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리스도 강생 후 1천년대는 유럽교회의 시대였고 2천년대가 신대륙교회의 시대였다면 제3의 천년대는 아시아교회의 시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희년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아시아교회의 시대. 그러나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다. 세계 인구의 60%인 33억이 살고 있는 거대한 대륙에서 가톨릭교회는 주민의 2.76%에 불과 한 8천9백만 명의 신자를 지닌 소수 종교이며 그나마 신자의 4분의 3이 필리핀과 인도에 몰려 있다.
또한 사상사가 일천했던 유럽이나 신대륙과는 달리 위대한 사상과 오랜 종교적 전통이 아시아교회 시대를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이 아직도 죽의 장막에 둘러쌓여 있다. 지금도 순교자가 태어나고 있는 고난의 땅이다.
중국이 개방의 길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경제의 관점일 뿐 인권이나 신앙은 아직도 공산정권 아래 신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교회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교회의 부흥이 막중하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중국교회의 부흥에는 무엇보다 같은 민족인 타이완교회의 역할이 막중함도 역시 불을 보듯 뻔한 이치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타이완교회를 중국교회를 위한 교량교회로 지칭한 것은 중국교회의 부흥에 타이완교회가 얼마나 큰 사명을 띄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대륙선교를 위한 선택
타이완 주교단은 90년 사도좌 정기방문에서 본토 교회와의 화해를 바라는 교황의 요청에 대해 타이완교회는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본토 교회와의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전례, 교의, 재정분야에서 본토 교회를 돕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완교회의 대륙 선교를 위한 자세는 한마디로 비밀스럽다. 이는 중국의 상황과 타이완교회 내부 사정이 이를 증명하고 있는데 중국교회는 지상교회와 지하교회로 구별되어 있고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지상교회도 통제를 받고 있다. 또한 타이완교회는 중국의 현 공산당 정권을 피해 대륙에서 쫓겨온 쓰라린 과거를 간직하고 있으며 교구보다는 수도회 활동이 더욱 활발한 교회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타이완교회는 공산정권을 반대하고 바티칸에 충성을 다하는 지하교회 중심으로 지원의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되고 자연히 지상교회를 포함하는 전 중국교회와 바티칸의 친교 회복에는 미온적일 수밖에 없는 상태에 있다. 또한 수도회들은 타이완으로 건너 오기 이전 자신들이 활동했던 대륙지역만을 중심으로 교세 회복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7월 1일 홍콩이 중국에 반환됨으로써 타이완교회도 대륙선교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은 홍콩 귀속과 함께 일국양제라는 전대미문의 방식을 채택했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 2만3천 달러, 수출 1천8백억 달러 등 거대한 홍콩 경제가 가져다 줄 이익을 지속시킴과 동시에 타이완 통일을 염두에 둔 절묘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체제는 홍콩의 귀속과 함께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게 될 광동성 푸지엔성 등 화남경제권과 99년에 반환될 마카오는 물론 장차 타이완까지 아우르는 대 중화 경제권을 이루겠다는 중국의 구상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구상은 홍콩의 민주화 정신이 중국에 스며드는 대륙의 홍콩화 현상을 가져오게 될 것도 당연한 이치다.
바로 이점에서 타이완교회는 홍콩교회는 물론 마카오,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모든 화교교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민족 동질감을 회복하면서 선교의 공동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사명을 불사르고 있다.
