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는가?
경제가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사회 곳곳에서 젊음의 활기가 넘치기 마련인데 유독 교회만은 예외로 인식될 정도로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젊은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교회에서 하나 둘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일선 사목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며 이들이 모여들어 활동할 공간과 일감이 교회 내에서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학생 사목과 연관 있는 일선 사목자들에게 「대학생 사목이 있는가」하고 물었을 때, 응답자의 대부분이 「없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교회 내 대학생 사목은 위기에 처해 있을 정도다.
현재 대학생 사목에 몸 담고 있는 사목자들의 이러한 응답은 대학생 사목이 전혀 없다는 해석보다는 있긴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추어 교회가 갖는 관심이 극히 저조하고 아울러 대학생 사목이 그만큼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인 이상만(스테파노ㆍ26세)씨는 자신이 다니는 대학에 약 2천여 명의 신자들이 있지만 겨우 50여 명만이 학생회 활동에 참가하고 있을만큼 대학 내 학생사목은 실종됐다고 전한다.
물론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등을 비롯한 일부 교구에서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긴 하지만 1백만 학도라고 일컬어지는 전체 대학생들에게 미치는 교회의 관심과 영향으로 봐서는 극히 미미한 수준임에 틀림이 없다.
■ 대학생 사목의 필요성
얼마 전 충남대학교 가톨릭학생회가 본 대학 신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신자 대학생 중 45%가 냉담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냉담의 가장 큰 원인으로서 「가까운 본당이 낯설어서」 「신앙에 대한 회의」를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고려대에 재학 중인 이정호(파스칼ㆍ22세)씨의 경우는 지방에서 올라 왔기 때문에 본당에 대한 소속감도 없을 뿐 아니라 교내 가톨릭학생회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라 신앙생활은 방학 때 시골에 가서만 했다고 털어놓고 있다.
대학생 사목의 부재를 나타내 주는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지만 이 같은 현실이 바로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대학생 사목의 현주소로 일컬어지고 있다.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 시기가 신앙교육에 있어 그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황금기라는 점에서 대학생 사목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신앙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생과 중학생까지는 주일학교에 다니며 그럭저럭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고등학생부터는 입시지옥에 휘말려 사실상 신앙을 멀리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대학에 가서도 이들을 묶어줄 마땅한 매개체가 없어 교회를 멀리했다가 결혼을 앞두고 다시 성당을 찾는 경우가 많다.
바로 대학생 사목은 이런 잘못된 신앙 행태 주기의 단절과 함께 교회에 역동적인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마땅히 제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일선 사목자들은 지적한다.
대학 시절에 갖은 다양한 체험을 통해 젊은이들은 장래 성숙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데 더없이 소중한 자양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시절을 통해 자신의 인생 행로를 결정 짓는 대학생들에게 있어 신앙을 통한 체험과 투신은 평생을 참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학생회 출신 많은 대학생들이 졸업 후 사제성소나 수도성소를 얻게 되는 것만 봐도 대학생 사목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대학생들은 이미 기성세대에 절반쯤 발을 들여 놓고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기성사회에서 미치는 입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이들은 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의 당당한 주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재 속에 살아가기 때문에 이들에게 전하는 복음의 씨앗은 곧바로 이 사회 전체에 파급시키는 효과를 함께 거두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현실
그동안 교회는 대학생 사목의 실체에 접근하기보다는 연중 한두 차례 행사로서 대학생 사목의 전부를 다했다는 면피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왔다.
더욱이 각 교구나 본당에서는 교구 및 본당 대학생회를 수많은 단체 중의 1개 단체로 인식함으로서 교회의 관심과 재정 지원에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
아울러 일부 사목자들은 대학생 그 자체 사목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주일학교 교사나 성가대에 필요한 요원 양성쯤으로 대학생들을 대하는 잘못된 태도를 가짐으로써 대학생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은 자기 주관에 따라 움직이고 싶고 주인공이고 싶어하는 경향이 짙은데도 그들의 에네지를 발산하고 활용할 공간과 기회를 교회는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는 젊은이들을 어른들의 들러리가 아니고 주인공이 되도록 대우해 줄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구경꾼처럼 대접하는 한 언제나 겉돌 것이고 결국 재미를 찾지 못해 교회에서 멀어져 갈 것이다.
21세기를 앞두고 향후 우리 교회가 가장 정략적으로 노력해야 할 분야가 교회를 젊게 하는 노력이라고 일선 사목자들은 지적한다.
젊은이의 힘을 교회에 넘치게 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대학생들을 끌어들여 품어 안아야 한다. 그것이 곧 대학생 사목의 첫 출발인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