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정보화에 눈을 돌린 것은 겨우 10여 년 안짝이고 한국교회의 관심은 그보다 더 늦었다. 하지만 급속한 변화로 이제는 교구청, 본당의 행정 업무에서 컴퓨터는 필수 도구가 됐다.
모세 프로젝트가 기획된 것은 각 교구에서 전산화의 필요성을 부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방향을 모색하던 시점이다. 본당 관리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컴퓨터로 업무 처리를 하는 본당이 늘어나면서 교구 차원의 전산화가 모색됐다.
특히 서울, 대구, 부산, 인천, 마산교구 등 본당 컴퓨터 보급률이 높은 대도시 중심의 교구에서는 구체적인 전산화 계획이 수립되기 시작했다.
이런 시점에서 모세 프로젝트는 교구의 부담을 덜어주고 통일성 있는 전산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아 각 교구는 자체 추진을 일단 보류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이것이 무산됨에 따라 기왕에 추진하던 교구별 전산화 계획을 독자적으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교구가 곧 개통할 예정으로 현재 사업자 선정에 들어가 있는 교구 전산망 구축 계획은 관망 상태의 다른 교구들로부터 주목 받고 있다.
전산망을 통해 인천교구는 교구청과 각 본당, 인천신학교, 교구 내 기관 단체를 모두 온라인으로 연결한다. 또 통일성 있는 본당 관리를 위해 「미씨오(Missio)」라는 새로운 본당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모든 본당에서 사용하게 된다. 웹 서버도 설치, 교구 홈페이지는 물론 본당과 단체등 2백여 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할 예정이고 아직 협의 절차가 남아 있긴 하지만 PC통신 하이텔과도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교구는 또 행정 전산망뿐만 아니라 사목행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전산실이 설치된지 7년이 된 대구대교구의 경우 90% 이상 본당에서 교구에서 개발한 본당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으며 교구청 내부적으로는 LAN 설비가 완비돼 있어 앞으로 전산화 추진에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전산실과 요원을 설치한 부산교구와 마산교구는 사목행정 전산화보다는 PC통신을 통한 선교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부산 교구는 자체 BBS(사설 통신망)와 기존 통신망을 통해 가톨릭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수원교구도 얼마 전 전산화 위원회를 발족했으나 요원이나 추진 계획 등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이다.
한국교회 전체의 통합 전산화 계획의 재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의 실마리는 교구별 전산화 추진에서 찾아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런 견해는 교구별 독자 개발이 중복투자, 자료중복, 호환성의 문제 등이 있다 해도 좌초한 모세 프로젝트를 다시 「인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직접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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