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본당 청년 구역모임(지도=신경남 신부)이 한국 갤럽과 공동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천주교 청년신자의 신앙생활 실태 및 종교의식에 관한 조사 보고서」는 침체된 청년사목의 활로를 찾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한국교회 처음으로 청년신자들에 관한 과학적 분석 자료를 마련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 조사는 청년신자들이 참된 가치관과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를 갈망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따라서 미래 청년사목의 활로는 소공동체 운동에서 찾아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운영 어려움 극복한다면 성과 "기대" 활동 어려운 이유는 시간ㆍ여유 부족
"계기만 마련되면 냉담 해소" 76.5% 청년에 맞는 교육 전례 개발도 시급
■ 응답자 분류
연령 : 19~35세 응답자 수 : 31개 본당 3백24명
A군 " 교회 내 단체 활동자
B군 : 단체활동 경험자
C군 : 미사만 참례하는 자
D군 : 냉담자 계층
소공동체가 가장 중요
침체된 「청년사목의 활성화/내실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이에 대한 응답은 이번 설문 조사의 전체적인 결론을 내려주고 있다. 이 질문에서 응답자들의 40% 이상은 「본당 구역 단위의 청년 소공동체 활성화」가 가장 크게 필요하다고 대답해 「청년들을 위한 놀이, 문화 공간 및 프로그램 제공」, 「내실있는 신자 재교육 프로그햄 실시」, 「교회 내 청년을 총괄할 수 있는 조직의 편성 및 교회 내 단체 활성화」등을 앞섰다.
소공동체의 취지와 목적, 현실성에 대한 질문에서도 응답자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97년도 서울대교구 사목교서 및 소공동체와 관련해서는 그 취지에 대해 일단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매우 절실한 내용이며 그 실현 가능성도 크다」는 의견이 20% 안팎이었다. 또 「미사와 단체활동 이외에 신앙과 생활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 모임」에 대해서도 절반 가량이 매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유보적 평가도 많아
하지만 소공동체가 『필요한 내용을 적절히 제시하고는 있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실적 어려움으로 취지대로의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라는 유보적인 평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소공동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의 다각적 모색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공동체 운동이나 공동체 모임의 취지와 효과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것은 우선 소공동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데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공동체에 대한 인지도는 A, B, C, D군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가장 인지도가 높은 A군에서조차 이를 상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11. 7% 에 그치고 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공동체 모임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전제하지만 80% 가량의 대다수가 이런 어려움이 해소된다면 얼마든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소공동체 운동의 전망은 밝은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여유 부족
응답자들 중에서 신앙생활에 열심인 A군은 대개 19세에서 24세, 대학생, 미혼자, 사무직으로 낮은 연령 분포를 보이는 반면 나머지 B, C, D군은 30세 이상, 기혼자층이 대부분이다. 이는 30대의 경우 가정과 사회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라는 점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조사에서는 단체활동을 그만 둔 이유(B군), 단체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C군)는 시간과 여유 부족이 각각 52. 2%, 27. 7%로 가장 많은 것으로 대답했다. 또 그나마 단체활동을 하고 있는 A군 응답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가 성가대(26. 2%), 주일학교 교사회(20. 1%), 청년 레지오(18. 6%), 전례부(9. 7%), 청년 성서모임(6. 1%), 청년연합회(4. 6%)의 순이고 그 외에는 모두 2% 미만의 낮은 참여율을 보여 청년층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는 단체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냉담자 그룹인 D군의 경우, 신앙의 의미에 회의를 느껴서(22. 5%)가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했지만 몇 번 빠지다 보니 다시 나가기 어려워졌다(33. 7%)가 훨씬 더 많은 비율을 보였고 이들은 다시 신앙생활을 시작할 의향을 대부분 갖고 있어(76. 5%) 계기만 마련해 준다면 얼마든지 냉담자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결과를 보였다.
