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학자이며「성모영보수녀회」창립자인 고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 20주기 추모미사가 7월 11일 경기도 과천 성모영보수녀회 본원에서 봉헌됐다.
성서 번역에 한평생 헌신
선종완 신부는 자신의 생애를 성서 안에서 시작하여 성서와 함께 살았고, 성서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분이다. 그는 한국 천주교회에서 구약성서 히브리 원전을 우리말로 옮긴 최초의 성서학자이며「공동 번역 구약성서」가톨릭 측 전문위원으로 활동, 우리말 성서 보급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사제였다.
안장될 때에도 40여 년간 손때를 묻혔던 성서를 끌어 안고 묻힌 선종완 신부는 생전 성서 논하는 것을 가장 큰 기쁨과 행복으로 느끼며 살았다고 한다.
병상에서까지 번역작업
1955년 우리말 구약성서 번역에 착수, 20여 년이란 긴 세월동안 끈질긴 노력과 정성을 쏟아 온 선종완 신부는 병상에서 이사야서의 마지막 교정을 보고선 1976년 7월 11일 선종했다.
그를 아는 사제들은『생각과 말, 행실 등 모든 것을 성서에 비추어 성서대로만 살고자 했고, 성서의 가르침대로 생각하고자 했던 철저하게 성서에 미친 사람이었다』고 회고한다.
복음삼덕에 충실했던 사제
이 말처럼 선종완 신부는 위대한 성서 학자이기에 앞서 청빈과 순명, 정결의 복음삼덕을 충실히 지키며 성서의 가르침을 삶으로 실천했던 겸손한 사제라는 점에서 더 큰 존경을 받고 있다.
1915년 8월 현재 원주교구 용소막성당 바로 인근인 강원도 원주군 신림면 용암리에서 태어난 선종완 신부는 소 신학교인 서울 동성상업고등학교를 거쳐, 용산 예수성심 대신학교를 나와 1942년 사제로 서품됐다.
일본 중앙대학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공부하다 다시 로마로 유학, 울바노대학과 안젤리꿈대학, 로마 성서대학, 예루살렘 성서연구대학원 등을 거치면서 신학과 성서학, 고고학을 연구했다. 귀국 후 1952년 9월 성신대학 교수로 복직한 선종완 신부는 41세가 되던 해인 1955년부터 구약성서 번역에 착수했다.
성모영보수녀회 창립
선종완 신부는 또 1960년 성모영보수녀회를 창설하고, 1968년에는 성서 공동 번역 가톨릭 측 전문위원으로 피명돼 구약성서 공동 번역본을 내놓았으나 간암으로 1976년 7월 11일 선종했다.
12개 국어에 능통했던 선종완 신부는 대신학교를 졸업하고 사제로 수품되자마자 연장 공부를 하지 않고 신학교 교수로서「성서학」을 강의했다.
본가에서 논을 처분하여 여비와 학비를 마련해 유학길에 올랐던 선 신부는『새 성전은 지으면서 성서 번역은 왜 하지 않느냐』는 것이 늘 불만이었다고 한다.
신자들에게 영혼의 양식 공급
『성전 신축을 하나둘 지연하더라도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말로 번역하여 신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영혼의 양식을 공급케 하는 사명을 제일 먼저 주창한 사제가 바로 선종완 신부였다』고 성서 학자들은 말했다.
선종완 신부는 평소 성서를 가르치면서「성서의 핵심은 바로 그리스도이심」을 늘 강조했다. 선 신부는 이스라엘의 전 역사를 통해 강렬한 감화를 준 마력 있는 유일한 이름은「메시아」였다면서『성서를 읽거나 연구하기 전에 예수 그리스도를 성서 안에서 경배하자』고 가르쳤다.
한편 선 신부의 고향인 용소막성당에는 선종완 신부의 유품이 소장, 전시돼 있는 박물관이 있어 생전의 삶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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