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교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민족 구성의 문제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이완은 소수 민족의 원주민과 청조시대 이전에 푸지엔성(복건성)에서 건너온 뻔성런(본성인)과 1949년 국민당 정부와 함께 넘어 온 와이성인(외성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서로를 뻔성런과 와이성인으로 부르고 있고 서로간의 결혼도 자제할 만큼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중 인구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뻔성런들은 경제를 장악하고 있고 정치를 비롯한 사회의 중추 지배구조는 와이성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고산족이라 불리우는 원주민들은 그 영향력이 미비한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 구조가 교회 내에서도 아직까지는 그대로 유지돼 국민당 정부와 함께 대륙에서 건너 온 성직자들이 교계를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타이완교회 내에서 이들의 자취는 1950년대부터 시작됐고 일반인들의 신앙도 미미한 반면 17세기 이래 신앙을 믿어 온 원주민들은 그 신앙심은 강하나 역시 교회 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뿌리와 열매가 단단히 연결되어 있지 못한 데서 타이완교회의 근본 문제가 파생한다.
현지 선교 미흡
1949년 공산당을 피해 대륙에서 건너온 1천여 명이 넘는 성직자들은 본토 수복에 대한 기대로 언제나 떠날 준비만 하고 있었기에 타이완 현지에 대한 선교 열의나 현지인 성직자를 양성할 생각을 하지 않다가 최근 교회 생존과 관련해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서야 새롭게 교회 정비에 나서고 있다.
사실 아직도 대륙에서 건너온 사제들 중에는 대만 현지 말을 못하는 성직자들이 있고 이는 사제단 안에서도 알게 모르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한다.
이 같은 결과로 타이완교회는 현재 심각한 사제 노령화 현상을 겪고 있다.
대륙에서 건너 온 1천1백여 명의 성직자 중 많은 이들이 선종하고 남은 이들도 4분의 3이 75세 이상의 고령이며 사제 부족으로 해마다 본당이 공소로 전락하고 있다. 타이완교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인 사제를 양성하는 등 각종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본지 성소는 적고 외래 선교사의 희망은 많지 않다.
수도인 타이페이대교구의 경우에도 1994년에야 한국교회를 모델로 한 성소 모임(성소추행위원회)을 결성할 정도이며 타이완에 하나뿐인 신학교(대만총수원)의 경우 현재 42명의 신학생이 전부다.
타이완의 신학교는 1962년 타이난(대남), 1965년 타이페이(대북)에 설립됐으나 1994년 9월 타이완신학교로 동합됐다.
7년제 과정인 타이완신학교에는 42명의 신학생 중 베트남 학생 6명, 말레이시아 화교(말레이시아 신학교에서는 화교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6명, 한국인 학생 2명이 타이완 각 교구 또는 자국 소속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성소 육성의 어려움을 알 만 하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한국보다 더 심한 입시지옥을 겪고 있어 중학교 2학년 정도만 되면 성당에 발길을 끊고 있어 앞으로도 성소 부족은 계속 될 전망이다.
타이완에서 가장 큰 본당의 하나인 성가정본당의 경우 주일학교 고등부의 경우 가장 많이 나오는 경우가 7-8명이라고 한다.
수도회 중심의 교회
타이완교회에는 사제 노령화와 교구 사제의 부족으로 수도회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본당에서 전체 성직자의 3분의 2가 수도회 소속이다.
이 같은 수도회의 활동은 장단점을 지니고 있는데 장점으로 우선 다양한 영성의 조화로 영적인 삶이 풍요로워지고 수도회의 관심사별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수도회가 교구 내에서 오랜 동안 큰 비중을 가지고 활동하다 보니 주교를 중심으로 한 수도회의 협력이라는 교회정신이 퇴색되고 있다. 즉 교구 안에 교구를 형성하게 되는 폐단을 낳기도 한다.
일례로 타이완의 한 교구에서 사제 생활을 평등화시키고자 미사 예물 공금화를 시도하려고 했으나 취지에는 모두 공감했으나 수도회 소속 사제들이 각 수도회별로 해결하겠다고 나섬으로써 무산되기도 했다.
타이완교회의 대부분 도시 본당이나 큰 본당들은 수도회에서 맡고 있다.
또한 타이완의 경우 수도회 소속 사제가 본당을 맡게 되며 인사 이동이 안 돼 한 신부가 20년 30년 넘게 한 본당을 사목하는 경우가 허다해 주교의 사목 의지가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수도회 활동의 오랜 역사와 경제적인 우위로 인해 교구의 유력 본당들을 수도회가 운영하고 있어 성소자가 나오더라도 주로 수도회에 집중되고 교구 사제는 원주민들에게서 소수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미지근한 신자
1950년 이후 구호품 등으로 인해 30만 정도로 불어났던 신자들도 근래 10년 이내로 타이완의 경제 성장과 함께 그 수에서나 신앙 면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신쭈교구에서 사목하고 있는 한국외방선교회 김병상 신부는 「주일미사 참석자가 교적상 신자의 10분 1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타이완교회가 교세 통계를 발표하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냉당자들의 경우는『졸업했다』는 말을 쓸 정도로 신앙이 개인 기복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직자와의 관계도 존경은 하지만 사제 부양이나 한국적인 공경의 면은 찾아 보기 어렵다.
