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서울 합정동 절두산 순교 기념관에 전시 보존되어 있는「김대건 성인의 친필 서한」은 한국 천주교회의 국보급 문화재이다.
1984년 파리외방전교회서 기증
김대건 성인의 친필 서한은 파리외방전교회 본부 고문서고에 보관되어 오다 1984년 한국 천주교 2백주년과 1백3위 한국순교성인 시성식을 기념해 기증 받았다.
김대건 성인의 서한은 현존하는 것과 여러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을 합쳐 모두 21통인데 이 중 1842년 5월경 중국 주산에서 쓴 두 번째 편지와 1845년 상해에서 작성한 열다섯 번째 서한은 현재 유실되어 전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김대건 성인의 친필 서한은 19통이 전해지고 있다.
대부분 라틴어로 작성
김대건 성인의 서한은 대부분은 라틴어로 작성되어 있지만 1844년 12월 15일 중국의 소팔가자에서 페레올 주교에게 보낸 아홉 번째 서한은「한문」으로, 마지막 21번째 그 유명한「조선 교우들에게 보낸 마지막 회유문」은「한글」로 작성하였다.
김대건 성인 친필 서한의 작성 시기와 장소를 살펴보면 1842년에는 마닐라, 주산, 상해에서 각 1통씩, 요동의 백가점에서 2통 등 도합 5통을, 1843년에는 백가점에서만 2통을, 1844년에는 중국의 소팔가자에서만 2통을, 1845년에는 서울 돌우물골에서 3통, 상해에서 5통, 다시 서울에서 1통 등 도합 9통을 작성했다.
스승ㆍ교우 등에 대한 애정 각별
그리고 1846년에는 옥 중에서만 3통을 작성했다. 이 밖에「조선 순교사와 순교자들에 관한 보고서」는 1845년 부제로서 귀국해 서울 돌우물골에 머물면서 작성했다.
김대건 성인 서한의 수취인들은 모두 7명이다. 그 중에는 김대건 성인의 스승인 리브와 신부가 서한 12통과 보고서 1건을 받았고, 스승 르그레즈와 신부가 4통을 받았다. 그리고 페레올 주교가 4통의 서한을, 고틀랑, 베르뇌, 매스트르 신부가 각각 1통의 서한을, 조선 교우들이 1통의 서한을 받았다.
서한 수취인들을 통해 볼 때 김대건 성인은 스승 신부에 대한 믿음과 공경심, 애정이 각별했을 뿐 아니라 조선교회의 장상이자 자신에게 사제품을 준 페레올 주교에 대한 공경이 자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옥중 서한과 마지막 서한에 잘 나타나 있는 것처럼 선배 선교사들과 조선 교우들에 대한 애정 어린 이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김대건 성인 친필 서한의 사료적 가치를 따져 보면 먼저 이 서한은 성인의 생애와 활동 내용, 신심, 업적을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자료라는 점이다.
또 서한의 내용에서 나타나는 1842년부터 1846년까지의 사실들, 조선 입국로 개척의 역사와 조선교회의 상황과 정치 현실, 귀국과 체포, 순교 등은 당시 한국 천주교회사를 그대로 보고해 주고 있다.
신심 서적으로도 한 몫
김대건 성인의 친필 서한은 교회사와 한국교회의 영성사, 김 신부의 신심을 연구하는 원 사료는 물론 오늘의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의 신심 서적으로 그 가치를 더해 주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김대건 성인 자료집을 발간한 한국교회사연구소(이사장=최석우 신부)는 성인의 친필 서한 원본 대조 결과 기존에 25통으로 알려졌던 성인의 서한을 21통으로 바로잡는 학문적 성과를 이루었다. 왜냐하면 1845년 7월 23일자로 리브와 신부에게 발송한 보고서는 서한으로 볼 수 없고, 1846년 8월 29일자의 서한 역시 별개의 서한이 아니라 덧붙인「추신」임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원본 대조 완역본 출간
김대건 성인의 친필 서한은 원본 대조 완역본으로 한국교회사연구소에서 출간해 보급하고 있으며, 「마지막 회유문」은 지난해 김대건 성인 순교 1백50주년을 기념해 현대어로 옮겨, 유포되고 있다.
김대건 성인 친필 서한은 절두산 순교 기념관에서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다.
◆ 교회 고문서 과학적 보존 처리 절실
철저한 소독 후 수장고에 보관해야
한국 천주교회 보물급 고문서들이 제대로 보존, 관리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고문서의 영구 보존을 위한 과학적인 처리 과정이 거의 전무할 뿐 아니라 제대로 시설과 조건을 갖춘 수장고가 거의 없어 유물들이 삭아가고 있다.
한국교회의 보물급 고문서들 중에는「김대건 신부와 최양업 신부의 친필 서한 원본」과「각종 순교자 증언록」「역대 교구장 문서」「황사영 백서」「주교 요지」「성경직해」등과 같은 초기교회 교리서 및 성서 등 이름만 들어도 그 비중을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이 수십, 수백 종을 헤아린다.
이들 중 비교적 보존이 잘 되고 있는「김대건 신부의 친필 서한 원본」의 경우도 유물 처리 전문가들은『전시할 것이 아니라 수장고에 보관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고문서는 보존 처리 여부와 과정에 따라 원본의 상태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다른 유물들과 달리 보존 처리 전문가들의 손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종이의 지질에 따라 특히 한지와 양지의 보존 처리 방법은 크게 다르기 때문에 귀중한 자료일수록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고문서의 보존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소독」이다. 고문서를 특수한 약물로 소독해 살균 살충하지 않으면 다른 유물에까지 퍼져 좀 먹게 함으로 고문서를 반입할 땐 반드시 철저한 소독을 해야 한다.
또 장정이 안 된 문서나 심한 것은 물론 경미한 훼손 부분이 있는 책들은 배접을 하고 원상태로 복원해 약품처리를 해야만 보존 기간이 길어진다.
이렇게 배접되고 원형이 복구된 고문서는「오동나무」로 만든 상자에다 넣어 수장고에 보관해야만 한다.
잘 짜여진 오동나무 상자에 고문서를 넣는 이유는 오동나무가 온도와 습도 조절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또 소독한 후「오동나무」상자에 고문서를 보관할 때에도 종이나 비단을 발라 만든「표갑」에 방충제와 방미제 등을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문화재 관리국 유물보존부 소재구씨는『고문서는 지정된 수장고에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유물 카드를 만들어 보존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씨는『전시관에 전시된 고문서의 경우 다른 유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연 2회 정도 전시장 전체 소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고의 유물 보존 처리 기술과 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종이를 다루는 유물 보존팀이 구성돼 있는 호암미술관의 이오희 실장은 『지질에 따른 전문적인 보존 처리 방법이 중요함으로 전문 기관에 보존 처리를 의뢰할 것』을 당부했다.
『보통 한지의 수명은 2천 년이나 양지의 경우는 극히 수명이 짧다』고 설명한 이오희 실장은『양지의 경우는 훼손을 막기 위해 중성지로 감싸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잉크로 쓰여진 문서는 잉크의 질에 따라 달리 처리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면서『귀중한 문헌이라고 생각되는 유물들은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거듭거듭 강조했다.
『교회의 공식적인 도움 요청이 있을 경우 기꺼이 돕겠다』는 이오희 실장은『우리 세대가 후손들에게 귀중한 조상들의 문화재를 넘겨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제대로 된 보존 처리 능력』이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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