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낭만, 사랑, 이러한 말들이 가장 어울리는 도시, 프랑스 파리.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과거의 화려함을 못내 아쉬워하는 듯 지금도 과거의 영화가 도시 곳곳에 살아 숨 쉬는 듯한 그 곳. 가톨릭교회사의 한 획을 그으며 신앙의 유산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곳, 파리. 그 도시에서 청소년들의 화합과 만남의 잔치인 제12차 세계청소년대회가 열렸다.
135개국 30여만 명의 청소년들이 교황과 함께 한 자리에 모여 그들의 신앙적 쇄신을 도모한 이번 대회는 성공적인 행사 결과로 「가톨릭교회의 앞날이 밝다」라는 총평을 듣고 있다.
1부 교구 행사, 2부 본 행사로 꾸며진 이번대회는 2차대전 후 프랑스에서 열린 종교 모임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사였다.
가장 큰 특색은 교구 행사
프랑스 97개 교구로 분산, 개최된 1부 행사는 이번 파리 세계청소년대회의 가장 큰 특색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인 가정에 머물며 그들의 신앙적 문화적 유산들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된 교구 행사에서 한국 팀은 22개 교구 가정에 민박을 하여 행사에 참여했다.
이번 교구 행사 프로그램은 인종과 문화, 언어가 서로 달라도 세계 모든 사람들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이 되었다. 특히 신앙 안에서는 그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한국팀은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각 교구별로 치밀한 준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축제 때 발표할 각종 민속춤, 노래 연습과 행사 의의, 참가 취지 등을 충분히 숙지시키는 동시에 각 교구 교육국장 및 팀장 모임을 수 차례에 걸쳐 가지기도 했다.
이번 파리 세계청소년대회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적 지원 없이 순전히 가톨릭교회의 힘만으로 치른 행사였다. 대회 진행을 위해 프랑스 전역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성금이 물밀듯이 답지했으며 7천여 명의 행사 진행 자원봉사자들도 대회 참가비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총 행사 비용 2억5천1백만 프랑(한화 약 4백억 원)이 투입된 이번 행사는 티셔츠 등 공식 상품 판매 수익금이 총 비용의 3%에 불과, 3천만 프랑(한화 약 44억 원)의 부채를 프랑스 교회가 떠안게 되었다. 프랑스 언론들은 연일 이 부채를 교회가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고 있다.
통역과 진행 봉사를 한 일부 한국 유학생들은 이러한 부채 해결을 돕고자 그들이 틈틈이 모은 돈을 프랑스 교회에 전달했다는 미담도 있다.
이번 파리대회는 프랑스인 특유의 조직성이 여실히 증명된 대회였다. 아프리카 개최의 어려움으로 파리가 개최지로 선정되자마자 대회 준비에 들어간 프랑스 교회는 2년여에 걸쳐 체계적인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교구 지구 본당을 연계하는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상의하달과 하의상달의 고리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행사에 돌입하게 되자 이 지나친 조직성으로 인해 여러 문제들이 야기됐다. 또 고정화된 진행 방식과 융통성 사이의 선택 문제도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면 14일 밤 늦게 프랑스에 입국한 일부 한국 대표팀은 교구로 이동한 후 민박지에 입소한 시간이 거의 새벽 3시경, 아침 6시에 기상, 3시간도 자지 못한 채 교구 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또 「몇 시까지 도착하라」 「이름이 틀리다」 「교황 환영식 때의 기자 출입문제」등 진행에 있어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들도 있었다.
지나친 조직성 마찰 불러
135개국 30여만 명이 참가, 폐막미사 시엔 근 1백만 명이 참례한 이번 대회의 규모는 올림픽에 버금간다고 알려진다.
이번 대회 행사 중 23일 펼쳐진 전야제, 24일 봉헌된 폐막미사의 모든 음악 지휘를 정명훈씨가 담당해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여 주기도 했다. 간혹 한국어로 이야기하며 노래도 부른 정명훈씨를 통해 프랑스인들의 높은 콧대를 여지없이 눌러 버리는 통쾌함을 한국 참가자들이 맛보기도 했다.
7천여 명 봉사가 큰 도움
이번 파리 세계청소년대회의 성공적인 결과가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이 가진 조직성, 효율성, 치밀함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부분일 것이다. 7천여 명의 자원봉사자들도 아주 큰 몫을 감당해 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황리에 세계청소년대회를 마치게 한 중요한 요소는 각국 대표단들의 「신앙 열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번 행사를 통해 달구어진 신심이 세계 청소년들에게 전파된다면 2천년 대희년 준비는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위대한 행사에 한국 대표단도 한 몫을 담당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세계 교회 흐름 파악
이번 취재를 통해 세계 교회의 흐름, 특히 유럽 교회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고 프랑스 가톨릭 신자들, 또 그들의 문화나 생각 등을 더불어 알 수 있게 된 것에 큰 기쁨을 갖는다.
또한 알게 모르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특히 청소년대회 취재가 「가톨릭신문사의 일」이 아닌 「한국교회의 일」이라 말씀하시며 숙식과 각종 프랑스어 번역을 도와 주신 이성효(리노) 신부님께 감사 드린다. 또 바쁜 유학생활 중에서도 이번 대회에 직접 뛰어들어 통역과 진행 봉사, 번역을 도와준 이미점(베네딕다)씨, 김영리(아녜스)씨에게 감사드린다.
몽마르뜨 언덕 카페에서 마시던 카푸치노 맛이 새삼 그립다. 오페라 하우스, 루브르 박물관, 샹제리제 거리, 성녀 소화 데레사가 모셔져 있는 리지외 등 가치 있는 많은 것들이 주마간산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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