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평가
1) 총평과 전반적인 제안
<교리서>가 <신앙의 유산>을 통해서 밝힌 것처럼 개별 성사들에 관한 기본 교리들에 관한 전통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그 교리들에 직결된 『우리 시대의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그 내용을 자주 「새로운」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 「새로운」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교리서>의 노력은 한국에서의 가톨릭 교리서나 개요서를 만들 때 규범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가톨릭 교리서를 새로 편찬하고자 하는 이들은 그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원초적인 표현을 빌려 말하면 그것은 「토착적인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 즉 「한국의 상황에 맞는 교리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을 뜻한다.
한국의 상황에 맞는 교리서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람들의 의식과 사고 그리고 생활 방식에 맞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서 첫째, 그러한 것들을 표현해 낸다고 여겨지는 한국의 개념이나 언어 그리고 낱말들을 채택해야 할 것이고 둘째, 그러한 것들을 표현해 낸다고 여겨지는 한국인의 몸짓들 가령, 종교적이고 전통적이어서 문화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며 공동체적이고 인격적인 것이어서 사회 역사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삶의 유산들을 적절히 응용해야할 것이다. 그러한 교리서일 때 비로소 교리서다운 교리서일 수 있다고 본다. 교리서는 본시 신앙의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고 그 신앙을 표현하는 삶을 평이하면서도 현실 안에서 참 인간다움을 구현하는 삶이자 영원한 구원을 추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삶이라고 말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가톨릭 교리서는 한국인에게 해방의 전령이어야 한다. 결코 새로운 결박이나 족쇄가 아니라 예수께서 추종자에게 주겠다고 하신 짐이 편하고 가벼운 것처럼 신앙과 그 실천에 관한 가볍고 편안한 설명과 전언이 그 흐름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교리서를 대한 이들이 그 교리서를 지침으로 한국 사회 안에서 한국인을 위한 해방의 또 다른 전령이 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2) 기본 교리 평가와 제안
<교리서>가 기울인 노력에 비해서 내용상 결여된 면들이 다분히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기본적으로 그리스도론적이면서도 교회론적이고 또 성령론적인 개별 성사 교리를 전개하고자 했으면 대내적인 결속의 수준을 벗어나 대외적인 확산의 수준으로 이어지는 교리가 되었어야 했고 그로 인해서 첫째, 개별 성사의 속성과 그 성사의 삶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의 세상 안에서 세상을 위한 삶에 관한 사회적이면서도 영성적인 가르침이 둘째, 그러한 맥락에서 토착화에 대한 신념과 그것을 위한 의지를 갖게 해주는 예표다운 가르침이 강하게 부각되도록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한 마디로 해방의 전령으로서의 역할이 결여되어 있다. 16) 기본 교리별로 살펴보겠다.
①개별 성사의 제정과 전수교리에 대하여
성사의 제정교리를 성사의 기원 측면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하는 수준을 뛰어 넘어 제정과 그 전수 자체가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교회인으로서의 교회 내외적인 삶을 위한 것이었다는 관점에서 좀더 폭 넓고 의미 깊게 그리스도론적이고도 성령론적이며 또 교회론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아쉬움이 극복되는 표현들이 수용되었다면 그 교리의 해석차원에서 교회 재일치 사안이라든지 토착화 사안 그리고 영성적이면서도 사회적 정의의 구현 사안에도 실천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②개별 성사의 효과교리에 대하여
<교리서>는 개별 성사의 성사은총과 성사 인호교리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그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의 개개인의 인간학적인 관점에서의 실존적 발전과 그에 따른 고유한 역할에 깊게 연관시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이 다원종교의 현실 상황을 염두에 둔 종교 간의 대화차원에서 좀더 폭 넓은 것이었다면 좋을 뻔 했다. 성사은총에 관한 교리적 가르침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파견소명과 그 소명의 알찬 수행을 위한 종교 간의 대화와 그로 인한 상호 이해를 일반적이나마 조장하는 것이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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