또한 예전에 교회에서 도움을 받던 것만을 생각해 돈이 많아도 교회에 투자하는 열성은 없고 요즈음 본당 자립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교무금이나 헌금제도가 10년 전만 해도 없던 제도이며 그나마 현재도 잘 시행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타이완교회의 본당들은 수도회에서 맡고 있는 경우는 대부분 도시에 위치해 있어 유치원 운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교구 사제들이 맡고 있는 고산족 마을의 본당은 재정이 없어 예전에 사 두었던 방대한 땅을 조금씩 팔아 생계를 유지할 정도다.
어느 교구의 사제평의회는 이번에는 어디 땅을 팔 것인가 수의하는 것이 안건의 전부라고 하나 그 실정을 알 만 하다.
어둠 속에서 찾은 길
그러나 타이완교회의 미래가 암담한 것만은 아니다.
타이완교회의 어려운 현실은 내일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낳고 있다.
마테오 리치 중국 선교 4백주년을 기념해 타이완교회는 88년 국가 심포지엄 형태인 복음전파대회(중국 천주교 복음 전파대회, The National Symposium on Evangelization in Taiwan, R·O·C)를 개최하고 이 대회를 교회 전면 혁신의 계기로 삼았다.
타이완 사회 속의 교회 현황을 3년간 연구한 끝에 2백여 명의 국내, 해외 연구진이 모여 대내적으로는 사목, 대외적으로는 복음 전파를 목적으로 열린 이 대회는 타이완교회의 현대화에 일대 혁신을 가져 왔다.
이 복음전파대회는 교회를 개방시켜 정치, 인권, 사회정의, 윤리 회복, 노동운동, 환경문제 등에 활발한 참여를 가져왔고 전례, 교리, 신학과 영성 수련과 중국 문화가 결합시키는 토착화 문제에서도 진일보했다.
성직자 중심에서 평신도 중심으로
그러나 무엇보다 복음전파대회는 신자들의 복음 전교의식 강화와 교회 공동체의 단결을 가져 왔다.
이 대회를 통해 강화된 선교 의식은 하나의 전문 조직이 전교 활동의 일을 추진하도록 설립하고 각 본당별로 추진 방법을 정하여 활동하게 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낳았다.
이 결과 타이완교회에서 가두선교단(야성선도단)을 발족시켜 각 교구마다 전교대회를 거행하게 됐고 고산족 신자 중에서 전교사를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특히 신자들끼리 구상하고 진행한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님 전국 수례」(만금성모환도순행) 행사는 타이완교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교회 창립 이후 전국 규모의 행사로는 처음 개최된 이 행사는 타이완교회가 성직자 수도자 교회에서 평신도가 함께 하는 온전한 교회로 변혁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타이페이대교구장 티캉 대주교가 이 행사와 관련『신자들은 이미 하느님의 성숙되고 책임 있는 자녀들이다』라고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티캉 대주교는『성직자가 줄어 들면 신자들이 일어서는 법』이라며 교회의 모든 일에 참여하는 「성숙된 신자」를 타이완교회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사제는 전례나 영적인 문제에만 전념하고 교회 행정이나 선교 등을 신자들이 앞서서 해 나간다면 성직자 노령화나 사제 성소의 부족은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며 무엇보다 교회 안에서 평신도가 주체적으로 활동 한다는 것은 가장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 상은 타이완교회의 모습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신자들의 의식이 많아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이를 뒷받침할 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성직자들의 이해도 부족, 본당 곳곳에서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의 해소를 위해 타이완교회는 성직자들의 이해를 호소하는 한편 신자들에게 성서 읽기, 교리 연구를 통한 공동생활 능력 배양, 기도, 사회의식 등을 각종 연수회 등을 통해 꾸준히 교육하고 있다.
티캉 대주교는 『성직자와 신자는 존엄성도 같고, 부르심도 같으며 사명도 같다. 다만 직책과 직무만 다를 뿐』이라며 신자 자발적인 활동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 실천 방법의 하나로 타이완교회는 신자들이 복음 전파에 전문가가 아닐 뿐 아니라 원활한 소식 전달과 지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관계로 소공동체를 설립하여 기본 신앙단체의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교회 상을 새로이 정립하고 있는 타이완교회는 더 이상 무너지는 교회가 아니라 쇄신되는 교회 음지에서 양지로 나아가는 교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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