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한창인 지난 8월 초. 서울 노량진에 사는 김영배(바오로·34)씨는 여름 휴가를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 국내 성지순례를 나서기로 했다. 가족들이 함께 떠나기에 숙박이나 교통편 등을 상세하게 알아야 했다. 하지만 막상 어떤 성지로 가야 할지가 막막했다. 열심한 교우에게 물어도 보고 이것 저것 책도 뒤적여 봤지만 성지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컴퓨터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김씨는 PC 통신에서 제공하는 여행 안내란도 훑어보았지만 가톨릭 성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바야흐로 정보화 사회. 정보에 대한 손쉬운 접근과 공유는 그 전제 조건이다. 행정 전산망의 구축은 효율적이고 신속 정확한 신자 관리와 교회 업무를 가능하게 한다. 행정 업무의 전산화만큼 중요한 것은 지식과 정보의 공유를 위한 정보 서비스의 구축이다.
현재 한국교회에서 가톨릭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설 BBS「성 바오로 선교네트(MNSP, 성 바오로 수도회)」,「성 바오로 딸 BBS(성 바오로 딸 수도회)」,「로사리오의 모후(부산교구)」정도. 하지만 이 둘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정보량은 데이터 베이스라고 할 수 없는 정도의 수준으로 기초적인 정보 제공에 머물러 있는 상태.
개신교의 경우 대형 교회들을 중심으로 행정 전산망을 잇따라 구성하는 동시에 신·구약 성서와 성구사전, 설교 모음, 각 기관 현황과 선교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단순 비교는 불가능하다 해도 개신교 관련 웹 사이트가 무려 1백20여 개인데 반해 가톨릭은 불과 20여 개뿐이라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충분히 말해 준다.
불교계는 팔만대장경 등 불교경전의 디지털화에 주력하고 이를 통신망을 통해 일반에 제공할 계획이다. 특히 불교방송이 구축한 데이터 베이스는 전국 5천여 개 사찰과 3천여 명의 승려, 6천여 종의 불교 도서를 주제어로 검색할수 있는 수준이다.
최근 인천교구는 행정 전산망 구축과 함께 교구 통합 자료실을 추진, 기존 교구 내 행정, 사목 및 선교 자료들을 데이터 베이스화할 계획을 수립했다.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도 사목 선교 정보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기는 하다.
가톨릭 데이터 베이스는 우선 절대량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각 신학대학, 연구소, 교구청들과 기관, 단체 등에 산재한 자료들에 대한 정보 교류가 전무하다. 산더미처럼 쌓인 각종 자료들이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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