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는 전혀 상관이 없이 보이는 한 개그맨이 여러 권의 컴퓨터 활용서를 펴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컴퓨터 일주일만 하면 ○○○만큼 한다」 운운하는 책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남달라 저자의 유명세 만큼이나 관심을 끈 이 책은 공전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컴퓨터가 이제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특별한 기계가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 TV나 오디오처럼 생필품으로 취급받음에 따라 너도나도 키보드를 두드리고 더 쉬운 컴퓨터, 더 쓰기 편한 컴퓨터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일주일이라는 기간은 24시간 밥도 안먹고 컴퓨터를 만진다고 해도 그것이 지닌 능력을 십분 활용하도록 배우는데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그저 컴퓨터가 어떻게 생겼고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작동하며, 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에 대해 조금 이해하는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일주일」은 컴퓨터로 많은 일을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컴퓨터의 활용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들이 주위에는 많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교회 정보화에 있어서도 정보화, 전산화가 교회가 속한 사회와 세계의 전반적인 추세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교회에서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성직자, 수도자의 의지가 매우 큰 역할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들 교회 지도층의 정보화 의지는 교회 정보화를 이루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교회 내 전산 전문가들은 교회 정보화의 추진에 가장 큰 어려움은 초기 투자가 상당한 예산의 마련이나 전문 인력의 부족 등 외부적 여건에서 찾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목자들의 정보화 마인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각 본당의 전산화 단계는 본당 사목자가 얼마나 정보화, 전산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서울 묵동본당의 경우 본당 청년 단체가 PC통신 동호회로 등록돼 온라인 상으로 각종 연락을 취하기도 하고 신앙상담을 하기도 할 정도이다. 이는 본당 보좌 정운필 신부가 평소 컴퓨터 활용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하이텔 가톨릭동호회 「하늘나라」 지도신부를 맡고 있기도 한데 기인한다.
반면 사목자가 전산화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 본당 업무에 컴퓨터가 활용될 수 있는 범위는 다만 문서 작성이나 간단한 교적 정리 정도의 수준에 머물게 마련이다. 실제로 많은 본당에서 이러한 정보화 마인드가 부족한 현실은 많은 교구에서 각종 성사문서나 교적 등 기본적인 자료에 있어 수작업을 우선시하고 컴퓨터 자료는 보조도구로서만 인정하고 있는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물론 일부 사목자들의 경우 컴퓨터를 사목활동에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관심을 보여오기도 했다. 성직자들로 구성된 컴퓨터 동호회가 활동하기도 하고 각 본당 업무용 프로그램의 일부는 직접 관심 있는 성직자들이 개발해낸 예도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 전체의 정보화를 논할 때 이 같은 사목자들의 정보화, 전산화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교회 정보화가 추진력 있게 진전되기 위해서는 사목자들이 「일주일」동안이라도 정보화에 관심을 기울여 인식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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