통일이 체제간의 통합보다 민간 교류 등을 통한 동질감 회복이 먼저 필요하듯이 교회 관계자들도 중국교회의 부흥도 중국교회 대 타이완 교회간의 관계접근 보다는 잦은 교류 속에서 신자 개개인이 선교의 자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든든한 후원자로서의 타이완교회가 더 일차적이고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홍콩의 귀속과 함께 홍콩특별자치구 기본법 제 32조를 통해 종교 자유를 인정했고 41조를 통해 홍콩교회가 바티칸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그만큼 대륙의 홍콩화 아니 대륙의 복음화를 위한 자리는 홍콩반환 이전보다는 훨씬 더 열려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타이완교회가 현 중국 정부를 부정하고 원상 복귀만을 고집한다면 체제의 붕괴를 우려한 중국 정부의 간섭으로 인한 홍콩의 대륙화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불행히도 이런 상황이 다가온다면 일국양제 안에서 교회는 다시 인권 언론과 함께 3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중국정부가 홍콩 귀속을 타이완 통일의 모델로 보고 있다면 타이완교회도 이에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체제와 형식보다는 복음적 삶의 자리를 구축하는데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까지 타이완교회가 대륙 선교를 위해 성서, 교리책 및 각종 물적 지원을 통해 애써 왔다면 이제부터는 풍부한 타이완교회의 영성을 나눔으로써 중국교회가 이를 자양분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되려면 타이완교회가 먼저 풍요로워져야 한다.
교회 체제가 어떻든지간에 신자들에게는 하나의 교회, 한 분의 구세주가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아시아를 위한 연대
타이완은 한국처럼 체제 대립의 사회 속에 있고 정치 경제가 비슷한 발전 양상을 띄어 왔다.
또한 타이완교회는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함께 유교 문화권에 속해 있어 정신적, 문화적으로도 연대가 많은 나라이다. 그리고 아시아는 불행하게도 많은 지역에서 많은 비복음적 행태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부장적 전통에 의한 여성과 어린이의 학대, 발전 도상에서 유린되는 생태 환경,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가난, 체제 유지에 유린되는 인권 등 반생명적인 문화들, 교회가 앞장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현실들이 너무 많다.
지난 95년 아시아 주교회의는 6차 총회에서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아시아를 죽음의 상황으로 만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항하고 생명에 대한 사목적 관심을 재확인하는 메시지를 채택했다.
이런 점에서 타이완교회가 2천년 대희년을 맞이하며 믿음, 희망, 자비의 가정 건설을 목표로 내건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정이 생명의 성소라는 타이완교회의 이 목표 설정은 비단 타이완교회 뿐 아니라 아시아 전교회의 문제이며 함께 더불어 싸워 나아가야할 목표이다.
◆타이완 주교회의 의장 산 꿔시(單國璽)주교
“아시아교회 가능성 ‘무궁무진” “조심스런 대륙선교 한국교회 큰 역할 기대”
대륙선교와 관련하여 타이완 주교회의 의장 산꿔시(單國璽) 까오슝 교구장 주교는 말을 아끼다 못해 보도 자체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산 주교의 이 말은 대륙선교와 관련 타이완교회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산 주교는 대륙선교는 『한마디로 굉장히 비밀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정부에 알려지게 되면 중국 현지 신자들이 또 다른 고통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는 염려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북한 베트남 등지에서 공산주의의 실패와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들에서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나타나는 등 인류의 문제가 변화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산 주교는『결국 신앙 안에서 이 모든 문제를 풀어가야 하고 대륙선교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교회는 현재 지상교회와 지하교회로 나뉘어져 있고 지하교회의 실상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교회재건을 돕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산 주교는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이 워낙 광범위한 지역이라 타이완교회 자체의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많다』면서 산 주교는 대륙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산 주교는『한국은 신자 수나 지리적 위치, 그리고 무엇보다 열심한 활동상에 비추어 볼 때 대륙선교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면서 한국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를 요청했다.
산 주교는 또한 아시아교회 속에서의 타이완교회의 역할에 대해『아직은 타이완이 힘든 입장에 있다』고 밝히고『그러나 아시아교회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한 만큼 끊임없이 기도하면서 희망을 쌓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에 대해 특히 많은 애정을 보인 산 주교는『평신도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교회라서 그런지 한국교회 신자들은 매우 적극적인 반면 타이완교회 신자들은 소극적이며 피동적』이라고 지적하고『우리는 한국교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 주교는 성직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이완교회에 풍습이 비슷한 한국 성직자 수도자들의 많은 도움을 바란다고 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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