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성사 거행자 교리
세례의 일반적인 집전자는 주교와 사제이며, 라틴교회에서는 부제도 집전할 수 있다. 긴급한 경우에는 모든 사람들이, 세례를 받지 않은 사람까지도, 세례집전에 요구되는 의향을 지니고 있는 경우 세례를 줄 수 있다. 요구되는 의향이란 교회가 세례를 주면서 행하는 것을 자신이 하기를 원하며, 삼위일체가 명시된 세례양식문을 사용하는 것이다. 교회는 비신자라도 세례를 줄 수 있는 근거를 보편적 구원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의지와 구원을 위한 세례의 필요성에서 찾는다.
한편 성사를 받는 자와 직결된 성사의 효율성 문제 역시 아주 오래 전부터 대두되었다. 성사배령에 있어서 인간 측의 역할을 무시함으로써 성사를 미신이나 마술처럼 여기는 결과를 초래해서도 안 되고 지나치게 인간 측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은총을 인간의 노력에 얽어매어 놓는 결과를 초래해서도 안 되는 것이기에 무상으로 하사된 은총이지만 요구되는 인간 측의 협조라면 어느 정도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조건 혹은 자격을 기준으로 해서 기본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들이라면 우선 받는 자 모두는 살아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은 이는 결코 성사배령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다음 개별 성사를 위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세례의 경우 그리스도와의 일치에 대한 바램이 있어야 하고 고백의 경우 참회를 전제조건으로 하며 혼인의 경우 상호 간의 약속이 선행되어야 하고 병자도유의 경우 하느님께 자신의 고통을 봉헌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발병이나 노쇠현상이 전제조건이 된다. 이 외에도 교회가 정한 조건이 전제되는 경우도 있다. 즉 신품성사의 경우 아직까지는 받는 자가 남성이어야 한다든가 혼인성사의 경우 서품 받은 자는 배령불가라든가 하는 조건이 그것이다.
받는 자 문제는 다른 한편으로 교회의 지향이라는 측면에서 중요시된다. 받는 자가 성사를 유효하게 배령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지향에 따른다는 의지가 필요하고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성사마다의 특성에 따르는 준비조건들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들 중에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신앙이다. 받는 자의 의지 그리고 교회의 지향에 관해서 맨 먼저 가르친 이도 역시 아우구스띠누스였다. 그는 『순수한 세례는 주는 자나 받는 자의 양심의 순수함이나 불순함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반복하면서도 『너 없이 너를 내신 하느님께서 너 없이 너를 구원하시지는 않는다.』고 말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신다는 것을 강조하는 가운데 성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임을 세례의 예를 빌려서 설파했다. 그러나 유아들은 세례 전에 세례를 받고자 하는 원의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신앙을 가진 어른들이 다 행할 수 있지만 말을 할 수 있는 경우에는 대리자가 답변을 하면 무효라는 것이다.
달리 설명하면 유아들의 신앙은 부모나 후견인의 신앙이 교회의 지향대로 유아의 신앙을 보장하기 때문에 세례를 가능하게 하지만 자기의지를 표명할 수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본인이 자신의 신앙을 직접 표명해야 세례가 유효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사는 신앙을 전제로 하는데 그 신앙은 다름 아닌 교회의 신앙이라는 것이다.
교회는 이 전통에 따라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혹은 의지 표명을 전제로 한 세례성사의 거행을 가르쳐 왔다. 인노첸시오 3세 교황은 1201년에 그리스도 신앙을 반대하거나 반대 의사가 있는 자에게 그리스도 신앙을 강요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교리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했고 트렌트 공의회에서는 어른의 경우 성사배령에 의지적인 행위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베네딕도 14세께서도 1747년에 유대아 유아들의 세례문제를 언급하면서 동일한 지시를 발표했던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같은 교리를 가르치고 있다. 관련되어 있는 가르침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들 2가지만 소개하겠다.
하느님의 말씀 안에 포함되어 있고 교부들로부터 항시 설교된 주요 가톨릭 교리 중에 가장 으뜸가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신앙을 통한 응답은 자유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누구도 자기 의지를 거슬러 신앙을 받아들이도록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 사실 신앙행위는 그 성질상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다.
성사는 인간의 성화와 그리스도의 몸의 건설, 또한 하느님께 대한 흠숭을 목적으로 한다. 성사들은 신앙을 전제로 할뿐 아니라, 말과 사물로 신앙을 기르고, 굳세게 하고 또한 드러낸다. 그래서 신앙의 성사들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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