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상) 선교하는 본당, 선교하는 공동체
(중) 가두선교와 직장선교
(하)복음화 3세기로 향한 도전
◆ 가두선교
전국 7백64개 본당서 가두선교 펼쳐
교회중심주의 탈피ㆍ신앙강화 결실도
『처음엔 무척 망설였지만 한 번 해보면 누구나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뿐만 아니라 직접 선교야말로 우리 교회가 반드시 해야할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자신이 오히려 신앙인이라는 자부심이 생기더군요. 처음엔 좀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스스럼없이 선교활동에 나섭니다』
가두선교 활동을 경험해 본 이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지난 90년 4월, 대구 삼덕본당 신자들에 의해 처음 시도된 「가두선교」가 이젠 한국교회 내에서 직접선교의 가장 탁월한 한 방법으로 자리잡았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듯 하다. 7년 남짓한 시간동안 가두선교의 국내 확산 추세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은 명확해진다.
군종교구를 제외한 14개 교구 9백86개 본당 가운데 가두선교 연수회를 실시한 본당은 모두 2백70군데. 전국 27만 레지오 단원들 중에 4만5천5백여 명이 여기에 참가했다.
선교책을 갖고 가두선교를 펼친 본당은 무려 7백64곳에 달한다. 전체 본당의 77%를 넘는 수치다. 또 운전기사사도회, 각 신우회 등 전국적으로 가두선교에 참가한 단체들도 1백44개에 달한다. 가두선교 책자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는 금년 9월 1일 현재 3백만 부가 발행됐다. 가히 「가두선교 열풍」이라 부를만 하다.
「가두선교」는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 하느님과 그리스도에 관한 말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천주교 안내책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를 위시한 TV나 라디오 각종 인쇄 매체들은 이러한 활동을 떠받쳐주는 보조수단이다. 만나는 순간에 교회를 전부 알려줄 수는 없으므로 짜임새 있고 설득력 있는 소책자나 전단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은 이러한 보조수단들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기에 호소력 있는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천주교 신자들의 선교열의 만큼은 결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선교자료를 주고 구체적인 선교방안을 제시해준다면 선교에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가두선교단 지도 이판석 신부(대구 지산동본당 주임)의 말은 그래서 새겨 들을만 하다.
가두선교의 결실은 이 신부의 말에 의하면 크게 ▲교회공동체의 활성화 ▲교회중심주의에서 탈피 ▲효과적인 예언직 수행 ▲신자 스스로의 신앙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교회가 그만큼 성장되면서 신명나는 공동체로 바뀐다.
그저 주일미사 참여나 액션단체 활동에 만족하던 신앙생활이 적극적인 선교활동으로 새로운 활력을 찾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신자들의 자기신원 확인과도 직결된다. 스스로의 신앙이 확고한만큼 남에게 이를 권할 용기도 생기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는 일화들도 많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한 중년의 신사에게 선교책자를 건넸는데, 그분은 자기가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며 크게 감동하시더군요. 알고 보니 그분은 울산의 한 본당 신부님이셨지요. 돌아가서 꼭 가두선교를 펼치겠다고 하시곤 1천 부를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가두선교의 가장 큰 의미는 곧 교회의 존립 목적 자체와 직결된다는데 있다. 『교회와 선교는 분리할 수 없다. 선교는 교회의 보수적 이차적인 사업이 아니다. 참 교회의 모습 그것은 선교다』(공의회 문헌 해설 참조). 가두선교는 이러한 선교의 가장 원초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요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가두선교 활동 초창기엔 단순히 선교책자를 나누어주는 것에 머문 적이 많았다. 더 많은 이들에게 책을 배포하기 위해 사람들인 많이 모이는 역이나 대합실, 도심지 등을 주로 찾았다.
때론 이러한 활동도 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그칠 경우 단지 보조수단만을 전해주는데 그치고 만다. 정작 중요한 하느님에 관한 말씀을 전달하는 일, 하느님과 교회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를 찾을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선교 활동 지역을 공원이나 등산로, 유원지 등으로 넓혀 신앙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지려고 하고 있다. 때론 환경정화운동과 병행해서 가두선교를 펼치기도 한다.
가두선교의 성과는 수원 대구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드러나고 있다.
