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 내일 모레면 환갑을 앞두고 있는 나이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이룬다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10대부터 꿈꾸어 온 문인의 꿈을 40년이 지난 쉰여섯에 이룬 시인 김길나(베로니카)씨가 바로 그 주인공.
최근 「문학과 지성사」에서 시집 「빠지지 않는 반지」를 펴냄으로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한 김길나씨는 아직(?) 미혼이다. 그녀는 20대 초반에 가톨릭으로 귀의했고 교리신학원을 거쳐 30여 년을 선교사로서 활동하고 있는 적극적인 여성이다.
지난 95년 주변의 권유로 펴내게 된 시집 「새벽 날개」(동신)에 실린 시 4편이 지난해 국내 문단의 권위지인 「문학과 사회」가을 호에 게재됨으로써 문단에 명함을 내밀게 된 그녀는 이번에 시집을 출판하면서 이름 앞에 「시인」이란 수식어를 붙이게 됐다. 새벽 날개에서 김명희란 본명을 사용했으나 문인 중에 동명이 있어 이번에 필명을 길을 낸다라는 뜻의 「길나」로 바꾸기도 했다.
김길나씨는 『세례를 받으면서 문학 한다는 것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고 술회하면서 『이미 나이가 든 상태에서 문단에 데뷔하게 돼 설레임보다는 그저 담담한 마음이다』라고 소감을 털어 놓았다.
그녀는 또 『세례를 받는 순간 글을 쓴다는 것이 마치 언어의 유희라고 생각 들었다』며 『침묵 수업을 한답시고 근 7년간은 아예 시를 쓰지 않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녀의 시는 격정적이다. 그리고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마치 파릇한 젊은이의 시처럼 힘이 넘친다. 더군다나 시인의 상상력은 지상을 넘어 우주 곧 존재 자체이신 하느님께로 치닫고 있어 신앙인이건 비신앙인이건 그녀의 시를 통해 존재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봉쇄 구역 저편에서 중세의 오랜 성무일도가/그레고리안 음률에 실려 낭랑하게 퍼져 나온다/대나무와 단풍나무들이 사람보다 먼저 알아듣고/고개를 끄덕인다』(배나무집)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김길나씨.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탤런트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데 일조하게 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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