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의 어머니 마더 데레사의 장례미사가 거행된 9월 13일 인도와 전 세계인들은 그녀와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눈물을 흘렸다.
데레사 수녀가 평생을 바쳐 일군 가난한 이들의 보금자리가 있는 캘커타 시내는 수녀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작별하러 나온 1백50여만 명의 추모객들로 물결쳤다.
전날까지 간간이 뿌렸던 비가 멈추고 구름만 잔뜩 낀 날씨, 상오 8시 45분(한국시간 낮 12시 15분) 자스민꽃으로 장식되고 인도 국기가 덮인 데레사 수녀의 시신은 유해가 안치됐던 성 토마스성당에서 장례식장인 네타지 실내경기장으로 향했다.
9대의 군 의장대 차량과 1천5백 명의 군인들이 호위하는 가운데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와 자와하를 네루의 시신을 옮겼던 포차에 옮겨진 데레사 수녀의 시신은 경기장까지 1시간에 걸쳐 운구됐다.
운구 행렬이 시내를 지나는 동안 아침 7시 이전부터 연도에 모여들기 시작해 발디딜 틈도 없이 연도를 메운 추도 인파는 가톨릭은 물론 힌두교도, 이슬람교도, 시크교도 할 것 없이 모두가 고개 숙여 고인을 추도했다. 그 중에서 수녀가 평생을 함께 했던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병자들이 있었고 일부는 눈물을 흘리며 관을 향해 꽃을 뿌리기도 했다.
한때 데레사 수녀의 마지막 길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려는 추모객들로 경찰 저지선이 뚫리기도 했고 도로 주변에는 「우리는 마더를 사랑합니다」, 「우리는 마더를 잃은 것을 슬퍼합니다」 등등 데레사 수녀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는 많은 포스터들이 나붙어 있었다.
데레사 수녀의 유해가 네타지 실내경기장에 도착한 직후 10시부터 교황청 국무원장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의 집전으로 장례미사가 시작됐다. 이날 미사는 소다노 추기경 외에 캘커타의 헨리 드수자 대주교와 교황대사 조지오 주르 대주교, 그리고 루드사미, 피멘타 추기경 등 50여 명의 성직자가 함께 집전했다.
힌두어, 영어, 벵골어 등 3개 언어로 진행된 장례미사에는 전 세계 23개국에서 3백여 명의 조문 사절단과 장애인, 고아 등 4천여 명을 포함해 모두 1만2천여 명이 참석했다. 나라야단 인도 대통령과 인데르 쿠마르 구즈랄 인도 총리와 바비올라 벨기에 여왕, 소피아 스페인 여왕, 오스카 루이지 스카파로 이탈리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에서는 이연숙 정무2장관을 정부 특사로 파견해 애도의 뜻을 전했고 이 장관은 미사 중에 한국 대표로 데레사 수녀의 영전에 추모의 꽃을 바쳤다. 그 외에 힐러리 클린턴 미 대통령 부인, 코라손 아키노 전 필리핀 대통령 등도 자리를 함께 했고 데레사 수녀의 질녀인 아지 보야주와 그 아들도 참석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데레사 수녀의 뒤를 이은 사랑의 선교회 니르말라 수녀와 헨리 드수자 대주교, 나라야단 인도 대통령의 추도사가 있었고 각국 대표들이 일일이 데레사 수녀의 영전에 헌화했다.
교황 특사로 파견돼 이날 미사를 집전한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은 미사 강론을 통해 『교황은 이 미사가 데레사 수녀를 교회와 세상에 선물하신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가 되길 원했다』며 『「사랑의 복음」을 가장 완전하게 이해한 데레사 수녀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큰 축복」임을 세상에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소다노 추기경은 이어 『거지, 장애자, 에이즈 희생자들은 토론보다는 진정한 사랑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우리가 데레사 수녀가 떠난 바로 그 자리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면 오늘 우리가 바치는 모든 기도는 헛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기경은 마지막으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이름으로 데레사 수녀에게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세상에서 당신이 하신 일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며 『가난한 이들은 예수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장례미사를 마친 데레사 수녀의 유해는 낮 12시 45분경 장례식장을 떠나 1시간 뒤인 하오 1시 45분 군 의장대 12명의 병사들이 각각 3발씩의 조총을 발사하는 가운데 사랑의 선교회 본부인 「마더 하우스」에 도착했다. 2시 30분, 데레사 수녀는 자신이 지난 34년간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며 살았던 집에 영원히 안장됐다. 이 자리에는 사랑의 선교회 관계자들과 주요 인사 등 10여 명만 함께 자리해 데레사 수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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