따라서 교회는 이들의 요구와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청년들은 신앙 성숙을 위해 교회가 △성서공부/묵상 △신앙상담 △심성계발 △사회교리 등을 제공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의 청년미사, 전례, 성가 등에 대한 평가」에서는 「차분하고 경건해서 가톨릭의 분위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너무 형식적이고 딱딱해서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대답보다는 많지만 후자의 답변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갖고 있다.
청년에 적합한 전례 개발의 필요성이 이처럼 제기됨에 따라 청년 전례 개발시에는 △신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례 △활력있고 신나는 전례 △깊은 내적 신앙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례 등이 강조되고 있다.
교회의 문제와 역할
교회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는 △각박한 사회생활을 견디어낼 수 있는 정신적, 심리적 위안 제공 △세속적 가치관에 물들지 않을 수 있는 확고한 신앙적 가치관의 제공 그리고 △삭막해져 가는 현 사회의 인간관계에 대처할 수 있는 진정한 인간관계의 장 제공을 꼽고 있다.
결국 청년신자들은 고도의 경쟁사회 속에서 대형화, 물량화 되어가는 교회에 대한 문제점과 함께 대형 교회에서의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주의적인 가치관
한편 청년들의 가치관 및 생활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건강, 마음의 평안, 신념, 좋은 친구, 가정 생활, 신앙 생활 등으로 꼽고 있으며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는 가정 교육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생에 대한 기분에서도 즐겁고 희망적이라는 답변이 절반을 넘어 냉소적이거나 비관적인 요즘 사회 분위기와는 달리 젊은이다운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신앙이나 가치관에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짙게 나타나 사회와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것이다. 「신앙의 가장 큰 의미」에서 「마음의 안정」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반해 「이웃과 사회에 관심을 갖게 해준다」는 답은 5% 남짓에 그쳤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에서도 「마음의 평안」이 40% 남짓인데 비해 「남을 돕는 것」은 6% 내외였다.
◆ 서울대교구 교육국 청년 구역모임 지도 신경남 신부
"본당 구역모임은 모든 청년신자 포용하는 공동체 운동"
『소공동체의 활성화는 2000년대 청년사목의 확고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와 같이 몇몇 단체 중심의 청년 활동만으로는 교회에서 멀어져가는 청년들을 끌어안을 수 없습니다. 본당 구역모임은 단체활동을 하지 않는 모든 청년신자들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공동체 운동입니다』
신경남 신부는 「청년 구역모임」이 단지 하나의 대안적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신운동」이자 청년사목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설명한다.
「청년 구역모임」, 즉 청년 소공동체 운동은 청년사목을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는 또 하나의 보완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년사목 자체가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이번 조사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청년사목의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청년신자들의 욕구와 갈망에 상당히 부합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소공동체에 대해 청년신자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공동체 운동의 청년사목 도입 필요성은 이미 지난 96년 사목교서에서 언급됐고 97년도 사목교서에서 보다 구체화됐다. 95년도 사제총회에서 『본당 단위의 청년 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지침이 나왔으면 한다』고 제안됐고 96년 제1차 사제총회에서는 『소공동체를 통해 청년 구역모임을 조직하고 운영하자』고 제의됐다. 이러한 요청에 따라 지난해 말 교구와 본당 청년사목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청년사목 모델로 청년구역 모임이 제시됐고 신경남 신부가 지도신부로 임명됐다.
『본당에서의 청년사목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단지 사목의 대상이나 객체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충만한 생명으로 함께 가는 여정의 동반자로서 청년을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신경남 신부는 부임하자마자 첫 작업으로 15개 지구 청년사목 지도신부 모임을 조직하고 정기적인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이어 지구 청년연합회장 모임을 결성해 지구별 모임과 전체 모임을 월 1회 갖고 있다. 이는 청년사목의 목적을 공유하고 사목적인 연대를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2천년을 청년 구역모임 정착의 해로 설정하고 단계적인 계획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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