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목어 어름치가 헤엄치고 수달과 딱따구리가 노닐며 국내 식물 종의 20%가 분포
“내린천은 오대산과 점봉산의 물줄기가 하나로 이어져 소양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 다. 인근 점봉산 점태산 등은 녹지자연도 9등급으로 수령 2백 년 이상의 신갈나무와 금강소나무의 군락지 등으로 이뤄진 한반도 유일의 원시림이다.”
몇천 년을 이어온 생태계의 보고「내린천」. 혹자는 인근 설악산보다도 오히려 생태학적으로 월등한 산과 물이라고도 한다. 국내 유일의 원시림지대인 강원도 인제 내린천이 계곡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물 속 깊이 잠겨 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내린천에 팔당호 버금가는 대규모 다목적댐을 건설할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제군은 온통 무모하다시피 한 이 계획에 반대하는 여론으로 들끓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소양강댐 상류의 내린천에 저수량 2억t 규모의 다목적댐을 건설키로 하고 현재 타당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내년 말까지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99년 착공해 2003년 완공할 계획이다.
댐 건설이 알려지면서 가장 먼저 반대 서명에 나선 곳이 기린면, 면 관할 15개 리 모두 수장될 운명에 처한 곳이다. 기린본당(주임=박우성 신부)을 필두로 홍천 인제 양구 원통 신남 서석 양덕원 성산 등 9개 본당에서 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기린면에서 7월 14일 열린「인제댐 건설 결사 반대 결의대회」에는 마을이 생긴 뒤 처음으로 1천3백여 주민들이 모여 곧바로 서명운동과 모금운동에 들어갔다. 그리고 인제군 차원에서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기린면에서도「소양강댐 상류 보조댐 건설대책위원회」(공동대표=김부권ㆍ김봉)가 결성됐다.
4만 인제 군민의 서명을 받아 정부에 댐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대책위는 곧바로「투쟁위」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댐이 건설되면 기린면에서 5천여 명, 상남면에서 3천여 명 정도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 기린면 대책위원회 위원장 김부권씨(43) 역시 이 곳에서만 14대째 살아온 장본인으로 선조들의 묘가 1백여 장이 있다.
김씨는 댐 건설로 인해 내린천이 수장될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우리야 쫗겨난다 해도 어디선들 못 살겠습니까, 하지만 자연은 이제 더 이상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죄 받습니다. 차선이 없습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내린천은 오대산과 점봉산의 물줄기가 하나로 이어져 소양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전국 어느 명소보다도 내린천은 원시의 생명력이 살아 숨쉰다. 인근 점봉산 점태산 등은 녹지 자연도 9등급으로 수령 2백 년 이상의 신갈나무와 금강소나무의 군락지 등 한반도 유일의 원시림이 형성돼 있다.
내린천의 생태학적 중요성은 특히 열목어(특정 야생동물)와 어름치(천연기념물 259호)와 같은 민물고기의 보고라는 점에서 더 두드러진다. 댐이 건설되는 과정에서의 오염은 물론 일단 댐이 건설된 후에는 물이 정체돼 수온이 오르고 수질오염과 함께 물고기의 먹이들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천연 어종의 멸종은 이미 예상되는 결과이다.
내린천 인근에는 그 외에도 보기 힘든 귀한 동물종들이 많이 분포돼 있다. 한국자연보존협회가 지난 두 해 동안 내린천 상류 방태산 일대의 자연생태를 조사한 결과 환경부 지정 특정 야생동물인 꼬리치레도룡뇽과 열목어, 천연기념물인 수달, 어름치, 하늘다람쥐, 희귀종인 대륙목도리담비, 큰오색딱따구리, 검은줄밤이뻐꾸기 등이 즐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물은 우리나라 전체 식물 종의 20%가 이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인공호 주변에 안개가 늘어나면서 국지적 기상변화와 일조량 부족 등 일대에 전반적인 생태계 변화를 야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해마다 집중 호우기엔 소양강댐이 흘려 보내는 물보다 상류에서 들어오는 물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소양강댐의 홍수조절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불 이곳에 보조댐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환경, 생태계 파괴라는 또 다른 재앙을 낳을 것이라는 염려를 무시할 수 없다.
댐 건설 반대 서명을 맨 먼저 시작한 기린본당도 댐이 건설되면 다른 마을과 함께 성당이 완전히 물에 잠길 운명이다. 50년대 이전부터 공동체가 구성되어 주로 군종신부들이 부임해 사목해 왔고 94년 본당으로 승격된지 3년 만에 성당은 아예 통째로 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박 신부는 반대운동 지원에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니지만 무엇보다도 정부 측의 무모한 정책에, 나오느니 한숨이다. 『여기는 한반도에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보고입니다. 한 어류학자는 내린천이 무주 구천동 10개를 더해도 바꿀수 없는 민물고기의 보고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정부도 이유가 있겠지만 댐 건설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내린천은 이미 조금씩 훼손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파괴되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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