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일한 식민지 국가인 동티모르는 현재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심각한 탄압을 받고 있다. 정보의 차단과 강대국들의 이해가 엇갈려 동티모르의 참담한 현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자국의 독립을 위해 끝없는 투쟁을 해 온 동티모르 망명정부 외무장관직을 맡고 있는 호세 라모스 오르타씨와 동티모르교회의 벨로 주교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함으로 동티모르 문제는 전 세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티모르의 독립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던 본보는 동티모르 독립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국골롬반외방선교회 천 말라키 스미스 신부(변방선교 편집장)가 지난 7월 7일 런던에서 호세 라모스 오르타씨를 인터뷰한 기사를 게재하고자 한다. 일제 식민 치하에 시달려 온 경험이 있는 한국과 우리 교회가 동티모르의 독립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대담자 : 천 말라키 스미스 신부(한국골롬반외방선교회)
-가톨릭 선교 잡지와의 인터뷰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작든 크든 인쇄 매체와의 인터뷰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세 사람 아니 한 사람에게라도 전달되는 잡지라면 말입니다. 2천 년전의 12제자들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통신 수단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전하기 위해 그들은 낙타를 타고 여행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동티모르의 사도같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에게는 21세기의 기술로 온 세상에 말씀을 전할 수 있는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2천 년 전의 12사도가 행한 것과 이루어 낸 것이 기독교 문명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류의 현상이었다면, 우리는 그 이상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므로 큰 잡지든 작은 잡지든 인쇄 매체는 언제나 중요합니다.
-종교가 개인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었습니까?
▲사람들은 가끔은 종교의 도움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제가 항구한 길을 가게 만드는가 라고 제 자신에게 묻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제게 물으면 저는 이렇게 생각하곤 합니다. 어린 시절 가톨릭 학교에서 공부했던 시기에 얻은 내적인 용기가 그 원동력이 아닐까 라고 말입니다. 간혹 제 안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 오곤 합니다. 그것은 너의 의무이고 임무라고. 그리고 바로 그 목소리가 동티모르인의 투쟁을 계속해 나가는 데 필요한 힘과 용기와 지혜를 줍니다. 하느님이 제게 이런 일을 하도록 하시지 않았다면 다른 어떤 곳에서 제가 이와 같은 육체적인 힘과 지속할 수 있는 감정적이고 정신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 이것은 물리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이닙니다. 저에게서 믿음과 가능성을 송두리째 빼앗아 갈 만큼의 심각한 정신적 고통도 수없이 있었습니다.
-문제 해결을 방해하는 가장 주된 방해물은 무엇입니까?
▲동티모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우선 인도네시아 정부의 성격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어떤 대화의 노력도 보이지 않고, 오만하며 유연하지 못합니다. 두 번째로는 정부에 대한 국제적인 압력이 불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통한 국제적인 압력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중 매체의 지속적인 관심은 공개적인 의견 수렴을 가능하게 해 줄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티모르인들과 「공동의 형제애」를 구축하고 싶다고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십니까?
▲인도네시아와 혹은 세계 어느 집단과의 인간적인 형제애를 구축한다는 데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습니다 .우리는 「공동의 형제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웃에 맞서 폭력이나 힘을 행사하지 말아야 합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유연하게 그리고 관대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이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동티모르인들을 동물로 취급합니다. 당신이 원수를 만나거든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대할 때처럼 그렇게 대하지 마십시오.
-아시아 국가로 알려진 나라들이 인간의 권리를 중요한 요구 사랑으로 가지지 못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말은 무슨 의미입니까?
▲인간의 권리나 근본적인 자유, 법의 규착 등은 수 세기를 이어 온 보편적인 권리입니다. 과거의 주요한 철학자들이나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 등 모든 종교가 인내와 사랑과 인간 권리의 현대적인 개념을 역설합니다. 이것은 수 세기 동안의 다양한 집단에서 내려 온 전통에서 추출된 것입니다. 유다주의와 기독교도 이런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가치들이 다양한 국제 사회의 역사에서 성숙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권리라는 서양의 개념이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며 이 때문에 아시아인에게 이 개념을 받아들이자고 제안하고 싶습니다.
-필리핀의 권력이 동피모르와 미얀마에 보여 준 태도에 대해 실망하시지는 않으셨습니까? 기꺼이 이웃을 도우려는 태도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요?
▲저는 정말 대단히 실망했었습니다. 필리핀이 인간성의 자유를 가지게 된 것은 상당 부분 세계의 덕택입니다. 필리핀이 오랫동안 지속된 마르코스의 독재에 대항해 싸울 때 우리 모두가 결연히 일어나 그들을 지지했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의 권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독재를 없애기 위해 싸웠던 시민들이 지니고 있던 힘을 송두리째 배앗아 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그들은 동티모르와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저항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웅산 수지라는 뛰어난 여성을 피델 라모스와 비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피델 라모스는 마르코스와 싸우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필리핀 독재의 한 부분이었고, 불행하게도 지금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러니 그가 어떻게 미얀마인이나 동티모르인이 벌이고 있는 투쟁을 이해하기를 바라겠습니까?
-서방이 이제껏 하지 않은 일 중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는 서방세계가 도덕과 윤리 의식으로 인도네시아에 무기를 판매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바랍니다. 지금 현재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원히 말입니다. 저는 무기를 지닌 나라를 믿지 않습니다. 무기는 자원을 낭비하고, 이웃과의 전쟁에 빠져 들도록 만듭니다. 또 무기는 인간을 짓누릅니다. 왜 세계는 무기를 필요로 하며, 왜 세계는 군인을 필요로 합니까? 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를 발돋움하는 이 시점에 우리 모두는 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일을 해야만 합니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서방국들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개발도상국에게 무기를 판매하는 일을 중단하는 것입니다. 개발도상국들은 무기를 사기 위해 매년 21조 달러라는 거대한 금액을 선진국들에게 지불하고 있는데, 이것은 분명 자원의 낭비입니다.
-유럽 사람들은 당신들의 목소리를 더 확산시키는 시위나 반대운동과 같은 방법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동티모르인들은 어떻게 언론 자유를 완전히 탄압 당했습니까?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독재 권력입니다. 의견을 표명하기 위한 반대운동이나 시가 데모 등은 가장 온건한 형태로라도 허가되어지지 않습니다. 최근에 동티모르의 한 학생이 시위 주도로 8년형에 처해지는 불운을 겪기도 했는데, 나는 이 사건을 국제 앰네스티에 팩스로 알렸습니다. 팩스나 인터넷을 통해 동티모르가 직면한 잔인한 권력에 대해 전 세계에 알려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분단으로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경험 중에서 한국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우선 한국인에게 많은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들은 정말 뛰어난 전투가이며 용맹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용기라는 특별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서울과 광주의 항쟁을 통해 독재를 무너뜨렸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부정을 저지른 전 대통령들을 수감시켰습니다. 이것은 세계의 다른 독재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동시에 저는 한국 국민들이 수감된 지도자들에게 보다 큰 관대함을 베푼다면 더 위대해지리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물론 이런 일이 되풀이 되게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때때로 정의는 복수와 혼동되기도 합니다. 복수를 자행하고는 그것을 정의라고 부릅니다. 한국인들은 독재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재판에 회부하는 놀라운 성숙함을 보여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인에게 가장 좋은 것은 용서하는 것임을 믿습니다. 물론 용서란 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진실한 회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