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머리 깎으러 가자!” 구정이 며칠 지난 어느 날, 아는 신부님과 함께 이발을 하러 가게 되었습니다. ‘새해 인사’를 나누며 함께 길을 가는데 그 신부님은 이러한 말을 하였습니다.
“어릴 때 나는 시골에서 자랐는데 구정 때 세배를 하면 세뱃돈이 생기잖아. 당시에 나는 양갱을 무척 좋아했는데, 세배가 끝난 오후 양갱 사먹으러 집을 나갈려고 하면 어머니가 늘 나를 붙잡았어. 그리고 받은 세뱃돈을 다 내놓으라는 거야! 세뱃돈이 생길 때의 즐거움이 채 가시기 전에 어머니에게 세뱃돈 다 뺏길 때의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지!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생각해보니 세뱃돈을 가져간 지 몇 달 뒤에 어머니는 나에게 축구화나 축구공, 자전거를 선물로 사주신 적이 있었어.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그게 아마 나의 세뱃돈과 어머니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랑 합쳐져 사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 어머니는 내가 받은 세뱃돈을 한 순간 달콤한 양갱 사먹는데 쓰게 하기보다는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을 사게 하고 싶었던 거야.”
“에이, 그러면 어머니가 세뱃돈을 가져갈 때 그러한 것을 사기 위해 ‘돈을 아껴라’ 혹은 ‘내가 그 돈을 가지고 있으마’ 뭐,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냐, 아냐. 만약 어머니가 그렇게 말을 했다 하더라도, 당시 어린 나에게는 ‘이 다음에 더 좋은 것’을 위해서 지금 현재, 순간의 달콤한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선택이 아니었어. 어쩌면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실 수도 있었지만, 그 말이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니, 조금씩 어른이 될수록 ‘더 좋은 것을 위해 순간의 달콤한 것을 포기하고 기다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아.”
“더 좋은 것을 위해서, 순간 달콤한 것을 포기하고, 기다리는 것. 와, 정말 묵상거리인데?”
“우리 신앙이 그런 것 같아. 하느님은 우리에게 더 좋은 것을 주시려는 분이라는 것, 그거 다 알잖아. 그런데 일상에서는 달콤한 원의나 유혹이 늘 주변에 도사리고 있잖아. 때로는 달콤한 원의를 포기하고, 온전히 하느님 안에서 더 좋은 것을 기도 중에 기다리는 것. 그것이 신앙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우리 어머니도 내게 더 좋은 것을 주셨는데 하느님이야 오죽하시겠어?”
살면서 우리는 달콤한 원의나 바람들의 유혹에 얽매여 때로는 더 가지거나, 누리지 못해 어린이가 떼를 쓰듯 투덜거리고 실망하고는 합니다. 하지만 ‘십자가의 부활’을 믿는 우리는 그분이 더 좋은 것을 주시려는 것을 알기에 달콤함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더 가지고, 누리려는 이들을 보면서도 ‘그들은 그들대로 그렇게 살 수도 있겠지’하면서 우리는 우리대로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기도, 침묵, 성경 안에서 찾으며 기다리는 삶. 그리 달콤하지는 못해도 익숙해지면 질리지 않는, 매력적인 삶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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