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별 성사의 제정에 관한 교리
<교리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인격을 통해서 제정하신 개별 성사들이 유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그 개별 성사들이 권한을 위임 받은 사도들의 추종자로서의 삶 안에서 실행되어 왔음을 성령론적이면서도 교회론적으로 강조한다. 그 내용을 세례의 경우 1223. 1226-1227조를 통해서, 견진의 경우 1287-8조를, 성체의 경우 1337, 1341-3, 1353조를, 고해의 경우 1441-4조를, 병자의 경우 1506-1510조를, 성품의 경우 1554조를 혼인의 경우 1616-1617조를 통해서 읽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역시 세례의 경우만을 보겠다.
성령강림일 바로 그날부터 교회는 거룩한 세례를 거행하고 베풀어 왔다.
이를테면 성 베드로는 자신의 설교에 감동 받은 군중에게 이렇게 선포한다. 『회개하시오. 그리고 여러분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여러분의 죄를 용서 받으시오.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사도 2, 38). 사도들과 그들의 협력자들은 유다인이든,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든, 이방인이든, 예수를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세례를 권한다. 세례는 항상 신앙을 전제한 것으로 드러난다.
성 바오로는 『주 예수를 믿으시오. 그러면 당신과 당신네 집안이 다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하고 필립비의 간수에게 분명히 말한다. 『그 자리에서 그와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결국 <교리서>는 역사 안에서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성사의 제정에 관한 교리적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그에 관한 규정조목으로서의 교리를 제시한 후 신도들로 하여금 암기 위주의 숙지를 강요하던 차원에서 벗어나 이해의 차원에서 폭 넓고도 깊게 소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채용한다.
이러한 방식은 사실 성사교리의 중요한 전거가 되고 있는 트렌트 공의회가 그리스도의 일곱 가지 개별 성사들의 직접 제정에 관한 교리를 가르치고자 했을 때의 의도를 파악했고 또 오늘날의 신학적인 연구의 결과를 수렴하고자 하는 교회의 입장을 인식했기에 그렇게 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트렌트 공의회는 우선적으로 일부 성사가 사도들이나 교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 개혁주의자들의 오류를 지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후 일곱 가지 성사의 그리스도 제정에 관하여 표명해 온 교회의 입장은 오로지 전통에 충실하여 트렌트 공의회의 표명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비오 4세께서 1564년도에 반포하신 신앙고백 Injunctum Nobis가 그랬고 비오 10세께서 1907년에 근대주의를 단죄하면서 반포하신 Lamentabili의 조목들 그리고 비오 12세께서 1947년에 반포하신 Sacramentum Ordinis의 신품성사의 질료와 형상에 관한 내용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교회는 트렌트 공의회의 표현 그 자체가 일곱 가지 개별 성사들의 그리스도 직접 제정성을 말하기 위한 것으로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성사 본문에 대한 신학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연구는 분명히 오늘날 교회 안에서 거행되고 있는 성사들의 오늘날의 것과 같은 형식을 갖춘 의식 자체 그대로를 그리스도께서 직접 구체적으로 제정하셨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밝혀 주었다. 그리하여 제시하게 된 것이 제정 문제에 있어서는 그리스도론적으로 그리고 성사의 전수 문제에 있어서는 성령론적이면서도 교회론적인 것이었다.
우선 제정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서 요한복음 사가와 그 계통의 문헌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즉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로고스께서 계획을 지니신 채로 하늘로부터 파견되어 오셨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그리스도론적인 입장을 인정한다면 쉽게 해결된다. 사람이 되신 로고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교회 곧 충만한 성사의 생활이 있는 교회를 생각하고 계셨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을 출발점으로 삼는다면 예수께서 공관 복음서들이 말해 주고 있는 것 이상으로 명백하게 결정하셨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수께서는 당신이 교회를 원하셨던 그 정도로 성사들을 원하셨다는 것이다. 4)다음 성령론적이고도 교회론적인 방법에 의하면 이렇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지상에서 활동하실 때 지금의 교회처럼 조직화된 구조나 교리 혹은 교회법 등을 갖춘 교회 공동체를 직접 그대로 세우신 적이 없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