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사목의 현주소
통계청에서 발표한 전국 대학 수는 전문대학을 포함해 총 2백97개에 달하고 학생 수는 1백93만12명이다.
지난해 4월 1일을 기점으로 조사된 통계 자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는 총 3백 개의 대학교에 학생 수가 약 2백만 명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에 이들을 사목하는 전담 신부는 서울대교구의 단 한 명에 불과하고 전체 교구에서는 총 20여 명 정도가 지도신부로 활동하고 있다.
2백만 명의 학생을 20여 명의 사제가, 그것도 전담 사제가 아닌 지도신부로서 다른 필요한 사목을 하면서 덤으로 대학생 사목을 맡고 있는 것이 한국교회가 처해 있는 대학생 사목의 현실이다.
결국 사제 1명당 20만 명의 대학생을 사목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현실에서 대학생 사목은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일선 사목자들은 『한 사람의 사제가 한 본당, 한 지역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도 아닌 대학생들을 20만 명씩이나 사목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실제적인 사목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사목 대상을 세분화해 그들에게 사목자로서의 관심이 미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사목자들은 국내 복음화율을 감안할 때 전체 2백만 대학생 중 약 20만여 명 정도는 신자로 구분, 이들을 직접 또 적극적으로 사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학생사목의 현실은 이러한 지적과는 달리 서울대교구의 경우 전담 신부 1명이 50개 대학 37만 9천여 명의 대학생을 상대하고 있고 타 교구에서는 다른 업무와 겸직하고 있는 지도신부가 대학생 사목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대학생 사목의 근간이 될 수 있는 각 교구 및 단위대별 대학생회는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4개 교구에 각 교구 대학생회가 협의회 또는 연합회라는 성격으로 조직돼 있다.
14개 교구 학생회 산하에는 거의 전 대학교(전문대 포함)에 가톨릭학생회가 단위대별로 조직돼 있으며 각 단위대별로 실제 활동 인원과 등록 인원을 합해 약 1백여 명의 학생들이 가입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가톨릭대학생회 고동환 의장은 3백 개 대학에서 약 3만여 명의 학생들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상태며 그 중 약 20% 정도인 6천여 명이 제대로 활동을 하며 가톨릭대학생회를 전국에서 이끌고 있는 셈이다.
약 20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가톨릭 신자 학생 수를 감안한다면 대학을 통해 대학생 사목의 영향을 받는 신자 학생이 6천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설명이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물론 대학생 사목은 순수한 대학 내에서만의 사목만을 지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본당에서도 본당 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사목을 펼칠 수 있지만 대학생들이 주로 머무는 대학 내에서의 사목은 본당 사목과는 별개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 사목에 대한 현재와 같은 교회의 관심과 지원 하에서는 대학생 사목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일선 대학생 사목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특히 각 단위대별, 교구별 대학생회는 구성돼 있지만 전국적인 가톨릭대학생회는 주교회의의 인준을 받지 못한 채 학생 스스로에 의해 임의 단체 형식으로 꾸려가고 있을 정도로 대학생회에 대한 교회의 관심은 저조하다.
물론 최근에 개최된 전국 교육국장 회의와 총대리 회의에서 전국가톨릭대학생회를 인준해 주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대학생들에 대한 교회의 시각에 새로운 변화가 보이고 있다.
대학생 사목을 두고 일부 사목자들은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로 현실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교회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 쉽게 열매를 거두려 하기보다는 먼 장래를 위해 투자하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사목자는 『교회는 뿌린 만큼 열매를 빨리 거두려 하는 습성이 있다』며 열매를 거두려는 생각보다는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대학생 사목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동시에 대학생 사목은 한 개 교구 차원의 문제로 국한시켜 풀어갈 것이 아니라 지방과 도시 본당이 상호 연계하는 가운데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 가야 한다. 서울 시내 대학생의 경우 전체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본당을 떠난 지방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가톨릭학생회를 가장 소외된 학생들의 모임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신앙을 맛들일 기회를 갖지 못해 왔다.
따라서 대학생 사목의 초점은 지역 중심의 붙박이 사목의 틀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나서는 이동사목의 개념을 도입, 학생들을 찾아 나서는데 맞춰져야 할 것이다.
직장인 사목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유를 감안한다면 대학생 사목의 방향도 본당을 통해 찾아 올 것을 권유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찾아 나서는 적극적인 사목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특정 장소를 선정, 대학생 중심의 본당으로 지정하거나 대학생 전문사목 팀을 구성, 대학생들의 다양한 욕구와 변화를 수용하는 사목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학생들은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며 뒹굴 수 있는 사제를 목말라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우선 특별한 사목적 배려보다도 함께 있어주는 사제를 통해 자신의 신앙생활을 되돌아 보고 대학생활이 신앙과 유리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 전국 가톨릭대학생협의회 고동환 의장
"대학에 「그물」던질 때"
『대학생들은 신앙적인 가치와 현대사회의 가치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풀 체계적인 구조를 갖는 것이 대학생 사목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준한 단체는 아니지만 전국 14개 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회장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고 있는 전국 가톨릭대학생협의회 고동환(그레고리오ㆍ제주 동문본당ㆍ한양대 4년) 의장.
그는 대학생들의 열정을 묶어낼 수 있는 체계적인 대학생 사목이야말로 이 시대 방황하는 신자 대학생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입시지옥에서 해방돼 신앙적으로 불안정한 대학생들을 너무 내버려두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동환씨는 그 단적인 예로 전국 2백만 대학생들을 담당하는 전담신부가 단 1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이러한 현실은 교회가 대학생들을 그냥 방치해 두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동환씨는 대학생이 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도시로 유학을 가기 때문에 본당에 대한 소속감은 점차 희박해지기 쉽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다양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학생회는 학교 내에 존재하는 하나의 교회이며 성전입니다. 그 교회가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물고기는 무궁무진하게 많은데 그들을 잡을 그물을 치지 않는 것이 현재 교회가 안고 있는 대학생 사목의 현주소라고 꼬집는 고동환씨는 이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대학생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 최선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동환씨는 『과거 민주화 투쟁 등의 영향으로 해산된 전국 가톨릭대학생협의회 등을 교회가 인준, 적극 끌어안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제는 민주화 운동의 의미도 사라진 만큼, 대학생 스스로 내적 복음화를 이뤄나갈 수 있는 장을 교회가 마련해 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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