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아시아의 시대라는 데에 이제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희망의 대륙에 내일의 교회를 거는 아시아 주교 대의원회의 특별총회가 준비되고 있다. 세계교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아시아 주교 대의원회의 특별총회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신 복음화, 다종교 사회 안에서의 일치와 화해 등 아시아가 직면한 문제들을 총 망라하는 회의로 개최될 예정이다. 모두 16명으로 구성된 아시아 주교 대의원회의 특별총회 준비위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춘천교구장 장익 주교를 특별히 추대, 이번 회의의 개최 배경, 준비과정, 그리고 개최 의의 등을 알아 보았다.
「아시아에서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봉사의 사명:사람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고자......」(요한 10, 10)를 주제로 내년 4월~5월 사이에 열리는 이 특별회의는 95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의 준비과정을 거쳐 의안 개요를 준비했으며, 한국교회를 포함 아시아 각국 교회는 7월 말 현재 의제 개요 설문에 대한 각국 교회의 응답을 교황청에 제출한 바 있다.
◆개최 배경
「아시아는 불교, 힌두교 등 고등종교의 발생지로 종교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대륙입니다. 극심한 시련을 겪은 바 있고 아직도 겪고 있는 서구에서의 경험을 갖고 있는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적 삶과 영성이 아직은 무르익지 않은 아시아 교회에서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고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의견을 수렴, 2천년대 신 복음화의 정책을 수렴하기 위해 내년 회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주교 대의원회의 특별총회」준비위원회인 장익 주교는「소수 교회로서 가톨릭교회가 아시아에서 어떻게 그 역할을 찾아 나갈 것인가 등 근원적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이번 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장 주교는「이번 회의가 화해와 평화를 위한 2천년 대희년의 신 복음화를 주창하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큰 관심 속에서 준비되고 있다」고 전하면서「다양한 민족과 종교, 그리고 다양한 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대륙에서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보편 교회로서의 역할을 보다 충실하게 하기 위한 진지한 대화가 이번 회의의 중심을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랜 그리스도교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서방교회와는 전혀 다른 정서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아시아의 특성을 살리면서 그리스도의 심성 즉 그리스도화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장 주교는 이번 회의에서는 또「어떻게 예수 그리스도가 만인을 위한 보편적이고 유일하며 결정적인 구원자인가를 생각하는 등 그리스도교 역사상 그리스도의 본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편 다종교 문화권에서 어떻게 구원자 그리스도께 대한 고백을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구원자 그리스도는「사랑과 봉사의 사명」으로 아시아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즉 아시아에서의 선교에 있어 그리스도교만이 옳다는 식이 아니라 타 종교와의 관계에서「사랑과 봉사를 실현해 주는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회의라는 것이다.
「아시아 주교 대의원회의 특별총회」는 공의회 이후 세계 모든 주교들의 사목적 필요성에 따라 대륙별 시노드 개최의 일환으로 준비되고 있다. 특히 타 종교와의 대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강한 의지로 2천년이 되기 전에 지역 주교회의를 마친다는 계획 아래 이미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는 지역 시노드를 개최했고, 아시아를 포함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대륙이 현재 준비 중에 있다.
교황청은 이러한 지역 주교회의를 바탕으로 오는 1999년 늦가을 또는 2천년대 초에 세계 주교회의를 열어, 21세기 가톨릭교회의 방향과 정체성 정립을 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세계 주교회의는 총 여섯 번이 열린 바 있다.
장익 주교는 이에 대해 「20세기를 마감하는 99년도나 21세기가 시작되는 2천년대 초반에 세계 주교회의를 개최하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하고 「서구사회 안에서의 종교의 쇠퇴기를 경험한 바 있는 가톨릭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아시아 주교회의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준비 상황
현재 「아시아 주교 대의원회의 특별총회」준비위는 지난 95년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첫 준비모임을 시작한 이래 96년 2월, 97년 2월 등 총 3번의 회의를 개최했다.
준비모임에는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톰코 추기경, 인도네시아 세마랑의 다르마앗마짜 대주교, 스리랑카 주교회의 의장 페르난도 주교, 베트남 나짱교구의 구엔 반화 주교, 일본 나가사끼교구 시마모토 대주교, 성지 예루살렘 사바 총주교, 그리고 한국 춘천교구의 장익 주교 등 총 16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은 현재까지 주제는 물론 회의 시기와 장소, 규모, 의제 개요(Lineamenta) 작성 등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준비위는 오는 9월 30일부터 10월 5일에도 4번째 준비모임을 갖고 각국의 주교회의에서 보내온 응답을 종합, 분석을 통해「작업안」을 작성하게 된다.
장익 주교는「이 준비모임 참석자들은 각 교회 대표자격으로 참석하는 게 아니라 개인자격에 의해 소집된 것」이라고 밝히고「오는 9월 말 회의를 통해 의제 개요를 종합, 내년에 열릴 회의의 기초자료를 확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 주교는 또「구 소련지역, 극동지역 등이 아시아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아시아교회의 특성이 너무 광범위해 회의 준비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전하면서「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중요성 때문에 이번 회의는 가톨릭교회에 엄청난 변화와 새로운 방향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익 주교는「몰락해 가는 서구교회가 새로운 돌파구로서 아시아 대륙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그렇기 때문에 이번 회의는 전 세계 가톨릭교회로 봐선 대단히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전 세계 인구의 1/4이 몰려 있는 중국교회는 이번 회의의 또 다른 의미를 제공하고 있다. 준비모임에 중국지역 주교회의 의장 샨 주교가 참석하고 있는 것처럼 머지 않아 세계 무대에 전면적으로 등장할 중국교회는 고도의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한 고등종교의 산실이기도 하다.
장 주교는「거대한 인구를 갖고 있는 중국교회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새로운 인류의 미래, 교회의 미래로서 중국교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개최 의의
변화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인류 생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 대륙은 종교 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도 21세기의 중심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준비되고 있는 이번 회의는 그렇기 때문에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장익 주교도「아시아 지역은 고품격의 풍요한 정신 문화유산이 존재하고 있는 반면 경제 질서의 불균형, 불안한 정치 상황 등으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물론 여성과 어린이 착취, 독재 등 비인간한 현상이 두드러진 이중적 구조현상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고 전제하고「경제적 후진국들이 많은 아시아에서 교회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역할과 방향이 검토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중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다양한 문화권이 한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는 아시아 대륙의 개념은 지역을 넘어 전 세계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도 갖고 있다. 서구 사회보다 경제적인 낙후성으로 인해 세계의 중심이 되지 못해 왔지만 현재 세계 모든 사람들은 아시아가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21세기의 중심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즉「아시아 주교 대의원회의 특별총회」개최 의의는 바로 교회가 변화하는 세계 정세의 흐름을 간파하고, 어떻게 이 변혁의 물결을 헤치고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응답을 하고자 하는 데 있다.
한국교회도「의제 개요 설문지」에 대해 최근 각 교구 주교들의 의견을 수렴, 이를 종합 로마 교황청에 보고한 바 있다.
장익 주교는「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창하고 있는 2천년대 신 복음화의 골자는 바로 화해와 평화의 역할을 교회가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종교 문화적으로 세계의 중심에 있는 아시아 대륙에 속해 있는 한국교회 역시 이 같은 시대적 징표에 부응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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