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지방, 특히 지중해 연안국들을 찾아 성지순례를 하고 문화탐방을 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이 지역들을 소개하는 책자나 정보는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사전에 철저한 준비없이 막연히 지중해를 찾다 보면 수박 겉핥기 식의 무의미한 순례가 되기 쉽다. 이런 시점에서 권위 있는 신약성서 학자인 정양모 신부께서 펴낸「위대한 여행-사도 바오로의 발자취를 따라」는 지중해 연안국을 여행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귀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에는 사도 바오로의 활동 무대인 터키와 그리스 요르단과 시리아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이집트, 그리고 순교지인 이탈리아의 로마까지 모든 장소에 관한 교회사적인, 성서학적인, 고고학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둘째, 이 책은 사도 바오로의 발자취를 출생지인 다르소부터 순교지인 로마까지 사도 바오로가 거쳐간 순서대로 나열함으로써 그의 생애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이 책은 저자가 책상에 앉아 펴낸 것이 아니라 사도 바오로가 거쳐 갔던 곳을 10여 년 동안 직접 찾아 다니며 상세하게 역사적인 정보를 수집한 후에 책으로 엮은 그야말로 글로 발로 살펴본 후에 편찬한 책이다.
넷째, 사도 바오로가 개심하고 세례를 받은 다마스커스와 구약성서학적으로 교회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도시인 마리와 두라-유로포스가 속해 있는 시리아는 사회주의 국가로 매우 찾아 보기 힘든 나라이다. 필자께서는 시리아까지 직접 가셔서 직접 정보를 수집하셨으니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필자의 남다른 집념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다섯째, 이 책에는 단순한 교회사적인 고고학적인 소개 뿐만 아니라 이집트 문명 그리고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과 그리스 아테네 국립박물관에 관한 소개도 곁들여 있다.
여섯째, 부록편에서도 사도 바오로의 생애와 사상을 다루고 옛 지명과 현재 지명을 대조함으로써 사도 바오로를 공부하려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은 터키, 그리스, 요르단, 시리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도 바오로의 발자취를 이해하는 데 가장 탁월한 안내서임에 틀림 없다.
시중에 이와 유사한 책들이 몇 권 나와 있지만 대부분 역사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보다는 일종의 여행 감상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중해 연안국들에 대한 귀중한 역사적인 정보를 전하는 데 치중한 나머지 전반적인 내용이 좀 딱딱하다는 것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수한 이야기체로 쓰여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마디로 사도 바오로를 공부하는 이들 신자건 비신자건 지중해 연안국들을 다니면서 그 나라들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맙고 반가운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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