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는 흔히 장밋빛으로 채색된다. 과거에는 10년이 걸렸을 기술발전이 단 1개월에 이루어지는 급속한 첨단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세상을 하나로 묶어내고 모든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서 모든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의 번거로운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는 단꿈을 꾸곤 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꿈같은 세상의 도래는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의 결합, 컴퓨터와 각종 전자제품의 결합은 직장에서의 업무처리만 아니라 일반 가정의 모든 생활 영역에 편리하고 안락한 정보사회를 예감하게 한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몇 개 단추로 집안을 통제하고 앉은 자리에서 외국에 있는 상품을 구매하고 먼 곳에 떨어져 있는 친지에게 실시간으로 편지를 보내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편리한 사회에 대한 상상은 정보사회의 장밋빛 전망이다.
하지만 이처럼 고도의 효율성을 지닌 정보사회의 장밋빛 전망 뒤편에는 인간성의 상실,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영적 가치의 상실 등 어두운 회색빛 우려도 있음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자주민증 제도의 실시는 정보사회가 개인들에게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따라서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있다. 교회에서도 소위 고백성사 기계라든가 팩스 고해라든가, 건물 없이 사이버세계에 설치된 사이버교회 등은 전통적 종교 가치에서 볼 때 우려되는 부분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보사회의 두 측면을 어떻게 조화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회색빛 전망에 집착해 정보사회로의 진입을 극구 저지하려고 하릴없는 손짓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꿈만 꾸고 있을 것인가.
오랫동안 미디어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해온 가톨릭교회는 1992년 「새로운 시대」를 통해 정보사회, 전자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지배하는 사회를 「새로운 시대」로 규정하고 교회가 이에 적극 대응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미디어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교회는 부족한대로 정보사회를 위한 대응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응이 과연 올바른 방향이었는지에 대한 반성과 숙고가 병행되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보사회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과 물리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생활의 변화는 곧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동반한다. 때문에 본당 업무에 컴퓨터를 도입한다든가 행정망을 구성해서 교구와 본당간의 원활하고 신속한 업무처리를 한다든가에 정보화의 근본적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보사회에 대한 사목적, 신학적, 철학적, 인간적, 사회학적 연구 분석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본당에 컴퓨터를 들여놓고 교적과 재정업무를 컴퓨터로 편리하게 처리할 경우에 본당 공동체의 사목활동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미래 정보사회가 과연 어떤 것인지, 그것이 교회와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그 안에서 교회의 사목활동은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기존의 전교 방식은 과연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인지 등등 정보사회와 관련해 던질 수 있는 모든 물음을 던져야 할 것이다.
본당, 교구 또는 한국교회 전체의 정보화, 전산화를 논할 때 이는 기술의 도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보화로 인한 신앙생활의 전반적인 변화를 가늠하고 연구 분석할 때 비로소 교회 본래의 목적에 걸맞는 정보화, 전산화의 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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