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새터민의 수가 2만 명을 넘어서고 수원교구가 속한 경기도에만 그 26%인 5000여 명(2011년 6월 기준)에 이르러 전국 시·도 중 두 번째로 새터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사정이 어려워짐에 따라 목숨을 걸고 남한을 찾는 이들이 늘어 해마다 2000∼3000여 명의 새터민들이 새롭게 들어오고 있다. 이처럼 새터민의 수가 날로 늘어 이들을 위한 교회의 배려와 관심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신자들에게 새터민의 존재는 멀기만 하다. 이런 무관심 속에서도 새터민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청년들의 단체가 있다. 바로 온새미(회장 정성엽 요한, 영성지도 김종남 신부)다.
정다금(율리아·대학동본당)씨가 처음 온새미를 찾은 것은 호기심에서였다. 살레시오 수도회의 청소년예방교육을 받는 등 평소 멘토링에 관심이 있었던 정씨는 새터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그런 궁금함에 멘토링 초기엔 이것저것 질문도 많이 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만남이 쌓여나가면서 그런 궁금함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들은 사람들이 ‘새터민’이라는 인식의 울타리에 가둬뒀다는 것 이외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정씨는 이제 색안경을 끼고 새터민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더 이상 ‘북한’이라는 이미지를 새터민들에게 투사해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분들은 다만 우리보다 조금 늦게 남한에 왔을 뿐이에요. 우리는 한민족입니다.”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소속으로 2008년 활동을 시작한 온새미는 ‘가르거나 쪼개지 않은 본모습 그대로’라는 순우리말의 그 뜻처럼 남과 북을 가르는 우리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작게는 새터민의 남한 적응을 돕고 크게는 통일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통일부의 통계 따르면 약 60%의 새터민이 20∼30대, 즉 청년층이다. 온새미는 이 청년 새터민들이 보다 빠르게 남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멘토링으로 결연된 온새미 회원들은 책을 고르는 것부터 직접 지도에 이르기까지 학습을 지원하고 영화, 미술관 관람 등 문화 활동을 함께한다.
새터민은 젊은 층이 많은 만큼 온새미는 그들의 자녀를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온새미 회원들은 하나원의 종교행사시간에 아이들을 돌보고, 교구에서 운영하는 새터민 자녀시설인 ‘나르샤의 집’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학습봉사활동을 실시한다.
이렇게 새터민을 만나면서 알게 모르게 머릿속에 자리 잡았던 새터민에 대한 편견이 풀려나가고, 새터민을 만나는 일은 더 이상 봉사가 아니라 친구를 만나는 일이 된다.
김보은(안젤라·포일본당)씨는 “새터민들은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각계각층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새터민과 만난다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을 텐데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온새미는 새터민과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노력하고 있다. 온새미 회원들을 위한 연수는 물론이고 외부기관에서 실시하는 통일 관련 교육에도 참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청년통일학교 등의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멘토와 멘티가 함께하는 캠프, 새터민의 날 행사, 새터민과 함께하는 송년의 밤 등 새터민 관련 행사에 참가하며 새터민에 대한 위화감을 없애는 문화작업도 펼치고 있다. 특히 올 2012년 여름에는 온새미가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통일캠프’를 준비하고 있어 3∼4월에는 통일캠프에 함께할 스테프를 모집할 계획이다.
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김종남 신부는 “독일의 통일에서도 서독교회가 큰 역할을 했듯이 한국교회 역시 통일을 위한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며 “통일에 대한 뜻있는 청년들이 모인 온새미가 앞으로 더 성장해 교회 안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 문의 : 031-268-8523 교구 민족화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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