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철저한 계급사회이다. 계급이 낮아 군 정책을 입안, 시행하는 참모회의에 들어가지 못해 군 사목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는다면 교회로선 엄청난 손해이다. 이 손해는 곧 군 신자들에 직접적으로 미칠 뿐 아니라 군 복음화에도 엄청난 차질을 가져오게 한다.
따라서 군 복음화의 단계적 실천을 위해선 군종사제의 장기 복무자 증가가 필수적이다. 가톨릭신문은 군인주일을 맞아 기획특집 「군종 참모, 보직은 있어도 사제는 없다」를 마련, 군종 장기 복무자의 필요성을 진단해 보았다.
장기복무자 현황
올해 군종사제 중 장기 복무자는 육해공 3군을 통틀어 22명으로 한국 천주교회 사상 최고의 수치를 기록했다.
현재 장기 복무 중인 군종신부는 육군 17명, 공군 3명, 해군 2명이다.
군 장기 복무 사제는 70~80년대만 해도 연평균 15명 선이었다. 1980년대의 경우 1983년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략 13~16명 선을 유지했다.
또한 군종교구가 설립된 초창기에는 오히려 연평균보다 낮은 14명 선을 유지해오다 1994년을 기점으로 94년 16명, 95년 18명, 96년 18명, 97년 22명 등 상향선을 보이고 있다.
이같이 군종 사제들의 장기 복무자 수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군종교구 측은 ▲군 사목에 대한 군종신부들의 사명감 증대와 ▲군종교구의 안정적 기반 조성을 그 이유로 꼽고 있다.
장기복무자의 필요성
군종신부는 성직자이면서 군인이다. 그러나 군종신부는 계급적 신분을 지녔다고 해서 계급적 분류 안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군종신부는 군 조직 안에서 계급과 지위를 넘어 모든 이를 위한 사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군종신부는 무기를 소지할 수 없다』는 군의 통념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그러나 군 사목의 실질적 업무에 들어가서는 계급과 지위를 전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군종 관련 모든 업무는 군종 감실에서 결정된다. 군종 사업의 장·단기 정책이 모두 이곳에서 기획, 착수된다. 가톨릭교회의 군 사목 방향이 군종 업무에 반영되기 위해선 정책 기획 단계에서부터 관여하는 고위직 사제가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필요성은 상급 부대에 갈수록 더 많이 요청된다.
우리 군은 정책 회의에 참여 할 수 있는 참모의 자격으로 사단급은 소령 이상, 군단급은 소령ㆍ중령 이상, 군 사령부는 대령 이상으로 정해놓고 있다.
현재 군종사제 중 소령 계급을 달고 사단 참모로서 사목 중인 신부는 단 1명뿐이고, 군 사령부에 중령 2명이 배치된 것도 올해로써 처음이다.
군목과 법사가 평균 15년 이상 복무한 군단급에는 대위 3년차 신부들이 대부분 보직, 임명돼 있어 군종 참모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실태이다.
장기자 부족으로 인한 불이익
군종 목사의 경우 진급이 안 돼도 제대하지 않고 끝까지 군에 남아 있어 진급 대상자에 적게는 3~4번, 많게는 5~6번을 올라 진급 심사에 오른 군종 사제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즉 군종신부 중 당해 장기 복무자가 없어 진급 대상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연히 그 자리는 목사가 차지하고 만다.
현재 개신교 군목은 3백30여 명으로 이는 개신교 목사 완편 인원에서 50여 명이 웃도는 수치이다. 즉 법사 20명과 군종 사제 30명의 부족분을 목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1997년 9월 말 현재 현역 군종 사제는 육군 52명, 해군 11명, 공군 14명으로 총 77명이다.
군종 사제의 부족은 군 조직 내에서 실질적인 보직을 차지하지 못하는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 준 본당급인 각 군 병원에는 단 한 명의 전담 사제가 없을뿐더러 수도방위사령부와 수도 군단, 행정 학교 등 비교적 규모가 큰 부대에도 단 1명의 사제가 배치돼 있어 실질적인 군 사목을 기대할 수 없다.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군종신부 1명이 특전사 사령부와 7개 여단 전부를 사목하고 있는 반면 목사는 각 여단에 모두 배치돼 있고, 법사도 사령부에만 2명이나 있다.
이처럼 장기 복무 사제는 물론 단기 군종 사제의 부족으로 실직적인 군 내 가톨릭교회의 몫을 개신교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장기 복무자에 대한 처우개선 시급
금년에 처음으로 제대 사제 소개 때 동기 중 장기자와 1년 연장자가 함께 소개될 만큼 지금까지 장기 복무 군종 사제에 대한 예우는 소홀했다. 군종 사제의 장기 복무 문제도 교구장 주교와 해당 사제간의 개인적 얘기로 오고갔지 공식석상에서 거론된 적은 없었다.
지난해 가을부터 결성돼 연 2회 모임을 갖는 「군종 사제 장기자 모임」에도 군종교구와 군종후원회 등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자체 조달한 회비로 모임을 꾸려나가고 있다.
장기 복무자에 대한 이처럼 소홀한 처우에 대해 군종 사제들은 『군종 사제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기 신부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이에 대해 장기 복무자들은 『가끔 내가 제대한 동기보다 못해 군에 남아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면서 『장기 복무자들이 남아 있는 것은 군에 대한 특별한 봉사라는 사실을 인지해 주었으면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대부분의 부대에서 군종 사제가 목사와 법사에 비해 1~2단계 계급이 아래여서 군 대내적으로 군 사목의 협조가 난항을 겪는만큼 많은 장기자와 연장자들이 나와야 한다』며 『현재 서울대교구가 매년 1명씩 장기 복무자를 배출하고 있듯 타 교구에서도 군 사목에 대한 보다 근원적이고 실질적인 협조와 배려가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군종 참모 보직 확보방안
군종 참모 보직확보를 위해선 일차적으로 장기 복무자가 늘어나야 한다. 그 차선책으론 연장자들이 늘어나 군종 사제의 부족분을 채워주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다.
현재 군종 사제의 복무연한은 일반 본당의 1회 임기도 안 되고 있다. 이에 군종 사제단 내에선 『최소 6년, 최대 10년으로 군종 사제의 복무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의견을 주장한 군종 신부들은 『최소 6년 이상 군에 복무해야 사단을 비롯한 군단, 군 사령부 등을 거치면서 군 사목에 대한 개념을 가질 수 있다』면서 『3년 임기는 너무 짧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군종 사제들이 장기 복무를 하지 않더라도 6~10년만 연장 복무해 전 사제가 소령 진급 대상자가 될 수준만 되면 현재 목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가톨릭 몫의 참모 보직을 되찾아올 수 있다』면서 군종 사제들의 희생과 애정을 촉구했다.
특집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