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한 지 79여 년. 오랫동안 심장병으로 투병해 오던 데레사 수녀가 5일 밤 하느님 곁으로 갔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가장 가난한 사람이었던 데레사 수녀는 그러나 그 가난으로 인해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어쩌면 그녀는 프란치스꼬 성인 이래 가난의 참된 의미를 가장 훌륭하게 살았던 사람인 듯도 싶다.
가난, 그 풍요한 자유
『가난한 사람들처럼 그냥 죽어가게 해 주십시오』
지난해 11월 23일 심장마비로 병원에 입원한「어머니」마더 데레사는 의사들의 치료를 거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많은 사람들이 병원 구경도 못해보고 죽어가고 있는데 나에 대한 간호가 어찌 이리 극진하냐』며 안락한 병원 침대 위의 자신을 자책했다.
8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알현하던 중 처음으로 심장마비를 일으킨 뒤 수시로 심장질환의 고통을 앓아왔던 데레사 수녀는 그 후 91년과 93년 두 차례 심장 동맥을 확장하는 혈관 성형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말라리아와 폐렴 등이 겹치면서 입원 직후 2분간 심장이 멎어 세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던 그녀는 죽음 앞에서도「가난하지 못한」자신을 꾸짖었던 것이다.
그녀의 삶 전체를 통해 그는「가난」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단지 빈부 차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어떠한 부도 피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베풀 것이 적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었다.
7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마자 상금으로 받은 19만 달러를 모두 나환자 수용소 건설 자금으로 내놓았고 축하연을 취소시켜 연회비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했다. 64년 교황 바오로 6세가 캘커타를 방문한 뒤 흰색 리무진을 선사했으나 이 역시 즉시 팔아 치워 서벵골의 나환자 수용소 건립에 사용했다.
지난 81년 당시 대구대교구 서정길 대주교의 초청으로 한국을 첫 방문했을 때에도 비행기 트랩을 내려선 데레사 수녀에게는 너덜너덜한 흰 무명 천의 사리식 수도복에 작은 성경책과 묵주, 그리고 잿빛 헝겊 가방만 굵게 마디진 손에 들려있을 분이었다.
담 너머 가난, 외면할 수 없는 부르심
데레사 수녀는 1910년 8월 27일 마케도니아(현 알바니아)의 수도 스코페에서 한 건축업자의 세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아그네스 곤히아 브약스히야였다. 18세 때 그녀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로레토 수도회에 들어가 이듬해 캘커타 세인트 메리 고등학교로 가서 2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며 후에 교장까지 지냈다.
그러나 그녀는 2차대전의 와중에서 수백만 명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가난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고 담 너머 가난을 더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캘커타의 슬럼으로 들어가기로 하고 교황청으로부터 3년간의 유예기간을 얻어냈다.
그리고 50년 단돈 45루피로 시작된「사랑의 선교회」는 65년 교황청으로부터 공식 인정받고 지금은 전 세계 95개국 2백여 개 도시에서 2천5백여 명의 수도자들과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4백45개의 구호기관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사랑만이 최고의 선
지난 82년 5월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데레사 수녀는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사랑만이 최고의 선이며 사랑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해 자신의 모든 행동의 중심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했다.
데레사 수녀는 지난 95년 3월 한 인터뷰에서도『인간에게는 인간의 사랑이 가장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녀는『캘커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며『사랑이 있으면 빈곤도 불행도 절망조차도 모두 기쁨과 희망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가난의 선택은 그녀에게 사랑의 당연한 귀결인 듯 보인다. 데레사 수녀는 74년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나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하느님을 본다』며『내가 나환자의 상처를 씻어줄 때 나는 하느님 바로 그분을 돌보아 드리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고도 말했다.
캘커타에서 사람들이 그녀를 그저「어머니」라고만 부른 까닭은 이처럼 그녀가 자신들 속에서 하느님을 발견해 주었고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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