부르는 교황청의 현행 부서는 크게 국무원, 성(省),법원, 평의회, 사무처, 기타 부서로 조직돼 있다.
국무원은 총무부와 외무부를 국무성 장관이 총괄하며 교황청의 가장 중추 부서이다. 성성(聖省)이라 불렸던 성은 9개로 구성돼 있고 법원은 내사원, 대심원, 로마공소법원 등 3개로, 평의회는 12개로 구성돼 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하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로마가 아직 잠들어 있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자정이 가까워서야 자리에 든다. 6시 15분 교황은 제대가 마련되어 있는 경당에서 기도와 묵상을 바친다. 교황은 여러 가지 결정 사항들을 여기에서 눈을 감고 무릎을 꿇은 채 내리곤 한다. 7시에 미사를 봉헌하고 아침 식사를 한 뒤 오전 알현 시간 전까지 교황은 한 시간 남짓 집필을 한다. 날렵하고 날아가는 듯한 필체로 교황은 빠른 속도로 각종 서한과 문서를 작성한다. 지금까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표한 문헌들은 1백50여 편을 넘어선다.
8개 국어에 능통한 교황은 철학, 역사, 사회학 등의 분야에 관한 책들을 주로 원어로 읽는다. TV는 거의 보지 않고 신문도 고향인 크라코프의 가톨릭 주간신문 외에는 거의 보지 못하고 그 대신에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으로부터 주요한 일간지 보도들을 보고 받는다.
교황은 주치의로부터 제시된 엄격한 스케줄에 따라 점심식사 후 30분 가량 낮잠을 잔다. 그 후 성무일도를 바치거나 묵주의 기도를 하면서 산책 겸 운동을 한다. 교황은 원래 등산, 수영, 스키, 축구 등 만능 스포츠맨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행동하는 교황으로 평가 받고 있다. 끊임없이 세계를 다니는 교황은 지금까지 재위 19년 동안 77번을 해외 순방해 무려 1백만km 이상, 즉 지구를 모두 26바퀴 이상을 도는 기록을 남겼고 전 세계 1백91개국 중 1백16개국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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