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댕! 매일 정오와 오후 6시 PC통신 하이텔의 가톨릭 통신동호회 「하늘나라」 회원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삼종기도를 바친다. 회원들은 이 시간이 되면 컴퓨터를 켜고 하이텔에 접속해 키보드를 두드리며 기도문을 읊조린다. 이른바 온라인(on-line) 삼종기도, 가장 전통적인 기도가 최첨단의 통신수단과 조화된다.
정보화 시대의 새로운 풍경들이자 시대에 적응하는 모범적인 사례들이다.
성바오로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사설 BBS 성바오로 선교네트워크 (MNSP)에서 가장 「잘 나가는」 코너 중 하나의 성서 이어 쓰기이다. 몇 년 전부터 붐을 이루기 시작해 지금은 각 교구나 본당에 폭 넓게 자리 잡은 성서필사를 통신 공간에 도입한 것.
MNSP에서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온-라인 성서 이어 쓰기는 특별히 남북 화해와 통일에 지향을 둔 때문인지 예상을 훨씬 웃도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기계나 통신으로 성사를 보거나 미사에 참례하는 시절이 올 지 모른다는 우려는 별로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어쨌든 첨단 정보기기는 교회와 신자 생활의 구석구석을 파고 들었고 앞으로 그 영향력이 더 광범위하게 확산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 국내 천주교 관련 통신 공간은 크게 정보서비스 내 동호회와 사설 BBS로 나눠 볼 수 있다. 4대 PC통신 서비스에는 모두 가톨릭 신자들의 동호회가 조직돼 있다.
원조격인 하이텔 가톨릭 통신동호회 「하늘나라」는 무려 5천여 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대형 동호회이고 천리안의 「가톨릭 통신동호회(이하 가동)」 역시 4천여 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후발 주자인 「나우누리」와 「유니텔」에도 역시 수천여 명의 가톨릭 신자 통신인들이 동호회를 조직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친목도모의 성향이 짙었던 초기와는 달리 웬만한 대도시 본당 규모를 갖추게 된 지금 각 동호회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 즉 사이버 공간을 통해 이루어진 신자 모임을 말 그대로 동호회로 머물게 할 것인가, 아니면 컴퓨터 통신이 일반화된 사회 속에서 복음 선포, 선교와 공동체의 형성이라는, 실체를 가진 교회 모습으로의 성장을 지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실제로 각 동호회를 방문하면 흡사 하나의 본당을 연상시킨다.
사무장이 임명돼 있고 게시판이 있으며 만남의 장이 있고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돕는 사랑의 정신이 있고 지역, 구역, 연령, 계층별 「반 모임」도 있다.
사설 BBS는 이런 특성이 더욱 짙다. 바오로딸수도회에 이어 성바오로수도회에서 개설한 MNSP는 평신도를 주축으로 하는 동호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짙은 교회 분위기를 갖는다. MNSP는 성서 이어 쓰기, 신자 재교육, 성서 공부, 성서 퀴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의 신앙과 자질을 높인다. 부산교구의 「로사리오의 모후」는 유일한 교구 차원의 사설 BBS이다.
국내 PC통신과 함께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인터넷에도 사이버 교회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재 인테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기관, 단체는 20개에서 30여 개 정도, 개신교의 1백20여 개에 비하면 적은 숫자이지만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사이트는 바오로딸, 왜관분도 등 주로 수도회를 중심으로 많아졌지만 지금은 이미 홈페이지 개설을 추진 중인 마산교구와 인천교구 등 일부 교구와 본당에서도 활발한 준비를 하고 있다.
천리안과 하이텔의 가톨릭 통신동호회도 이미 홈페이지를 등록했고 MNSP와 천주교중앙협의회도 추진 중이다.
통신공간 속의 교회, 사이버 교회의 미래에 대해서 아직 그 긍정과 부정을 단정할 수는 없다. 초대교회 때 사도들은 만방으로 퍼져 직접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선포했다. 이후 문자, 인쇄물이 선교의 수단이었고 근대에 들어와서는 전파매체가 새로운 선교매체로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보통신 수단이 그 뒤를 잇는 제3의 선교매체가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며 교회는 첨단문명의 이기를 복음선포에 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당위성에 앞서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가 될것이다. 즉 현대인들에게 호소력 있는 매체를 이용하지 못할 때 복음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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