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 국민회의 故 신기하(베드로) 의원 부부
6일 새벽 괌에서 추락한 대한항공 801편에는 새정치 국민회의 신기하(베드로·56·광주 북동본당) 의원, 김정숙(헬레나 · 50)씨 부부가 함께 희생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더욱이 신기하 의원 부부는 사고 당일 광주 동구 지구당 당직자와 가족 등 24명과 함께 괌으로 당원 수련대회를 가다 당한 참변이어서 일행 중 21명이 희생됐는가 하면 그 중에는 신의원 부부를 포함 신자 수도 9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주가 키운 차세대 지도자로 불리고 있을만큼 국민회의는 물론 국민들의 아쉬움 속에 희생된 신기하 의원은 지난 95년 12월 24일 광주 북동본당에서 김종남 신부로부터 세례를 받았다.
12대 때 신민당 돌풍을 등에 업고 광주 전남지역 최다 득표의 영광을 안으며 원내에 진출한 뒤 13대에서 청문회 스타로 두각을 나타냈으며 14대 때는 민주당 원내총무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 초대 직선 총무를 역임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이 된 87년 이후 지구당의 소년소녀가장, 생활보호 대상자 등을 찾아다니며 매달 쌀 한가마니씩을 보내는 등 불우 이웃을 가족처럼 돌보아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 의원은 국회 의정활동 중에도 한앙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 이학박사인 부인 김정숙(서강전문대 교수)씨와 함께 부부 박사로 불렸으며 슬하에 영록(25세) 상록(24세)군 등 2남을 남겨 두고 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 위원장직을 맡고 있기도 한 신기하 의원이 희생되자 소속 국민회의는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 당직자를 괌 현지로 파견했는가 하면 유해가 도착되는대로 국회장을 치루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광주 지산동본당 故 박승재(요한)씨
“교회나 사회에 참으로 아까운 사람”
출국 전 고해성사 … 안타까움 더해
책임ㆍ정의감으로 넘쳐 신망 두터워
국민회의 광주지구당 청년특별위원장 박승재 (요한·41)씨는 남다른 신앙심을 갖고 책임감과 정의감이 넘치는 활동가로 광주 지산동본당에서 신망 받는 교우였다.
사교성이 뛰어난 데다 사회에서도 역량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아 온 그는 교회에서도 본당 사목회 총무를 맡아 솔선수범했으며 레지오 활동과 본당 울뜨레야 간사를 맡아 사고 직전까지 본당 꾸르실료 입소자들을 챙기고 떠날 정도였다. 빈첸시오 회원으로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는 일에도 앞장섰다.
박씨는 91년 8월 스스로 교회의 문을 두드리고 질곡이 심했던 자신의 삶을 참회하고 세례를 받은 후 누구든지 만나면 하느님을 믿으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는 불교(선덕사) 신도회장을 5번이나 역임한 자신의 어머니를 2년 전 돌아가시기 전에 개종시켜 하느님의 품으로 인도하는 열정을 보였고, 친구들이라면 모두 교회로 인도하고 동네에서 행실이 좋지 않은 주정뱅이들까지 성당에 인도해 입교시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꾸르실료 교육 때는 입소 때부터 퇴소 때까지 너무 많은 참회의 눈물을 흘려「울보」라는 별명까지 얻은 박씨는 특히 성소자들에게 애정을 갖고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
지산동본당 사목회 신경식씨는『교우들과 친형제보다 더 가까울 정도로 친교를 잘 이루고 열심한 신앙인이었는데 막상 말도 없이 떠나버려 성당이 텅 빈 집 같고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면서 안타까워 했다.
『박씨가 떠나기 직전 고해성사를 보았다』고 밝힌 장용복 주임신부는『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면서『교회나 사회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참 아까운 사람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지산동본당은 7일 긴급 사목회믈 열고 대책을 논의, 박씨의 장례를 교회장으로 치루기로 하고 분향소를 성당에 마련, 시신이 안치될 때까지 신자들의 기도를 당부했다.
박씨의 유족으로는 부인 문선희(아녜스) 씨와 박관용(스테파노·고 2)군과 박민하(유스티 나·초등 4) 양 등 1 남1녀가 있다.
