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의 태동이라 할 수 있는 조선 후기의 사상적 배경, 천주교의 수용과 유교와의 대립, 진산사건을 중심으로 한 천주교의 수용 과정 등을 설명한 학술서가 발간됐다.
브리티쉬 콜롬비아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인 도날드 베이커가 쓴 것을 김세윤(예로니모) 부산여대 사학과 교수가 번역한「조선 후기 유교와 천주교의 대립」(일조각 刊)은 특히 한국사에 대한 외국인의 연구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특한 의미를 지닌다.
부산교회사연구소(소장=송기인 신부)가 기획, 출간한 이 책은 서두에서 조선 신 유학사를 조망하고 신 유학자들이 예수회 선교사들의 저술을 통해 이해한 서양과학과 신론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어 조선 후기 유교와 천주교의 대립 양상을 다룬다. 또 진산사건, 즉 윤지충의 순교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천주교의 수용 과정을 정리하고 있다.
필자는 나아가 정약용에 대한 연구 동향을 사례로 들어 실학 개념의 문제점을 검토한다. 필자는 여기서 관심 분야를 조선의 전통 의학까지 확대시켜 다산의 의학론을 다룬다. 서양인인 필자의 한의학 이해 수준이 놀라울 정도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 원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흥미로운 것은 종래 학자들이 주로 정치적인 면에서 박해 원인을 찾으려 한 것과 달리, 신 유학과 천주교의 철학적 도덕적 종교적 대립의 필연성에서 찾고 있다.
이 책은 조선 후기 천주교회사를 수용 과정에서 박해에 이르기까지 조망하면서 중심 인물들의 유학 사상과 그들이 이해한 천주교 사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그 차이점을 거시적으로 섭렵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천주교회사 연구와 조선 후기 사상사 이해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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