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직장인 사목 등 평신도들을 위한 사목에 등한시 하지는 않지만 30~40대의 지식인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들을 교회로 불러 들이려는 노력보다도 교회가 그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93년 변호사 개업을 하자마자 천주교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무료 법률상담 등을 해 오고 있는 이석범(안드레아 36) 변호사는 교회가 지금보다 더 전문 평신도들을 끌어 안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들은 사회 참여에 도덕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고 전제한 후 『평신도 지식인들 역시 이러한 태도에서 과감히 탈피, 교회와 사회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83년부터 85년까지 서울 봉천동본당에서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그는 신앙의 참맛을 느꼈다고 한다. 선한 일을 위해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이들이 힘을 합친다는 신앙인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바로 이러한 뜻을 이루기 위해 인권위원회 일을 하게 됐고 현재 그는 「한국 가톨릭 21세기 포럼」의 좌장으로서 같은 뜻을 갖고 있는 30대 지식인들을 규합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모임을 매월 월례 포럼을 통해 신앙과 삶을 반성해 보고 평신도 지식인들이 힘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21세기 포럼은 80년대 교회 안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던 이들이 모인 30대 그룹』이라고 소개하고 『젊은 평신도들이 모여 각기 자기 분야에서 복음적인 삶을 모색하려는 21세기 포럼은 교회 내 모든 평신도들에게 열려 있는 모임』이라고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변호사의 삶은 자신의 직업과 신앙을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21세기를 눈 앞에 두고 보다 주체적인 평신도 그룹을 일궈 내려는 그의 노력은 평신도들에 의해 시작된 한국교회의 작은 교회로서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지난 8월 2일부터 10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렸던 PAX ROMANA 이크미카(ICMICA) 아시아 인권 워크숍에 참석했던 이 변호사는 여기서도 역시 이러한 평신도운동의 비전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이번 워크숍에서 처음 알게 된 아시아 시노드 의제 개요(Lineamenta)는 앞으로 아시아의 신앙인들에겐 대단히 중대한 것』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안건이 어떻게 몇몇 교회 지도자들만이 공유할 수 있었는지 안타깝다』고 토로하고 『평신도들 스스로가 적극적인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교회를 보다 제대로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입학한 후 법대로 편입, 법조계에 입문한 이석범 변호사. 그는 앞으로도 삶 안에서의 신앙을 증거하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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