◆신자 희생자 명단
△ 신기하(베드로·56) 국회의원, 광주 북동본당 △ 김정숙(헬레나·50)=신 의원 부인, 서강전문대 교수 △ 박충하(시메온·53)=쌍용항공 회장, 호남동본당 △ 조진형(율리아노·36)=구의원, 호남동본당 △ 박승재(요한·41)=지구당 청년특별위원장, 지산동본당 △ 염시형(베드로·59)=시교육위원, 남동본당 △ 염금화(릿다·24)= 염시형 위원 딸, 남동본당 △ 강원식(율리아노·51)=구의원, 남동본당 △ 김상옥(아우구스티노·44)=쌍용항공사장, 학운동본당 박용철(시몬·44)KAL 801기 기장, 서울 발산동본당 △ 김종철(아뽀리나리오·4l)서울 양재동본당 △ 김경희(헬레나·41)서울 양재동본당 △ 김성수(바오로·40) 서울 화정동본당 △ 함정희(세실리아·35) 서울 화정동본당 △ 김서진(5) 서울화정동본당 △ 김서형 (7)서울 화정동본당 △ 안일태(안드레아·73) 괌 한인천주교회 △ 이창숙(베로니까·62) 괌 한인천주교회 △ 주진희(세실리아·25) 괌 한인천주교회 △ 최수현(1) 주진희씨 딸, 괌 한인 천주교회
◆ 「KAL 801기」참사 종합-현장 봉사 최선 다하는 「괌 한인본당」
사고 직후부터 매일 연도·추모미사 봉헌
통역·교통편 제공하며 유가족 돕기 분주
본당 신자 4명 희생 불구 이웃 사랑 실천
대한항공 참사가 빚어진 괌 아가냐공항 인근에 위치한「괌 한인천주교회」(주임= 강영돈 신부)가 사고 직후부터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비롯 유가족 돕기에 최선의 노력을 펼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사고 현장을 지척에 두고 있는 괌 한인천주교회는 8월 6일 새벽 1시 55분 (현지 시각) 에 발생한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이날 오후 6시 아가냐대교구 차원의 추모미사를 한인성당에서 봉헌한 데 이어 매일 저녁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본당 봉사분과를 통해 희생자 유가족 돕기 등에 최선을 다해오고 있다.
특히 괌 한인천주교회는 이번 사고로 안일태 (안드레아·73세) 씨와 이창숙 (베로니까·62세) 씨 부부를 비롯 주진희 (세실리아·25세) 씨와 주씨의 돌 지난 딸 등 4명이 희생되는 슬픔에 빠져 있으면서도 눈물 겨운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본당에서 레지오 단원으로 흴동하고 있는 안씨 부부는 고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다 참변을 당했으며 딸과 함께 희생된 주씨는 괌에서 주일학교 교사를 할 정도로 열심한 신앙 생활을 하다 한국으로 시집 가 이번에 딸의 돌 잔치를 괌에 거주하는 친정 집에서 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고 발생 한 시간쯤 후 괌 주지사 공관으로부터 전화 연락을 받고 맨처음 사고 현장을 방문한 바 있는 강영돈 신부는 곧바로 본당 신자들을 비상 소집해 대책을 숙의, 봉사분과를 통해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통역과 전화 안내, 교통편 제공 등으로 희생자 가족을 돕고 있다.
무엇보다도 괌 한인천주교회는 사고 당일부터 매일 오후 7시 30분, 신자들과 유가족들이 모여 추모미사와 연도를 바치고 있으며 앞으로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계속 미사를 봉헌,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과 함께 유가족들을 위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캐나다를 방문 중인 아가냐대교구의 안토니 사불란 대주교도 교구청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한인 희생자들을 위해 전 교구 차원의 추모미사를 봉헌해 주도록 요청하고 추모미사 후에는 1천 명분의 식사를 준비토록 지시, 한인 신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군 군종 신부로 18년간 사목하다 1년 8개월 전 괌 한인천주교회 본당 신부로 부임한 강영돈 신부는『어떤 노력과 정성을 통해서도 희생자들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위로하기가 역부족』이라며 안타까움을 전하고『괌 한인 신자들은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유가족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부모·외사촌 잃은 생존자 김지영양
대한항공 항공기 추락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은 김지영양 (사비나·13·서울 양재동성당) 은 이제 오빠 동건군 (15) 과 둘이서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른다.
김양은 난생 처음 설레는 해외여행 길에 나섰다가 아버지 김종철 (아뽀리나리오·41)씨와 어머니 김경희 (헬레나·41)씨를 모두 잃고 혼자서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채 돌아왔다. 다행히 방학 직후 해외를 다녀왔기 때문에 남아 화를 면한 오빠 동건군은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온 동생을 보고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숨져 외할머니 댁에서 살아온 외사촌 이선호 (15)군도 이번 사고로 희생됐다.
괌 메모리얼 병원에 옮겨졌을 때 지영양은 보이는 사람마다 붙잡고 엄마 아빠는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8일 서울 한강성심병원 화상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지영양은 다리와 배에 화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크게 지장은 없는 상태라고 한다.
지난해 작은 딸 내외를 교통사고로 잃은 지영양의 외할머니 하모 (60·경기도 성남시) 씨는 작은 딸에 이어 큰딸 내외를 항공기 사고로 잃은 후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과 함께 남은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갈 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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