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상) 선교하는 본당, 선교하는 공동체
(중) 가두선교와 직장사목
(하) 복음화 3세기로 향한 도전
10년 이상 지속되는 신자 증가율 둔화와 냉담자 증가는 한국교회 최대 위기의 하나로 지적된다. 지난 84년 8%에 달했던 신자 증가율은 10년만인 지난 94년 절반인 4%로 뚝 떨어진 이래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냉담자 증가율은 매년 1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 같은 선교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다양하게 일고 있으며 상당한 성과를 얻고 있다. 이미 상당한 연륜과 성과를 보인 가두선교와 함께 새로운 양 찾기, 잃어버린 양 찾기, 새로운 가족 찾기, 일대일 선교, 한 신자 한 예비신자 확보 등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가톨릭신문은 따라서 선교위기를 타개하는 이 같은 사례들은 과연 어떤 성공 요인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한마음으로 자신감을 갖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 위기를 호기로 만듦으로써 선교 활성화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서울대교구 구로본동본당(주임=정월기 신부)은 주일인 9월 26일 3백여 명에 달하는 예비신자들과 어울린 본당 신자들의 환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은 올 초부터 벌인 대대적인 「새 가족 찾기 운동」의 성과로 2백84명의 예비신자들에 대한 입교식이 열린 날이다.
지난해에 비해 4.5배, 95년에 비해서는 무려 5배가 넘는 예비신자들이 성당을 찾았다. 평소에는 별반 좁아 보이지 않던 대성당이 꽉 차 마당까지 1백여 개의 의자를 따로 놓아야 했다. 예비신자들을 맞을 준비를 하던 젊은이들은 교리실에서 무거운 의자들을 들어 나르는 수고로움까지 오랜만에 대규모 새 식구들을 맞는 보람으로 기꺼이 감수했다.
같은 날 광주대교구 염주동본당(주임=윤용남 신부)에서도 5백여 명의 예비신자 입교식이 거행됐다. 교구 설정 60주년 및 목포지역 선교 1백주년 기념 40일 선교운동에 전 신자가 참여한 결과 이 같은 이례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다.
10년이 넘도록 신자 증가율이 하락 추세를 보이는 반면 냉담자 증가율은 정반대로 높아지기만 하는 한국교회의 「선교위기」속에서 이 같은 사례들은 결코 가톨릭교회 선교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으며 소위 「하면 된다.」는 긍정적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개신교와는 달리 비교적 「점잖은」편인 가톨릭교회에서 이처럼 본당 전 신자가 참여하는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선교운동의 불길이 일어난 것은 가두선교와 함께 인천교구 만수1동본당(주임=김병상 신부)으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양 찾기」이다.
지난 94년부터 시작된 「잃어버린 양 찾기」와 「새로운 양 찾기」운동은 이제 인천교구 내 여러 본당은 물론 청주교구 등 다른 교구에서까지 본당 차원에서의 성공적인 선교운동 사례로 평가 받아 속속 그 방법론과 노하우를 도입하고 있다.
인천교구 내에서만 이미 부평5동, 역곡2동, 양곡본당 등 여러 본당에서 같은 이름으로 선교운동에 나서고 있고 수원교구 화서동본당(주임=배영무 신부)도 전 신자 1인당 1인 입교를 목표로 「새로운 양 찾기」운동을 벌여 9월 27일 모두 5백3명에 달하는 예비신자 환영식을 가졌다. 성공적인 본당 선교 모델의 하나로 평가받는 만수1동본당의 선교운동은 지난 94년 시작됐다.
전 신자가 참여하는 이런 선교운동의 성과는 기존신자들의 신앙생활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쳐 지난해 성탄 판공성사율이 냉담자와 행불자를 포함해 총 62%에 달해 전국 평균 38%를 훨씬 능가했다.
물론 이전에도 신자 증가율이 전국이나 교구 평균을 넘어서는 이례적인 본당이 있었다. 전통적인 신앙의 고장인 청주 감곡본당은 복음화율이 이미 지역 인구의 40%에 달하면서도 매년 3백~4백여 명의 신영세자가 배출되고 있다. 수원 양평본당은 94년과 95년 연속 교구 내 선교율 1위를 자랑하면서 전 신자 대비 신자 증가율 8.8%를 기록했다. 전년도 성인 영세자 70명에서 무려 4배가 늘어난 2백40명을 입교시켰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전체 한국교회 차원에서 볼 때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다른 본당에 적용 가능한 선교 모델로서의 의미는 갖고 있지 못하다.
반면 최근 여러 본당과 교구로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양 찾기」등 대대적인 선교운동은 어느 본당에서나 자기 본당의 현실에 맞게 적용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선교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본당에서 놀라운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선교목표와 전략」을 세워 전 신자들이 의지를 갖고 운동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본당 지도자와 신자들의 「전교 의지와 의식의 변화」이다. 만수1동본당의 경우 새로운 양 찾기 운동을 전개하면서 일부 신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두선교, 방문선교와 같은 직접선교는 개신교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차례의 교육과 강연회 등을 통해 변화가 생겼고 지금은 그동안의 선교활동 체험을 통해 선교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이루어졌다.
세 번째는 「기도와 생활의 일치」이다. 선교운동을 펼친 본당은 하나도 빠짐없이 활동에 나서기 전에 철저한 기도를 앞세운다. 만수1동은 냉담자들을 위한 고리기도, 40일 금식기도를 비롯해 피정과 각종 기도 운동으로 먼저 자신의 신앙생활 자체를 반성했고 구로본동본당 역시 9일기도, 40일 기도, 고리기도 등에 소홀하지 않았다.
네 번째는 「본당의 전폭적 지원」이다. 본당 전 신자가 참여하는 선교운동이니 만큼 본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공동체의 활성화」이다. 성공 사례 본당들은 모두 사목자와 사목회의를 통해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 해도 실제로 선교운동의 최일선은 구역 및 반 모임이었다. 구역반 소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는 경우 비례해서 높은 성과를 얻었고 침체된 경우 마찬가지로 성과도 미미했다.
사실상 선교에 있어서 소공동체 활성화의 중요성은 이미 많은 지적이 있어 왔다. 지난해 10월 가톨릭신문이 각 교구 사목국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13개 교구 중 8개 교구 사목국장이 2천년대 복음화를 위한 선교 활성화에 있어 소공동체 활성화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소공동체 운동은 신자 자신의 복음화는 물론 지역사회의 복음화를 추구함으로써 선교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대답이다.
물론 이런 선교운동이 2천년대 새 복음화를 위한 선교운동의 유일한 대안이거나 장기적인 방법론이라는 검증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선교운동은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는 신영세자가 대량으로 배출됨에 따라 신앙인으로서 깊이 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하는 우려이다. 따라서 소공동체에서 교리교육을 받고 나아가 소공동체로 편입되는 신영세자들을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교재 개발과 전문성을 지닌 교사의 양성 문제가 제기된다.
둘째, 이벤트 또는 프로그램으로서 대대적 선교운동은 연중무휴로 상시성을 갖기 어려우므로 지속성과 상시성을 갖출 수 있는 선교 조직이 본당 내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본당에는 선교분과가 조직돼 있으나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선교분과가 본당 관할지역의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요원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양 찾기」로 대표되는 대대적인 본당 차원 선교운동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본당 내에 확산시킴으로써 침체된 교회 선교열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획기적인 선교 모델인 것은 분명하다. 「친교의 공동체」에서 「선교의 공동체」로 나서게 하는 이 운동이 지금까지 여러 본당에서 거둔 성공으로 보아 전망은 상당히 밝은 것으로 평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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