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교리적 이해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개별 성사에 대해 교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톨릭교회의 보편적인 교리서인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 교리서는 1992년 11월에 신앙과 도덕에 관한 모든 가톨릭 교리를 망라하는 교리서이자 개요서로서 여러 지방에서 작성될 교리서 혹은 개요서의 근거로 삼을 규범서로 발표된 것이고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 교리교육위원회에서 번역작업을 실시한 후 부분별로 완역한 것을 1994년부터 출판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일곱가지 성사이기에 교회의 칠성사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는 그 교리서의 제2편, 제2부를 이루고 있는 가톨릭교회의 성사에 대한 교리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일곱가지 성사들이 마치 인간의 자연적인 생활의 단계들과 비슷하게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을 탄생시키고 성장시키며 치유하고 사명을 부여하는 등 그리스도인 생활의 중요한 모든 단계와 시기에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1210조) 개별 성사들에 대해서 설명을 할 때에도 기본적으로 세 가지 단계 즉 입문의 단계에 해당하는 성사들과 치유의 단계에 해당하는 성사들 그리고 일치와 사명을 위한 단계에 해당하는 성사들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 성사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을 중요시하면서 개별 성사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성들을 교리의 차원에서 종합ㆍ정리해 보고 평가를 해 봄으로써 그 결과를 우리들의 현실에 적절한 교리서의 편찬작업을 시행해 나갈 경우 쓰여질 수 있는 참조자료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개별 성사의 제정에 관한 교리
<교리서>는 개별 성사들의 제정에 관한 교리를 가르치기 앞서 트렌트공의회 제7회기에서 작성된 성사에 관한 교령을 참조하면서 성사 제정에 관한 전반적인 교리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우리는 「성서의 가르침과 사도전승과(......) 교부들의 일치된 의견을 충실히 받아들여」, 「신약의 성사들이 모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세워졌다는 것을」고백한다』
<교리서>가 밝힌 이 내용만을 대하다 보면 <교리서> 자체가 말했듯이 스스로 전통에 지극히 충실하고 그 충실함으로 인해서 모든 성사 하나 하나가 개별적으로 직접 그리스도에 의해서 제정된 그대로 한 치의 변함도 없이 전수되어 온 것임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교리서>의 의도를 오해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교리서>는 그러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그리스도의 제정성을 일단 그리스도론적으로 설명한다. 이미 512-560조를 통해서 길게 전개했던 『그리스도 생애의 신비』를 참조하는 가운데 그 신비들이 『이제 그리스도께서 당신 교회의 봉사 직무자들을 통해 성사 안에서 나누어 주시는 것의 기초가 된다』고 말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생애의 신비들과 성사들의 불가분성을 밝히고 있다. 요컨대 성사들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위 즉 그분의 전 인격적 생애 안에서 그 제정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교리서>가 성사들의 전수를 말하기 위해서는 성령론적이면서도 교회론적으로 설명한다. 성령의 인도에 따라 생활하는 교회는 그 성령을 파견하신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서 활동하시는 『그리스도의 성사』인데 그 교회가 자신이 거행하는 전례들 가운데 주님이 세우신 온전한 성사로서 일곱가지가 있다는 것을 식별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또 바로 이런 이유로 <교리서>는 그 성사들을 『성령의 행위인 성사들』이라고 칭한다.
<교리서>가 개별 성사들의 제정과 전수에 관한 교리를 가르칠 때 취하고 있는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먼저 제정의 근거를 말하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언행을 중심으로 한 그분의 생애의 신비를 그리스도론 적으로 소개한다. 그분의 말씀이나 행동이 개별 성사들의 설정의 직접적인 근거라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파스카를 통해서 모든 사람을 위해 세례의 샘을 열어 주셨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예루살렘에서 당신이 받으시게 될 수난을 『받아야 할 세례』(마르 210, 38) 라고 이미 말씀하신 일이 있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창에 찔린 옆구리에서 흘러 나온 피와 물은 새로운 생명의 성사들인 세례와 성체성사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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