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운동이 청주교구(교구장=정진석 주교)를 중심으로 본격화됐다. 본보는 최양업 신부가 하루 빨리 시복시성되길 희망하며 최양업 신부 시복시성 청원서 교황청 제출 특집으로 10월 한 달간 최 신부의 영성과 사목, 학문적 업적, 인물평, 시복시성 및 현양운동 전개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재조명해보는 기획「백색 순교자 최양업」을 연재한다.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
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영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그리스도 중심의 삶」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최 신부는 특히「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길 고대하고 희망했다. 「십자가를 지고 따름」이 최 신부의 삶의 시작이자 중심이요 마지막이었다.
그 증거는 최양업 신부가 불어로 번역한「기해, 병오박해 순교자들의 행적」증언록 말미에 자신이 직접 쓴 후기에 집약돼 나타난다.
『다른 이들은 서로 영광을 찾겠지만 제게는 모든 영광이 주님의 십자가의 능욕 안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순교자들의 왕이신 주여, 영원으로부터 감추어진 십자가의 권능과 지혜를 제 마음 안에 부어 주시어 당신의 발자취를 따름으로써 저로 하여금 지극히 복되신 성모님의 달고 단 사랑과 순교자들의 공로를 통하여 현세에서는 전우가 되게 하시고, 후세에서는 공동 상속자가 되게 하소서』
또 그의 서한에 녹아있는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을 보면『언제쯤이나 저도 신부님들의 그다지도 엄청난 노고와 저의 형제들의 고난에 참여하기에 합당한 자가 되어 그리스도의 수난에 부족한 것을 채워, 구원사업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두 번째 서한). 『원컨대 지극히 강력하신 저 십자가의 능력이 저에게 힘을 응결시켜 주시어, 제가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님 외에는 다른 아무 것도 배우려 하지 않게 하시기를 빕니다』(세 번째 서한). 『소원이 있다면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삶 안에서 죽고 묻히는 것입니다』(네 번째 서한)
◆사목활동
최양업 신부는 10월경부터 공소 순회를 시작, 이듬해 6월까지 마치고 장마기인 한여름에는 휴식을 취하며 저술활동에 힘썼다. 최 신부가 담당한 지역은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 5개 도에 달했다. 공소 순회 거리는 적게는 5천 리에서 많게는 7천 리가 넘었다. 최 신부는 하루에 80~1백리를 걷고 밤에는 고해성사를 주고 날이 새기 전에 떠나야 했다. 그래서 그는 한 달 동안 나흘 밤 밖에 자지 못했다. 공소 순회를 통한 사목활동이 너무나 바빠 1852~1853년에는 편지조차 쓰지 못할 정도였다.
최양업 신부는 1850년 교우 3천 8백 15명을 순방, 그 중 2천 4백 1명에게 고해성사를 집전하고 1천7백64명에게 성체를 영해주었다. 또 1백 81명의 성인과 94명의 유아에게 세례를 주었고 3백16명에게 보례를, 2백78명의 예비신자를 등록시켰다. 또한 4백55명에게 임종대세를 주었다. 이처럼 바쁜 그의 사목활동은 편지 7, 8, 12, 16, 18신에 상세하게 나타난다.
최양업 신부는 사목, 전교활동을 하면서「인권」과「평등 교리」를 강조했다. 최 신부는 누누이「양반제도의 폐습」을 거론했다(10번째 서한 참조). 그는 또 열세 번째 서한에서 반상을 가르는 신분제도는 인간의「천부적 존엄성」에 어긋나고 그리스도의 정신과 처신에도 위배되기에 없애버려 마땅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신부의 탁월한 사목적 열성과 성과에 감화를 받은 조선 교구장 장베르뇌 주교는 『최 신부는 12년간 거룩한 사제의 본분을 지극히 정확하게 지킴으로써 사람들을 감화하고 성공적으로 영혼구원에 힘쓰기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의 죽음은 저를 몹시 난처하게 합니다. 그가 성무를 집행하던 구역에는 크나큰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는 서양 사람이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많은 마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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