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점의 연작 그림…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표류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한국인으로, 종교인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시도…”
조광호 신부가 94년 이후 3년 만에 자신의 아홉 번째 개인전을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에서 개최했다.
「화두 3-47」이란 주제로 그린 23점의 연작 그림을 선보인 이번 전시회를 통해 조광호 신부는 상대적 세계에 살고 있는 인간의 희노애락 사이에서 느껴지는 절대자, 하느님의 모습을 추구하는 구도자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광호 신부는『완전함과 절대성을 상징하고 있는 숫자「3」은 내 꿈과 좌절, 기쁨과 슬픔, 행복과 비애의 근원으로써 하느님이 내게 주신 이승에서 내가 풀어야 할 내 삶의 화두』라고 밝히고『바로 이번 전시회는 이런 끝 없는 목마름을 표현해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신부의 이런 인고의 작업의 결실이 일반인들에게 선보인 이번 개인전에 소개된 작품들은 절제되고 단순화된 선과 색채로, 즉흥적인 붓의 흐름으로 존재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그윽한 어둠」앞에 긴장된 눈부심의 순간을 화폭에 담았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21세기 한국인의 정신을 내면화한「한국화」작업을 시도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질박한 미적 감각과 선의 묘미, 생동감 등을 통해 한국인의 정신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화두 3-47」전은 그렇기 때문에 조 신부의 한국적 정신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조광호 신부는『한국 사회는 종교를 초월해서 모두들「너는 누구냐?」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고 전제하고『정체성을 잃어버리고 표류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한국인으로, 종교인으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빛과 어둠, 선과 악, 사랑과 미움 사이에 그 어느 것 하나 절대적이고 완전한 것이 허용되지 않는 세계에 살고 있음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그 상대성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즉 인간은 시간 속에 살면서도 영원을 생각하고, 공간에 갇혀 살면서도 무한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바로 영혼과 무한을 상징하는 숫자「3」을 통해 자신을 물론 모든 이들이 이 화두의 의미를 깨닫기를 바라는 조광호 신부의 이번 개인전은 하나의「이야기전」일수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야만 그 안에서의 그리스도인도 바로 설 수 있다는 조광호 신부는 그림을 통해 모든 이들이「나는 누구인가?」란 끝없는 물음을 던지고, 이를 함께 찾아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10월 7일 오후 5시 개막식에는 원로 시인 구상씨를 비롯 이해인 수녀, 가톨릭미술가협회 최종태 회장, 주교회의 사무총장 김종수 신부 등 교회 내 인사들이 대거 참석, 조 신부의 개인전 개막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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