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두산이 가톨릭 역사 안에 들어온 것은 1866년 고종 3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로부터 이곳까지 올라옴으로써 6년간에 걸친 대 박해의 근원지가 되면서…”
금년은 문화체육부가 지정한「문화 유산의 해」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교회의 보물급 문화 유산인 최양업 신부 친필서한과 초기교회 문서들이 파리외방전교회로부터 영구 이양돼 교회문화재 보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교회 안팎으로 고조되고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반영, 우리 문화유산을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 가까이 끌어내려 함께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기획「가톨릭 문화 유산 순례」를 마련했다.
또한 교회 문화 유산이 빨리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는 바람을 안고 준비한 이번 기획은 문화 유산이 박물관에서 나와 우리의 삶과 보다 친숙해져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신자들의 덕복의 교과서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시작한다.
한강 유람선을 타 보면 회색 도시 속에 유일하게 보존되고 있는 한강변의 사적지를 단 한 곳 볼 수 있다. 바로「절두산」성지이다.
절두산은 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적지로 보존되어야 할 필요성이 충분하다.
절두산과 주변 지역은 한국 근대사의 태동과 개화를 전후하여 격변하던 시대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사적지로서 뿐만 아니라, 한강변의 주요 경관지로서의 입지성도 강한 한국 인문사회사적 가치가 지대한 장소이다.
절두산은 천주교 박해가 있기 전에는 인왕산 한 지맥이 북쪽 강물가에 우뚝 솟아서 가을두(덜머리)라 했고, 마치 그 모양이 누에 머리, 혹은 용이 머리를 든 형상 같다 하여「잠두봉」「용두봉」이라 부르기도 했다.
지형과 풍경이 아름답고 도성에 가까워 자연의 승경을 즐기려던 왕족을 비롯한 사대부들과 시인 묵객, 시민들이 자주 찾는 장소로 유명했던 절두산은 주변에 많은 정자가 있어「마포팔경」또는「서강팔경」중의 하나로 꼽혔다.
이 외에도 고려 때부터 중요한 도선장의 하나로서 서해를 거쳐 들어오는 물자를 서울로 반입하던 양화 나루와 도성 수비의 길목이었던 양화진이 절두산 바로 옆에 위치했으며, 세종 6년 효령대군이 조선 수군의 수전 연습을 관람하기 위해 건립했던「망원정」이 1989년 복원돼 있다.
또 절두산 인근에는 1893년 10월 24일 고종으로부터 땅을 하사 받아 조성된 외국인 묘지가 있는데 이는 한국을 위해 활동하다 한국에 묻히기를 원한 외국인들이 안장된 곳으로 현재 약 5백 기에 이르는 묘소가 있어 1백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개신교의 중요한 유적지가 되고 있다.
절두산은 또한 고종 19년 1882년 임오군란 때 개방의 물결이 들어오던 곳일 뿐 아니라 갑신정변의 주역인 김옥균이 참수된 곳이다.
이처럼 격량의 현장으로 우리 민족사와 함께 했던 절두산이 가톨릭 역사 안에 들어온 것은 1866년 고종 3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로부터 이곳까지 올라옴으로써 6년간에 걸친 대 박해의 근원지가 되면서였다.
절두산 성지는 한국 천주교회 사상 가장 많은 순교자의 피가 흘려진 곳이다. 또한 한국전쟁의 후유증을 앓고 있을 때 서울 신자들이 어려운 시기를 신앙으로 이겨내기 위해 순례하던 곳이었으며, 순교자 현양운동의 중심지였다.
병인순교 1백주년을 기리기 위해 1966년 착공, 1967년 10월 22일에 축성,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게 된「절두산 순교 기념관」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비롯한 수많은 국내외 순례객들이 발을 잇는 세계적 순교 성지로 명성을 더해 오고 있다.
절두산 순교 기념관에는 베르뇌 장 주교, 남종삼, 허계임, 다블뤼 안 주교, 우세영, 최경환 등 28위 한국 순교 성인의 유해가 지하 성당에 안장돼 있으며「김대건 신부 친필서한」「황사영 백서」「정하상의 상재상서」「한불조약 문서」「이벽의 유해토 및 관목」「여사울 출토 성물」「김대건 신부 유품」등 수백여 점의 한국교회 보물급 유물들이 보관,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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