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가 있다. 12년간이나 결혼생활을 해온 부부가 이혼하게 되어 재산을 이등분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다른 재산을 나누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어린 아이 셋을 나누는 것은 큰 문제였다. 고민 끝에 남편은 가장 친한 친구를 찾아가 어떻게 하면 자식을 반으로 나눌 수 있겠는가를 상의하였다. 친구는 이야기를 자세히 듣더니 충고하였다. 『어린애 하나를 더 낳아가지고 두 명씩 나누는 것이 가장 공평하고 좋은 방법일 것 같네!』 그로부터 이 부부는 어쩔 수 없이 일년을 더 살았다. 예상대로 부부 사이에는 넷째 아이가 태어났다. 어느날 충고해 준 친구는 뜻밖에도 단란한 그 가정의 식사 초대를 받게 되었다.
오늘의 강론 주제는 「혼인」이다. 10월은 혼인의 계절이다. 혼인이란 무엇인가? 계약에 의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인격적, 육체적인 결합이다. 혼인은 종신토록 사랑을 주고받기로 계약하는 것이며 서로 동거생활 하기로 계약하는 것이고 서로 도와주고 협조하기로 계약하는 것이다. 일생동안 신의를 지키고 이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분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며 자녀를 낳아서 이들을 기르고 보호하고 교육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혼인 반지는 이런 계약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교환하는 물건이다. 언제나 몸에 지니기 쉽고 보이기 쉬운 것이 반지이므로 이를 선택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빼 두거나 팔아 버리거나 바꾸어 껴서도 안 된다. 이런 계약을 쌍방이 동의한 후 한 몸으로 결합됨으로써 한 가정을 이루게 된다. 또한 혼인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제도이다. 오늘 성경 말씀을 보면 「아담을 만드시고 그 짝으로 여자를 만들어 주셨다.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어울려 한 몸이 된다. 하느님께서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선 안 된다」고 마르꼬 복음(10장6-9절)은 전하고 있다.
혼인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애정이다. 부부간의 애정은 그리스도와 성교회의 서로에 대한 사랑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사랑의 성격은 어떠해야 할까? 첫째로, 「항구한 사랑」이라야 한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영원토록 사랑하신다. 『나는 세상 끝날 때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셨다. 부부들도 죽는 날까지 사랑이 변절하는 일 없이 살아야 하겠다. 지금은 사랑하다가 나중에는 식어지는 일회용 사랑이어선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부부되는 분들에게 「항구히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둘째로, 「충실한 사랑」이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완전히 교회에 충실하시고 전 인류를 사랑하시지만 특별한 사랑을 교회를 위해 남겨 놓으셨다. 부부들도 일반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부부 서로에게는 특별한 사랑이 있다. 이것은 타인에게 분배하지 못할 사랑이다. 셋째로, 「몰아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이어야 한다. 항구하고 충실한 부부의 사랑은 노력없이 유지가 되지 않는다. 얼굴이 예쁘다고 해서, 성적 충동만으로 애정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애정을 끊어지게 할 수 있는 요인들은 얼마든지 있다. 성격 차이, 정신 능력이 다를수 있고, 취미, 교양이 다르고 성생활, 경제, 건강 등등 부부의 애정을 끊어지게 할 수 있는 위험한 일들이 무수히 많다. 따라서 위험에 빠질 때마다 굳은 신앙으로 이것을 이겨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길이다. 무릇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강생의 신비를 부부 사랑에 적용시켜야 한다. 즉,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천상에서 내려오셨듯이,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기 위해서 목숨을 바치셨듯이 부부들도 이렇게 서로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충실하고 서로를 위해 희생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로, 애정은 「공손한 사귐」이어야 한다.
욕망은 변덕스럽고 성은 쉽사리 식어질 것이다. 욕망보다 성보다 더 확고한 기초 위에 혼인이 세워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두 마음의 일치이다. 부부들은 서로의 욕망을 채우고 만족하는 기계로써 남용하는 것보다는 평등한 배우자로서 존경하고 대화하고 양심을 살리고 서로의 온갖 행복을 조장하도록 노력해야 되는 것이다. 오늘 1독서에서 아담은 여자에게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다』라고 외쳤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혼을 금하는 말씀을 하신다. 『따라서 그들은 이미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자기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그 여자와 간음하는 것이며 또 아내가 자기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도 간음하는 것이다』라고 하신다. 하느님께서 여자를 만드실 때 아담의 갈비뼈를 취하여 만드셨다. 따라서 여자는 원래 남자와 한 몸이다. 몸이 찢어진다는 것은 깊은 상처, 불구, 또는 죽음을 의미한다. 이혼은 몸이 찢어지는 것과도 같다. 행여나 이혼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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