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도 신부는 1957년 필자와 함께 서울가톨릭대학 철학과에 함께 입학한 나의 오래된 벗이자 동창 신부이다. 그러니까 40년 동안 우리는 사제성소를 함께 살아 온 셈이며, 그는 이국 땅 프랑스에서 사제의 길을 걸어왔고 나는 한국 땅에서 같은 길을 살아온 것이다.
우리는 또 거의 같은 시기 (1962~63)에 프랑스로 유학하여 신학과정을 마치고 이 나라에서 사제서품을 받았다. 박병도 신부는 프랑스 뚤루즈 가톨릭대학에서 신학과정을 마친 후 1967년 3월 28일 사제수품과 함께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68~69 사이에 캐나다 토론토로 건너가 한인 교포사목 활동을 시작하여 그 곳 한인천주교회를 창설하였으며, 후임자 고 마태오 신부에게 본당을 넘겨준 후에 다시 프랑스 니스 대학으로 돌아와서 불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였다.
1970년 니스교구 사제로 입적한 후, 교육자로 변신하여 71~81년에는 볼리외중고등학교 교목신부로, 81~83년까지 모나코고등학교 교목신부로 사목하다가, 1984년 깝 마르땡이라 불리는 곳에 소재하는 성녀 말라리따 성당의 본당신부로 재직하고 있다.
나는 1989년 초에 서강대학교 총장의 중책에서 벗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안년식을 보내고 있던 중, 여름방학 동안 박 신부의 본당 사제관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사제관의 창문을 열면 약 200미터 아래로 호수같이 잔잔한 지중해의 바닷물이 내려다 보이는 서재에서 소녀처럼 부끄러운 듯이 낯을 붉히며 그의 글 묶음 「사제의 보람, 이국 땅에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를 나에게 건네주며 한 번 읽어봐 달라고 청했다.
그것을 읽고 난 나의 느낌은 차라리 그의 글들이 「노래」라고 여기게 되었다. 물론 박 신부는 오랜 세월 동안 고국 땅을 떠나 살고 있었고, 프랑스의 남동쪽에 위치한 「맑은 하늘 모퉁이」에서 프랑스 사람들에게만 복음을 전해온 탓인지 글 속에서의 그의 목소리는 반쯤은 프랑스인들의 어투가 섞여 있었음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박 신부의 노래들은 「한국 사람의 얼」을 가득히 담고 있는 한 목자의 시어로 표현되어 있음을 나는 확인할 수가 있었다. 또한 그의 글 묶음들을 읽으면서 한 사제의 헌신과 사랑 그리고 양떼를 위해서라면 언어와 인종 그리고 국경을 초월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치는 목자로서의 투철한 정신과 사랑을 읽을 수 있었기에, 그의 글묶음은 나에게 큰 영적 기쁨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나는 박 신부에게 자신의 글묶음을 하느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굶주리는 고국의 많은 신앙인들에게 선물로 내놓을 것을 간곡히 권유했다. 이리하여 그의 첫 글묶음, 곧 「저 하늘 향해 띄우는 시」(경세원, 서울, 1989)가 고국 땅에서 처음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된 것이다.
박 신부의 이 첫 시집이 출간된 후, 프랑스에서 28년 동안 가두어 두었던 사제로서의 시상과 영감의 봇물이 다음의 책들로 터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박 신부의 이런 책들이 우리말로 출판되었다.
이번에 출판한 두 번째 수상록 「하나 둘 사랑 셋」은 박 신부의 「회갑기념 수상집」이기에 다소 특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성격을 구상 시인은 이 책의 발문 「한 착한 목자의 삶의 안팎」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나의 이로가 길어졌지만 이 「하나 둘 사랑 셋」에 수록된 한 사제의 60평생 삶의 총 천연색 안팎 스케치를 읽으며 내가 특히 느낀 것은 바로 이 인간의 유한성에서 오는 모든 삶의 명암과 고락이 무한, 즉 하느님께로 열려 있고 삶의 보람과 기쁨이 편편마다 수 놓아져 있어서 감동과 감복과 감탄을 더 없이 자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나뉘여져 있으며 짧은 이야기들과 시어와 담론이 흔재하기에 각기 독립된 편편으로 아주 쉽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제일 먼저 이 「하나 둘 사랑 셋」의 수상록을 「보편 교회」에 대한 책임감을 다소나마 느끼고 있는 한국의 모든 신학생들에게 일독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그것은 우리 교회가 프랑스로부터 가톨릭 신앙을 물려 받았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이제부터는 한국교회도 「받는 교회」가 아니라 보편 교회에게 자신을 「주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그리고 이 수상록은 세례를 받은 후에 믿음을 서서히 잃어 가고 있는 한국의 많은 신자들에게 복음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이바지 할 수 있는 훌륭한 길잡이가 되리라고 나는 믿고 있다. 한 사제의 60평생 삶을 그야말로 프랑스의 작가 베르나노스의 「시골본당 신부」 주인공의 마지막 말씀에서 처럼 「모든 것이 은총」(Tout est GRACE) 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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