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말기 일본이 점령한 수마트라섬의 여자 포로 수용소에서 모진 학대를 이겨내고 생존해 그 잔학상과 처절함을 전 세계에 알린 용기 있는 여자 포로들의 실제 이야기를 영상에 담은 「파라다이스 로드」(Paradise Road)가 8월 15일 전국에서 개봉됐다.
일본에서 상영이 금지돼 화제를 모았던 「파라다이스 로드」는 「정신대」라는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파라다이스 로드」는 당시 일본군 포로 수용소에 수감됐던 호주인 수녀 비비안 드윙클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자 수 밀리켄이 2년여간 호주, 영국, 미국 등지에 흩어져 있던 당시의 여자 포로들과 인터뷰하고, 런던 제국전쟁박물관에서 관련 서적과 일기를 샅샅이 뒤져 만든 휴머니즘 영화이다.
2차대전 말기 일본이 싱가포르를 공습하자 연합군쪽 부녀자와 아이들은 배로 탈출을 감행했으나, 일본군의 공격으로 배는 침몰하고, 생존한 탑승자들은 수마트라섬에 수용된다.
네덜란드, 영국, 호주, 유태인, 동양인 등 여러 국적의 수백 명의 여자 포로들은 3년동안 열대의 수용소에서 굶주림과 말라리아로 하나 둘씩 죽어간다. 이런 비참한 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일본군 장교들의 위안부로 전락하는 여성들도 생겨나게 된다.
절망만이 존재하는 지옥과 같은 수용소 안에도 희망과 휴머니즘은 남아 있었다. 음악 교육을 받은 영국인 아드리앤과 선교사 드루몬드가 포로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음성 관현악단을 결성했다.
일부 포로들의 빈정거림과 일본군의 박해 속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음성 관현악단은 수용소에서 첫 발표회를 갖고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한다.
이들의 목소리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선율은 반목하던 다른 포로들뿐 아니라 서슴없이 포로를 화형시켜 버리던 일본군의 마음까지도 움직여 함께 「감동적인 노래」를 부르게 만든다.
인권 유린과 전쟁의 만행 속에서 꽃 피운 「생존의 화음」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는 「파라다이스 로드」는 휴머니즘은 바로 생존의 본능에서 창출됨을 증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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