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창작 예술품에 대한 무단 복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성물의 마구잡이식 복제와 혼탁한 유통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지난 95년 국내 성물의 유통 실태와 수입산 저급 성물 반입문제를 특종 보도해 경종을 올린 바 있다.
당시 교회 내에서 상당히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이 보도는 이듬해 초 주교회의 문화위원회(위원장=장익 주교)와 서울가톨릭미술인협회가 주체가 되어 개최한 세미나에서「성물」문제를 다루게 됨으로써 결실을 맺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더구나 과거 베트남산 성상의 반입이 중단된 반면, 최근엔 다른 업자에 의해 중국산 성상들이 대량 유입됨으로써 국내 성물시장의 과열 혼탁 양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국내 생산자들의 하소연이다.
이에 본보는 국내 성물시장의 실태와 현황을 고질적인「유통」문제를 중심으로 2회에 걸쳐 짚어 본다.
이를 계기로 차제에 일반 가정용 성물뿐 아니라 제구와 교회 장식물을 비롯한 교회 내 창작 예술분야 전반에 관한 진단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한국 천주교회 성물의 역사
사실 국내에서 성물이 어떻게 유입되고 그 나름대로의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몇몇 증언들을 토대로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한국 천주교회 안에서 지금과 같이 성물이 범람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50년대까지만 해도 외국의 선교 사제들이 본국에서, 혹은 국내 사제나 수도자들이 해외에서 묵주나 십자고상 등을 들여와 신자들에게 나눠 주거나 수도원에서 비매품으로 소량을 만들어 보급하던 것이 대부분이었다.
50년대를 넘기면서 국내엔「찬미사」와「성림사」라는 두 군데의 성물제작 납품업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외국산 성물에 비해 조악스럽기는 했지만 비싼 가격 탓에 쉽게 엄두를 못 내던 외국산에 비하면 그래도 이들 업체들이 국내에 성물을 보급시키는 데 일조를 한 것으로 볼 수있다.
그러나 60년대 들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국내 한 생산자의 작품이 나오면서 이들 업체는 쇠퇴하기 시작한다.
70년대에 생겨난「마켈란젤로 미술원」은 이들 두 업체 직원들을 흡수해 재기를 시도했으나 결국 국내 성물시장의 영세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와해됐고, 당시 직원들이 전국에 흩어지면서 성물에 손 대기 시작한 것이 70년대 이후 국내 성물시장을 형성했다고 보여진다. 모든 경제가 그러하듯 성물도 일반 사회의 경제력 향상과 더불어 차츰 본격적인 시장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고 그 규모도 커졌다.
70년대 후반에 들어 와서는 나름대로 차를 가지고 제조 공장에서 물건을 발주하고 그것에 일정의 마진을 붙여 성물 판매소에 보급하는 도매형태의 독자적인 성물업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80년대 중반에 이르러 한국천주교회의 양적 팽창과 더불어 성물시장 역시 급격한 신장세를 보여 현재 국내 성물시장에 참여하는 업체는 줄잡아 20여 군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며 취급하는 품목도 수백 가지에 이른다.
국내 성물시장은 90년대 초를 넘기면서 신장세가 주춤한 데다 후발업체들과의 과다경쟁 등을 이유로 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성물의 유통 구조 현황
교회에서 성물이란 공적인 전례에 쓰이는 제구와 사적인 기도를 위한 도구, 신심생활을 돕는 성화나 성상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좁은 의미로는 제구나 교회 건축과 그 부속물들과 구별되어 일반 신자들이 가정과 교회에서 기도생활을 할 때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칭한다.
여기에 요즈음 와서는 일반 팬시용품의 영향을 받아 악세사리화된 준성물도 혼합되어 시장을 이루고 있다.
오늘날 수십 대의 차들이 각 본당을 오가며 경쟁적으로 판매전을 펼치지만 많은 수의 제품들이 중복되어 있고 또한 그 가격도 천차만별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제조 공장은 따로 두고 기존의 업체들이나 소위「나까마」로 불리는 도매업자들이 나름대로의 상호를 갖고 성물 판매소와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결국 국내 성물시장은 어떤 통제도 전혀 없이 자유 시장의 원리가 원시적으로 적용되는 어떻게 보면 참으로 신기한 시장이기도 하다.
각 업체들이 등록이나 허가를 받고 활동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따리 장사를 포함해 얼마만큼의 업자가 있고, 어느 정도의 규모를 이루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고 최근에는 수입산 성물들까지 활개를 치고 있어 유통상의 혼란과 과열경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산 성상 수입문제
원산지 표시 삭제 실정법 위배, 국내 생산업자 도산 “불 보듯” 복제품 난립 등 해결책 시급
중국산 성상의 국내 유입문제는 수입품의 가격과 질적인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국내 생산자들의 창작 의욕을 꺾고 종래에는 국내 생산업자들의 파산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중국산 성상의 수입 물량은 매월 콘테이너(20피트) 2대 분량, 약 4~5천 개에 이른다. 연간 5~6만 개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중국「대련」에 공장이 있으며 유입되는 물량으로 봐서 현지 일용 근로자는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물론 성상들은 전량 복제품이다.
물건은 수입 대행업체를 통해 들여오며 성물업체가 직판은 하지 않고 전량 도매업자에 넘겨 시중에 유통시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00% 완제품으로 수입되며 부산을 통해 들어와 일반 트럭에 적재되어 수입자의 연고지인 수원으로 이송된다. 수원 현지에서 해체된 뒤 성상 뒷면 하단에 표기된「MADE IN CHINA」표시를 페인트로 덧칠해 지운 후 국내산으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중국산 성상은 우선 원산지 표기를 삭제한다는 점에서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당한 이유와 근거를 갖고 수입 유통된다면 원산지를 삭제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입 성상들은 소위 덤핑으로 싼 값에 전국에 유포돼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상실과 그에 따른 국내 생산업자의 도산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중국산 성상의 반입 자체는 문제 삼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산지 삭제라는 불법적인 행위와 그로 인해 국내 성물시장의 혼란과 국내 생산업자들의 도산이라는 극한 상황을 초래한다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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