『예비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예비신자를 찾으려는 노력, 열성이 없다고 해야 옳지요. 교황님께서도 믿지 않는 이들에 대한 책임은 신자들인 우리에게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교하지 않는 교회는 주식회사에 불과합니다』
전교의 달, 전교주일을 보내는 신자들이 한 번쯤 되새겨봄직한 말이다.
◆ 직장선교
소공동체 설립, 활성화에 주안점
개개인 신앙 성숙 선교로 이어져
한강의 수질을 책임지고 있는 한강관리사업소 가톨릭교우회. 지난해 1월 창립될 때만 해도 회원은 세 명뿐이었다. 하지만 1년 10개월이 지난 지금은 전체 직원 1백20명 중에서 20여 명의 신자들이 회원으로서 매주 모임을 갖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중 70% 이상이 냉담자였다는 사실이다. 맨처음 단 두 명이 직장인 소공동체 모임을 갖기로 의견을 모았을 때에도 두 명 중 한 명이 냉담자였다. 그 후 소공동체 모임을 갖고 냉담 상태에 있으면서 정신적인 갈증과 무거운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던 냉담 신자들이 하나둘씩 모여 지금은 20여 명이 매주 모임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냉담을 풀고 성실하게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있다.
회장 김동운(도마ㆍ39)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신앙생활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일하는 곳에 신앙을 위한 모임이 생기고 나니 그동안 냉담했던 신자들이 열심히 참여한다』고 말했다.
대개 본당의 각종 행사 때마다 성인 남성은 여성에 비해 눈에 띄게 드물다. 이는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즉 서울대교구 95년도 교세 통계표를 보면 교구 내 활동 단체인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성령쇄신봉사회, 레지오 마리애, 군종후원회 등에서 남성 신자의 참여율이 여성보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까지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95년 말 현재 3백50만을 헤아리는 전국의 가톨릭 신자들 중에서 남녀 성비를 보면 10명 중 남성이 4명, 여성이 6명 정도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교회 안에서 자주 눈에 띄지 않는 그 많은 남성 신자들은 어디에 있는가.
『대부분의 성인 남성은 직장을 다니고 있지요. 아침 일찍 집을 나서 한밤중이 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옵니다. 사목자들이 이들을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구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추측해 보건대 직장을 다니는 남성 신자들의 80% 정도는 냉담자이고 특히 젊은 남성들은 거의 대부분이 냉담 상태일 것입니다』
더욱이 앞으로는 여성 인구의 경제활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남성 직장 신자들의 문제는 성별을 막론한 신자 전반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계청의 95년도 고용 동향에 따르면 20대와 4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두드러지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목국 직장인 사목부 이기양 신부는 냉담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성인 직장인을 만나기 위해서는 직장사목이 궤도에 올라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 확신은 지난 93년 10월 서울대교구에 직장인 사목 전담부서가 설치된 이후 지금까지의 활동 성과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됐다.
현재 대도시 서울의 가톨릭 직장인 소공동체는 모두 1백91개이고 창립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소공동체가 12군데, 그리고 더 많은 직장에서 꾸준하게 새로운 소공동체들이 조직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공서에서부터 대기업, 병원, 시장 등 분야와 업종을 막론하고 신자들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현장에서 교회 조직이 결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 소공동체 당 적게 잡아 2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면 전체 소공동체 회원은 4천여 명이다. 지난 6월 직장인 사목부에서 현재 소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 중 60.1%가 현재 냉담 중이거나 냉담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따라서 소공동체 활동을 통해 냉담을 해소한 남성 신자는 2천여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신영세자 증가율이 감소하는 반면 냉담자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수치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놀라운 성과이다. 더욱이 이들은 그 바쁜 직장 생활 속에서 의무보다는 자발적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높다.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직장인 사목은 현재 직장 소공동체의 설립과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냉담자 문제 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한 신자 개개인과 공동체의 성숙은 곧바로 선교로 이어진다.
이기양 신부는 『소공동체의 활성화가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현단계의 성과를 바탕으로 가톨릭 교회의 선교관에 대한 교육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며 『지역과 본당 중심의 선교가 어려움을 갖고 있는 도시 사회에서 직장 현장은 선교의 엄청난 황금 어장이 될 것』이라며 직장 선교의 밝은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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